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소셜 커머스, 정말 반값일까?

朱雀 2010. 11.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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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소셜 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메인화면
(인용목적으로 캡처)

 

‘오늘 하루만 50%, 반값에 드립니다!’ 만약 길가를 가다가 어떤 빵집에서 이런 문패를 달아놓았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별 다른 부담 없이 그 빵집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그 중 몇몇은 빵을 살 것이다.

 

평상시의 반값이라 맛없어도 ‘에이 별로네’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고, 맛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자신의 블로그나 트위터에 올려 인증샷을 올리면, ‘정보’로서 나름 가치를 지니게 된다.

 

자! 근데 이런 것을 한군데서 모아서 해준다면 어떨까? 빵집뿐만 아니라, 내 애인이 좋아하는 파스타 전문점, 뷰티샵, 네일샵, 뮤지컬 공연 등을 50% 가격에 매일 하루에 하나씩 올려준다면? 그야말로 '땡큐'할 것이다!

 

‘소셜 커머스’란 용어는 다소 생소할지 몰라도, 물건이 아닌 서비스 상품을 반값에 할인해서 매일같이 올리는 티켓몬스터, 데일리픽, 위메프등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업체들이 '땡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하루 한 개 상품을 올리고, 1-2주 정도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중에는 이런 곳을 이용해서 뮤지컬이나 맛집 등을 다녀오고, 후기를 자신의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게재한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 소셜 커머스를 시작한 티켓몬스터는 1위 업체로 하루 방문객만 20만명이 넘는 ‘대박’을 터트렸다(지난 5월 오픈한 티몬의 가치는 현재 약 150억원 정도로 환산되고 있다)! 20대 청년 다섯 명이 시작한 사업이 그야말로 대성공한 셈이다! 처음에는 하루 한 개만 올리던 티몬은 11월 6일 현재는 서울을 네 군데로 나누고, 그것도 부족해 고양-분당-대전-수원-인천-대구-부산 까지 나눠서 서비스 상품을 올려 판매할 만큼 성장했다!

 

게다가 티켓몬스터의 성공으로 인해, 현재 소셜 커머스 업체는 약 50개가 넘을 정도로 난립하고, 이런 소셜 커머스 업체들의 상품만을 모아 따로 보여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소셜 커머스’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먼저 판매자의 경우엔 ‘홍보’를 위한 것이다. 평상시 물건 값의 절반정도만 받고 팔지만, 하루에만 몇십만명이 보는 사이트에 게재해 홍보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다. 아울러 ‘음식점’이라면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이를 다시 (맛본 손님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등을 통해 ‘입소문’을 내게 된다.

 

소비자의 경우엔 평상시엔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음식이나 공연 등을 반값에 즐길 수 있으므로 좋다! 마지막으로 소셜 커머스 업체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매출을 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소셜 커머스 업체는 연결만 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큰 자본이 소요되지 않는다. 오늘날 소셜 커머스 업체가 난립할 수 있는 것도 사무실과 기본적인 집기 그리고 몇 명만으로 ‘IT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열거해놓고 보니, 소셜 커머스 서비스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옆집 아줌마까지 좋은 서비스 같다. 우선 홍보가 절실히 필요한 업체에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중파를 제외한다면) 가장 강력한 홍보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저렴한 값에 음식을 먹거나 뮤지컬을 볼 수 있으니 좋다. 마지막으로 소셜 커머스 업체는 소자본-소인원으로 사업을 뚝딱 하나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국내 소셜 커머스 서비스를 한군데서 모아서 보여주는 쿠폰 차트
(인용목적으로 캡처)
 

