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朱雀 2010. 1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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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대중음악평론가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두고 토론을 벌인 일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잡지 마감을 앞두고 잠시 쉬기 위해 커피를 한잔씩 들고 휴게실에 왔다가 서로 가볍게 이야기한 것이 약간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격해졌다.

시작은 그 대중음악평론가(편의상 K라고 하겠다)가 'LP 예찬론‘을 펼칠 것이었다.

 

K: 요새 CD는 LP때의 낭만이 없어요. LP는 자켓이 크니까 아트웤이 멋져서 그 자체로 ‘작품’이었죠. 근데 요새 CD보세요. 너무 작잖아요? 덕분에 자켓의 예술적가치가 훼손되었어요. 그뿐인가요? CD의 음질은 너무 기계적이에요. LP때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사라졌어요.

 

필자: CD가 LP보다 작아서 아트웤이 별로라는 사실엔 동감입니다. 그리고 CD가 LP보다 어떤 면에선 음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CD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방식이기에, 일정한 수준의 음질을 약속합니다. 예전 LP때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선 좋은 바늘에, 좋은 턴테이블 등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나가죠. 물론 디지털 시대로 진입해도 돈이 많으면 훨씬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아날로그 매체처럼 그 가격대가 몇억단위 내지 몇천단위 수준까진 아닙니다. 몇백만원 혹은 몇십만원이면 꽤 만족스런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없는 계층에겐 그것도 사치입니다만...

 

K: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 디지털  매체는 여러 모로 한계가 많아요. 디지털 시대에선 음악은 단순히 ‘듣는 수준’ 이하로 전락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현재 mp3를 다운받아 듣는 것 때문에 가요시장이 침체되었는데(당시는 지금처럼 돈을 내고 합법적인 다운을 받기 이전이었다), 만약 다운로드 시장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이전보다 분명히 ‘가치’가 하락할 겁니다.

음반가게에 가서 LP등을 고르면서 우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슴이 설레이는 거죠. ‘아! 이 가수의 음악은 어떤 느낌일까?’하고요. 또 고르는 과정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음반도 보게 됩니다. 또한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지면서 마찬가지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 우린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그냥 텍스트로만 보고, 인터넷에서 곧장 다운로드 받으면서 소홀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음악은 ‘듣고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생필품처럼 그냥 ‘소비재’의 하나로 전락하게 될 겁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처럼, 한번 듣고 마는 그런 걸로요.


 





필자: 일정 부분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매체의 발달과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봐요. 말씀하신 사례처럼 이전으로 올라가면, 예전에 귀족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가들을 불러다 자신들의 살롱에서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그런 문화생활은 평민들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였죠.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연주를 듣기 위해 그 비싼 연주자들을 초청하겠습니까? 그래서 ‘클래식 음악 감상은 귀족들의 사치’라고 치부될 수 밖에 없었죠. 헌데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축음기들이 발명되면서, 우린 음반등을 사서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수혜는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미쳤습니다. 물론 녹음된 음반은 공연회장에서 연주가 들려주는 감동에 비할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공연회장을 찾을 수 없는 이들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이 인간을 풍요롭게 해준 사례가 아닐까요? 아날로그를 지나 디지털 시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다운로드 시장 등은 처음엔 분명히 생소하고 이상하지만, 시간이 지나 정착되면 새로운 문화로서 우리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칠거에요. 더불어 매체는 사라지지만,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한 다운로드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살 수 없는 이들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K: 좋습니다. 그럼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죠. 그럼 디지털 시대로 넘어와서 흔하게 일어나는 복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날로그 시대엔 매체적 특성 때문에 복제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은 특성상 전환이 쉽고 빠르죠. 덕분에 CD에서 MP3를 추출해서 인터넷을 통해 모두가 공유하는 게 ‘어린아이 손에서 사탕을 뺐기’보다 더 쉬워졌습니다. 덕분에 오늘날 음반 시장은 망가졌고, 가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필자: 지적하신 부분은 저도 무척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그러나 그건 매체의 잘못이라기 보단, 기술을 접한 우리가 잘못 사용한 예라고 봅니다. 디지털은 특성상 복제가 매우 쉽습니다. 이는 분명히 ‘양날의 검’이죠. 지금은 폐해를 일으켰지만, 이를 잘 단속하고 계도해서 다운로드 시장이 정당한 댓가를 오고가는 시장으로 만든다면 보다 아티스트들에게 혜택이 가는 시장으로 바뀔거라 생각합니다.

일례로 오늘날 가수가 되기 위해선 기획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터넷 시대엔 누구나 쉽게 음반을 내고 가수가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녹음장비도 지금은 너무나 비싸서 누구나 접근할 수 없지만, 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집에서 혼자 음악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멀지 않은 수준에 도달하게 될거구요. 물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말이죠.

기술은 우릴 보다 풍요롭게 하고, 자유롭게 할거라 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이 우리 삶을 옭매고 파괴하지 않도록, 많은 고민과 적절한 실천방법을 찾아야겠지만요.

 

우리의 토론은 상당 시간 그렇게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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