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f(x)의 크리스탈,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다!

朱雀 2010. 7.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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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애교만점>에 크리스탈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저 최근 주류가 된 드라마 제작진과 아이돌들의 공존공생 전략으로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리스>의 탑-<개인의 취향>의 임슬옹-<신데렐라 언니>의 택연 등은 모두 막강한 팬덤을 구축한 상태에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발연기 논란을 낳고 말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은 모두 가수이지 연기자가 아니다. 연기 하나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어려운 상태에서, 예능과 가요무대만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간에 쫓기는 그들의 입장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이 드라마와 영화등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제작사의 필요 때문이다. 제작사의 입장에선 단 1%의 시청률이 아쉽다. 따라서 연기력이 부족한 것은 알지만, 인기있는 아이돌을 출연시킬 경우 일단 화제가 되고, 운이 좋을 경우 시청률이 오르기 때문에(라고 쓰고 '믿는다'라고 읽는다) 섭외한다.

아이돌의 입장에선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가요계에서 고작 그들의 수명이란 길어야 5년 정도 밖에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나중을 대비해서라도 예능 뿐 아니라 연기를 비롯해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밀고 경험과 캐리어를 쌓기 위해 애쓴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한군데라도 더 얼굴을 내밀어 화제를 쌓을 수 있다면 환영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 그들은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아직 제대로 연기력도 검증이 안된 아이돌이 드라마등에 출연하는 것은 영 머뜩치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대다수가 형편없는 연기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f(x)의 크리스탈은 달랐다.

 

어제 <볼수록 애교만점>에 크리스탈은 처갓집에 얹혀사는 김성수의 조카로 출연했다. 시골에서 사는 것이 답답해, 엄마 몰래 집을 나온 이 철없는 아가씨는 배가 고파서 마침 떡볶이를 먹고 있던 이선호에게 다가가, ‘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엄마 찾으러 왔다’고 뻥을 쳐서 얻어먹더니, 그것도 부족해 2만원이나 뜯어갔다.

그리고 김성수를 만나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임바니에게 ‘얼굴이 동안이고 크도 작아 초딩인줄 알았다’라며 자존심을 건드린다. 정수정 이름으로 극중 등장한 크리스탈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아가씨다. 외숙모 지원과 공통화제를 갖기 위해 의대를 가고 싶다고 뻥을 치고, 시골로 돌아가기 싫어서 무작정 김성수가 운전하는 차에서 도망치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철부지 소녀의 모습이었다.

내가 놀란 것은 크리스탈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력이다. 예능프로에 나와서는 어딘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서, ‘과연 저래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 것과 달리, <볼애만>에서 그녀의 연기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케이블 방송인 <악녀일기>로 유명해져, 공중파로 진입한 바니와 비교될 정도였다. 시종일관 어색한 발음과 연기로 <볼애만>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는 그녀와 달리, 크리스탈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뻥쟁이’ 아가씨로 등장해 합격점을 줘도 충분할 만한 연기력을 보여줬다(아니 그 이상이었다. 전공을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로 바꿔도 충분히 될만큼). 얼굴도 예쁜데다, 연기력까지 갖춘 이런 아이돌이 존재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크리스탈의 투입은 <볼애만>의 입장으론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후속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시트콤이라기보단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 진행과 <지붕킥>에 눈높이에 맞춰진 시청자에겐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이야기전개로 외면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한자리수 시청률 기록중이다).

크리스탈 역시 연기경력을 쌓는 입장에서 화제작이 아니라 시트콤에 조연으로 등장해 부담없는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별로 화제가 안되고 있기 때문에, ‘발연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욕심을 내지 않고 조연으로 투입됨으로써 기대치를 최대한 낮췄기 때문이다.

 

허나 크리스탈의 연기력은 예상외를 뛰어넘어서 활력을 잃은 이야기 전개에 생기를 불어넣을 정도였다. 영락없는 철부지 10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귀여운 뻥쟁이 역의 크리스탈은 <볼애만>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듯 싶다. 과연 예상외의 호연을 보여준 크리스탈이 계속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성공한다면, 크리스탈은 아이돌로는 최초로 거의 몰락한 시트콤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볼애만>의 입장에선 f(x) 크리스탈의 투입은 ‘심봤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화제거리도 재미도 없던 시트콤에 크리스탈 투입됨으로써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호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부디,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크리스탈의 뻥쟁이 캐릭터만 제대로 잡아도 최소한 흥미유발은 되니 말이다.

 

7/13 NATE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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