자! 그런데 소셜 커머스 업체가 난립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바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다! 당연하지만 특별 할인이란 개념은 소수의 업체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들과 연계되어야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개중에는 업소에 대해 별다른 조사 없이 마구잡이로 붙여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소셜 커머스 업체의 공지만 믿고 갔다가, 음식점에서 반값에 나온 제품들은 다른 2인용 세트를 적당히 반값에 맞춰서 나온다던가, 뮤지컬 공연은 나오는 배우들이 인지도가 떨어져 원래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는 시간대라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업체측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양심적인 업주가 손님들에게 반값에 세트를 제공하는데 너무나 많은 손님이 몰려 힘만 빠지고, 몰려오는 손님 때문에 부족한 직원수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오히려 ‘나쁜 입소문’만 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뿐인가? 가령 맛집으로 소문난 ‘홍길동 족발집’의 이름을 비슷하게 본 딴 ‘길동이네 족발집’이 소셜 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팔았다고 해보자! 평소 홍길동 족발집을 잘 알던 이들이 아닌 경우, 헷갈려서 상품을 구입하고 ‘소문보다 별로네’라고 자신의 블로그나 트위터에 올려버리면, 홍길동 족발집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비슷하게 업계 1위인 티켓몬스터의 명성을 이용하고자, 누군가가 사이트 이름을 ‘티몽’으로 정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모르는 입장에선 ‘티켓몬스터’로 오인하고 이용하고, 질 낮은 서비스와 응대에 화가 나서 ‘티몽 최악이다’라고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 올려, 애꿎은 티몬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 소셜 커머스의 부작용은 초창기인 탓이 크다. 업체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업체들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초창기 문제점을 개선한다고 해도 절대 고칠 수 없는 한 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50% 할인’의 함정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약 원래 2만원짜리 파스타를 9,900원에 사먹을 수 있게 된다면, 요즘처럼 얄팍한 지갑사정의 소비자들은 그런 서비스를 기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셜 커머스의 특성상 매일 한 가지 이상의 물건이 올라오기 때문에, 파스타가 없으면 리조또, 피자 이런 식으로 다른 상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음식점이나 네일샵등은 그런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에 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맞춰 특별할인가가 아닌 상시 낮은 가격의 '미끼상품'을 제공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점은? 바로 전반적인 서비스 시장의 질적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건 자칫 나쁜 순환고리를 만들 수 있다! 소셜 커머스 업체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발행하지 않도록, ‘서비스의 질’을 지켜내야 한다! 매일 하루씩 판매되는 서비스 상품은 그 상품을 정상가격으로 사도 아깝지 않은 수준을 유지시켜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수준 높은 업체들을 선발해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상품을 파는 업체도 50% 상품을 파는 날엔 맞춰서, 이윤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홍보하는 마음으로 (최소한 알바생이라도 고용해서) 최대한 소셜 커머스를 통해 할인쿠폰을 구입한 이들이 최대한의 만족감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이런 말을 해도 사실 큰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

 

소셜 커머스 업체의 기본은 사용자의 ‘입소문’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명한 맛집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맛으로 정평이 나서 굳이 따로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오직 맛과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그 외엔 신경 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 '집중과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 집을 찾는 이들이 아이폰이나 디카로 사진을 찍고 방문기를 자신의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에 올리기 때문이며, 이는 다시 손님을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시킨다.

 

소셜 커머스 업체는 아직 선순환 구조를 갖추지 못한 절대 다수의 업체들을 상대로 한다. ‘50% 할인’은 분명 소비자에게 매혹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이 일회성 행사가 아닌 다른 효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면, 뭔가 다른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요즘처럼 업체가 난립하는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다!

 

여기쯤 말하니 조금 생각이 바뀐다. 현재 소셜 커머스 업체를 이용할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조금 고민해보라고 권한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버린 상황에서 소셜 커머스 이용은 원하는 홍보효과를 못 얻을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원래 2만원짜리를 만원에 사는 게 아니라, 그냥 만원짜리를 1만원에 사는 것일 수 있으니, 소셜 커머스를 이용하는 데 조금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이때쯤이면 명언을 하나 말하고 싶어진다.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다른 식으로 재인용하겠다. ‘세상에 반값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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