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블랙 에코 - 거장의 필력이 살아숨쉬는 데뷔작!

朱雀 2010. 7. 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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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지만 멋진 작품을 읽는 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의 첫 번째 등장작품인 <블랙 에코>에겐 두 가지 약점이 있다. 하나는 무려 565쪽에 이르는 두꺼운 페이지다. 아마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이들에겐 이런 두께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발행년도가 1992년으로 벌써 10년이 넘어 20년이 다될 지경이다. 따라서 여기에 쓰인 트릭이나 내용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모든 대가들이 그렇듯 마이클 코넬리는 유려한 문체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야기전개로 독자를 정신없이 끌어당긴다.

 

<블랙 에코>의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다! 그는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만약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그 자신이 잡고 있는 범죄자들처럼 될 운명이었다.

 

게다가 베트남전에서 땅굴쥐-베트콩이 파놓은 땅굴로 들어가 폭탄을 설치하는 일을 맡았던 이들을 일컫는 속어-로 활약하면서 깊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 마이클 코넬 리가 탄생시킨 해리 보슈 형사는 적당히 타락했으며, 적당히 세상과 타협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는 거리의 타락한 청소년에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으면서도, 동시에 그 녀석이 성인이 되면 ‘범죄자’가 될거란 확신으로 바라보는 염세적인 인간이도 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경찰에 연락하고 관련 기관에 인도하는 등의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인물이다.

 

즉 해리 보슈는 뿌리 깊이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영웅’이라 할만하다. <블랙 에코>는 우연히 그가 배수로에서 발견된 시체가 자신과 함께 베트남전에서 활약했던 전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수사하는 과정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그냥 약쟁이가 실수로 죽었다고 보였던 평범한 사건은 양파 껍질을 벗기듯, 진실에 가까이 다다갈수록 점점 거대한 음모의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작품 속 해리 보슈는 천재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딘가 어리숙하고 퇴물스런 느낌이 나지만, 동물적인 직감과 천재적인 추리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를 인간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의 잦은 실수 때문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해 ‘연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에 다가가지 못한다. 그리고 경찰내부에서 그를 불온하게 보는 시선으로 인해 정보에 다가갈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더해 경찰 내사과의 수사와 FBI와의 공조, 의문의 베트남 퇴역군인등 여러 세력과 인물들이 종과 횡으로 연결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블랙 에코>는 거장의 작품답게 여러 가지 일이 중첩되는 데도, 모두 하나하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들이 나중에 하나의 사건으로 묶인다.

 

아무런 의미없이 보이던 극중 인물들의 대사와 지문들은 모두 하나 하나 다음 사건을 위한 암시와 복선과 의미로 수렴된다. <블랙 에코>의 뛰어난 점은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베트남전이 결국 해리 보슈와 사건을 통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 있다.

 

물론 <블랙 에코>는 대중 소설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보슈와 사랑을 나누며,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연이어서 등장한다. 허나 그런 뻔한 클릿P를 가지고도 마이클 코넬리는 거장답게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거기에 더해 모든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가 보는 것만큼 이해하는 것만큼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놨다.

 

<블랙 에코>를 읽는 것만으로, 미국식 범죄 스릴러의 진수를 느끼게 해놨다. 아마 당분간은 국내에 출간된 그의 소설들을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다. 일본식 범죄물이 인간의 사악한 내면을 그려내는 데 몰두해 오히려 ‘인간 답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미국식 범죄 스릴러는 사회에 무기력한 인간을 그리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을 통해 ‘절망적이지 많은 희망’을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 미국식 범죄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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