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롤코’ 하차하는 정가은, 성공할 수 있을까?

朱雀 2010. 7.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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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를 보니 그동안의 과로가 누적되어 병원에 입원중이란다. 하고 있는 방송을 보니 <정가은의 스위트 뮤직박스> 라디오, 케이블 <옴므 2.0> <롤러코스터> <요 걸스 다이어리 시즌 2> 등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SBS의 <골미다> 후속으로 정해진 <영웅호걸>에 출연하기로 한 터라, 이쯤되면 <롤코>의 인기이후, 정신없이 달려온 그녀로선 한번쯤 쓰러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허나 그완 별개로 정가은의 인지도와 연기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이전보다 나아졌느냐?’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가 어렵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가 과로로 누운 그녀에겐 다소 잔인한 이야길 수 있지만, 지금쯤 한번 짚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정가은에겐 ‘때’가 찾아온 것 것처럼 보였다. <일밤>이 새롭게 개편되면서 <우리 아버지> 코너에 고정 엠씨로 발탁되고, <놀러와>에 고정 패널로 자리를 잡고, 게다가 <강심장>을 비롯한 각종 예능에 불려 다니면서 그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와 <놀러와> 등에서 보여준 그녀의 엠씨로서 자질은 충분해 보였다. 그녀는 항상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면서 적절한 대답과 리액션을 쳐줘 진행의 묘를 더했다. 특히 코너의 특성상 딱한 사정이야기를 들을 일이 많은 <우리 아버지>에서 눈물 없는 신동엽과 김구라를 대신해 눈물을 흘리며 시청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놀러와>에선 불과 한달 만에 하차하고, <우리 아버지>는 지난 5월 30일 코너가 폐지되고 말았다. 고정이었던 공중파 프로에서 연속해서 떨어져 나간 셈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대기만성형이자 맘씨 좋고 앞날이 창창해 보였던 그녀가 ‘왜?’ 하차 당했는지 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야 <일밤>의 형편상 폐지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녀의 입장에선 거의 천재지변 수준이었다.

 

그러나 <놀러와>에서 하차되고, 그 자리를 김나영이 메꾸고 있단 측면에서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었다. 애시당초 <놀러와>측은 노홍철의 하차이후, 그의 대타로 정가은을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다. 내가 보기엔 김나영과 정가은의 진행능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임시 패널이란 제작진의 말과 달리 김나영은 정가은과 교체된 이후, 여태까지 계속해서 자리를 잡고 있다. 즉, <놀러와> 제작진이 원한 고정패널은 결국 김나영이란 소리밖에 되질 않는다.

 

그럼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김나영은 케이블에서 이름을 날리다가 공중파로 입성한 케이스다. 지금은 군에 간 붐과 더불어 ‘싼티’를 대표하는 김나영은 ‘비호감 전략’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케이스다. -그녀 실제 성격은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용하고 수더분한 성격으로 안다. 그녀의 말많고 주책 없는 행동 등은 그저 방송을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김나영의 방송용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는 보조 엠씨로서 능력은 인정한다. 그녀는 적당히 맛깔스러운 멘트를 치며,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가은 역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예능 순발력에선 다소 뒤쳐진다.

 

<강심장>에 나와 그녀가 한 발언을 봐도, 당시 상황에선 그다지 맞지 않았다. 그녀는 예능 프로에 나와 재밌는 이야기를 해야 될 상황이나, 어떤 리액션을 해야 할 때 종종 너무 의욕이 앞선 나머지 안티를 부르는 행동을 한다. 가령 라디오 방송 진행중에 요가를 시연하는 행위 등은, 호감을 갖고 있는 입장에선 ‘신선하다’고 반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입장에선 ‘뭐니?’라고 반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기로 정가은의 예능감은 <무한걸스> 시즌 1 활동을 하면서, 키워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송은이-신봉선-김신영 같은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방송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무한걸스> 시즌 1은 지난 2009년 11월 27일 돌연 종영되면서 정가은에게 더 배울 기회를 빼앗고 말았다.

 

아마 그런 약점이 <놀러와>에 출연을 하고도 ‘고정’을 따내지 못한 한계점으로 여겨진다. 화요비-고유진의 뮤비 <고스트>에 출연할 정도로, 정가은의 미모는 뛰어나며, 뮤비에서 그녀는 꽤 괜찮은 연기를 선보였다. 아마 정가은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예능 프로의 고정이나, 예능에만 출연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드라마 등에 출연하는 ‘연기자’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롤코>는 그녀에겐 양날의 검이다! <롤코>는 무명에 가까웠던 그녀를 알려지게 한 장본인 격인 프로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정가은에게 <롤코>는 ‘연기력을 키울 수 없는 한계점’을 가져다주는 프로기도 하다. <롤코>에서 정가은은 ‘남녀탐구생활’에 출연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본 이들은 알겠지만 ‘남녀탐구생활’은 서혜정의 나레이션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X 파일> 스컬리 요원의 목소리로 기억되는 그녀는 예상을 깨는 목소리톤으로 남녀의 상반된 심리와 행동을 묘사해낸다. 거기서 정형돈과 정가은이 할 수 있는 연기는 그저 ‘재현배우’의 수준에 멈춰선다. 즉, 일정 수준에서 멈춰져 있기에 정가은에겐 연기력을 기를래야 기를 수 없는 프로인 것이다.

 

정가은이 만약 <롤코>에서 하차하게 된다면, 위의 이유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우선 물리적으로 정가은은 그동안 무리를 해왔고, 너무 많은 프로에 출연한 만큼, 이제 어느 정도는 정리해야할 시기가 왔다. 공중파에 ‘올인’해야할 입장에서, <롤코>는 정가은에게 애증의 관계일 수 밖에 없다.

 

<영웅호걸>은 그런 정가은에게 기회를 제공할까? 알 수 없다. 일요일 예능은 혼돈에 빠져있고, 현재 SBS의 예능은 하락세이기 때문에, 좀처럼 밝은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그러나 비록 프로가 폐지된다고 해도, 정가은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후 활동엔 어느 정도 보장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했지만 -연기자로서 제쳐놓고-, 정가은은 예능적인 면에서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영웅호걸>은 이휘재-노홍철 엠씨를 비롯해, 고정 게스트로만 노사연-서인영-유인나-아이유-홍수아-이진-신봉선-나르샤-박가희-지연-정니콜 등이 포진된 상태다. 이런 쟁쟁한 멤버들이 모인 상황에서 정가은이 과연 기센 나르샤-서인영-박가희 등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 초반에는 큰 욕심을 낼 수 없겠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나와, 시청자들에게 각인된다면, 정가은은 다음 스테이지를 기약하게 될 것이다. 일단 예능에서 정가은은 자신에게 부족한 예능적 끼와 입담을 배워야 한다. 그 길만이 정가은이 공중파에서 살아남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밑바탕으로 드라마 등에 단역으로라도 출연해 연기력을 쌓을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음은 급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천천히 한 단계씩 밟아가야 정가은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한가지 더 조언을 한다면, 지금 하는 프로들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출연하는 프로가 케이블이 많아 다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예능에 집중하다보면 예능외엔 다른 것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이 뭘 하는지, 뭘 해야할지 정양하면서 한번쯤 고민해볼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깊은 고민과 과감한 행동력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추진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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