TV를 말하다

SBS 월드컵 독점중계를 비꼰 ‘야행성’

朱雀 2010. 6.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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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야행성>은 지난주에 이어 월드컵 특집으로 방송되었다. 지난주엔 한국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인들과 동네 A매치를 열더니, 어젠 새벽 2시에 다섯명의 진행자들을 불러,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잔인한 게임을 진행시켰다.

바로 동전집기를 통해 두명이 나이지리아전을 못 보게 한 것이었다! 운 나쁜 자들은 바로 온유와 윤종신이었다. 그들은 다른 세명이 경기를 보는 동안, 방안에 갇혀 전혀 축구중계를 볼 수 없었다. 그들이 들어간 방의 TV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6번 버튼을 빼버렸다. 온유와 윤종신은 리모컨의 버튼을 깊숙이 눌러보고 ‘자동 채널 찾기’등의 방법을 써봤지만, 절대 월드컵 중계를 볼 수 없었다.

<야행성>은 거기에 더해 신동엽-장항준-길이 월드컵 중계를 보며 응원하는 동안, 일부러 대형TV의 화면을 뿌옇게 처리했다. 자막으로 친절하게 ‘왜 그런지 아시죠?’라는 식으로 적어, SBS 독점중계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잘 알다시피, 현재 모든 월드컵 경기는 오직 SBS에서 독점적으로 중계되고 있다. MBC와 KBS는 뉴스에서 몇 장면을 쓰는 정도가 전부다. 심지어 SBS는 KBS의 <남자의 자격>팀이 직접 가서 찍은 몇 장면을 가지고 걸고 넘어질 정도였다.

잘 알려진대로 SBS는 처음에는 공공장소에서 국민들이 거리응원을 하기 위해 보는 것조차도 비싼 중계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반발하고, 정부까지 중계하면서 그런 방침은 철회했다. 허나 전광판을 통해 방송을 보여주면 ‘10억을 내라’는 과한 요구에, 건물주들은 시민들을 위해 방송을 보여주려는 계획을 모두 포기하고 말았다.

 

축제의 장이 되어야할 상황에, SBS의 과도한 요구로 흥이 깨진 것이었다. 물론 이건 SBS의 원래 의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허나 어찌되었건 코리안풀을 어기고, 피파측과 협상해 독점중계권을 딴 것은 분명 비판의 소지가 있다! 우선 이미 지적된 대로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나가며, 독점중계로 ‘국민의 볼권리’와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통위가 분명히 협상을 하라고 요구했음에도, SBS측은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로 협상에 미적지근했다. 최근 방통위가 월드컵이 끝난 후, 징계조치를 내리겠다고 말한 것은 SBS의 그런 행동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물론 그동안 MBC와 KBS도 잘해왔다곤 볼 수 없다. 그러나 ‘축제의 장’이 되어야할 마당이, 상업성으로 상처를 받고, 미숙한 진행으로 감동을 떨어뜨린 SBS의 잘잘못은 분명히 나중에 논의가 되어야할 부분이다.

전반전을 두 사람이나 축구중계를 못 보게 한 <야행성>은 후반전가면 한술 더 뜬다! 이번엔 돈방석에 앉은 단 한사람만이 후반전을 온전히 볼 수 있게 했고, 그 주인공은 장항준 감독이 되었다. 장항준 감독은 국내팀이 두 번째 골이 집어넣고 좋아하다가, 다른 멤버들이 골장면 만이라도 보려고 하자, 바로 TV를 꺼버렸다.

자막까지 ‘나의 독점시청권을 넘보다니’라는 떠서, 너무나 쉽게 현 상황과 <남자의 자격> 시비건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야행성>은 보는 내내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월드컵을 둘러싼 현 상황을 너무나 극적으로 패러디해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방송분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SBS 독점중계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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