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나는 왜 게임 부스걸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朱雀 2010. 11.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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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는 지인 몇몇과 함께 ‘GSTAR 2010'을 찾아갔다. 다른 이들은 게임이 목적이었을지 몰라도,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각 게임 부스의 홍보 도우미들을 찍는 것이었다. 참고로 나는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세상에선 폐인되기 딱 좋은 타입의 인간이다. 각 게임부스엔 나와 동류(?)로 보이는 인간들이 DSLR과 스트로브에 백통, 심지어 사다리까지 준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왜 나 같은 인간들은 게임 부스걸을 사랑하는가?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사진을 마음 놓고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 같은 초보자들에게 가장 좋은 피사체는 당연히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을 찍을 때 가장 큰 감흥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에선 사람을 찍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친한 이라고 해도 카메라를 들이밀면 피하기 일쑤다.-억지로 찍으려 든다면 뺨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설령 피하지 않더라도 어색하거나 긴장한 표정은 감추지 못한다. 이래선 기껏 큰맘 먹고 장만한 DSLR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가 없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 부스걸들은 전문 모델들이다. 이들은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별말 없이 카메라를 갖다대도 알아서 표정을 지어준다. 그들의 다채로운 표정과 포즈는 사진을 처음 찍는 나 같은 초보자들에게 큰 공부이자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오늘날의 남성들은 마초근성이 많이 사라졌다. 아니, 어떤 면에선 여성보다 섬세하고 예민해졌다. 자신이 어떤 맘을 먹고 뭔가를 시도했다가 상대방에게 거절당하면, 가슴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할퀸 상처들이 생겨난다. -만약 남자의 가슴을 볼 수 있다면, 아마 긁힌 상처들 투성일 것이다!-

 

더더군다나 이제 초보찍사의 입장에서 어떤 아리따운 피사체를 발견하고, 촬영요청을 했다가 거절 당할 때의 기분은 이루다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가뜩이나 자격지심이 있는 이들에게, ‘촬영 거부’는 치명타에 가깝다. -게임 부스걸도 시연업체의 사정에 따라 부득이 사진 촬영을 거부하긴 하지만 그건 정말 어쩌다 한두번이었다. 대부분은 누가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친절하게 다채로운 표정과 포즈를 지어주어서 너무나 고마울 지경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아름다운 피사체란 점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외모로 평가하는 것은 그렇지만, 내가 사진을 찍는 목적은 아름다운 피사체를 찍고 싶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인간은 인간을 찍을 때 가장 큰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여성을 찍을 때 그건 더해진다. 여기엔 아주 단순한 진리가 존재한다.

 

남자의 미는 기본적으로 직선의 미다! 남자의 몸은 형태상 쭉 뻗거나 각이 지는 형태다. 그러나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위해 가슴과 엉덩이가 발달했고, 이로 인해 남성과는 달리 곡선의 미가 존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곡선의 미는 직선의 미보다 높은 차원의 아름다움이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그건 바로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 구차한 이유를 떠나서 게임 부스걸은 정말 아름답다. 훤칠한 키와 시원시원한 각선미 그리고 S라인 몸매와 예쁜 얼굴들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 ‘안구정화’가 될 지경이다!

 

세번 째로 게임 부스걸들은 아무래도 게임 속 캐릭터로 분장하고 나온다. 그럴 경우 그들은 우리가 판타지 영화에서 갓 튀어나온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게임이나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감흥의 한계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하고 나온 부스걸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간 환상을 종종 받는다. 그녀들은 엘프로, 섹시한 전사로, 터프한 검사로, 무시무시한 마녀로 수 없이 변신을 반복하며 내 오두막에 셔터가 쉴새가 없게끔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마력을 뿜어낸다.

 

마지막으로 게다가 이런 멋진 모델들을 수십 명이나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취미로 찍는 이상 언젠간 나도 모델을 섭외한 출사에 갈 것이다! 그러나 그 전까진 아무래도 좀 더 실력을 쌓아두고 싶다.

 

‘GSTAR 2010'에는 수십 개의 게임 부스가 열려있고, 그곳엔 모두 부스걸들이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나 같은 초보찍사에겐 이래저래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밖엔 할말이 없다.

 

물론 다른 이들이 보기엔 나 같은 이들이 한심해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냐?’ ‘너 혹시 변태 아니냐?’등의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보는 시선에 따라선 게임 부스걸의 의상이 다소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리고 그런 선정성을 즐기는 이들도 어느 정도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한다.

 

취미생활은 사람을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 즐거움 때문에 기꺼이 사람들은 거금을 투자하거나 먼 곳으로 가는 수고로움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나 같은 초보찍사들의 순수한 마음을 조금은 관용의 태도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더 이상 변명은 하지 않으련다!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고, 세상의 모진 핍박도 견뎌내는 것이라 믿는다.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향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라면 나는 차라리 죄인이 되겠노라!-

 

취미로 즐기는 이상 모든 속박과 편견에서 벗어나 즐기고 싶다. 우리 사회는 모든 상황에 대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염두에 두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지고 당연시되어 왔다. 허나 최소한 취미에선 그런 속박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고 싶다.

 

정말 마지막으로 때때로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 짓는 모델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옆에 있는 수많은 카메라들을 쳐다보면서 ‘부질없는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그 모델이 내가 보면 특별한 표정을 짓는다’라며 다른 이들에게 허풍을 떤다. 그 역시 수컷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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