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차우, 예상외의 놀라움

朱雀 2009. 7. 26. 13:34
728x90
반응형



<차우>를 보고난 느낌은 예상외의 놀라움이다. <괴물>이후 우리나라 괴수물의 수준이 몇 단계 높아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봉준호 감독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차우>는 <괴물>과 다른 지점에서 한국 괴수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식인 멧돼지에 맞서는 다섯 명의 사투’가 <차우>를 보기 전에 머릿속 이미지였다. 실제 영화는 이런 괴수물 영화의 전형적인 예를 따라간다. 어느 날 무덤을 파헤치고 누군가가 시체를 유기하고 밀렵을 하러온 이가 정체모를 괴물에게 잡아먹힌다.

그러나 장면이 바뀌면, 어설픈 시골 경찰들이 나와 넘어지고 횡설수설하며 관객을 폭소하게 만든다. 이런 <차우>의 폭소는 일회성이 아니었다. 틈만 나면 감독은 관객을 폭소케 한다. 그러면서 공포 영화의 공식을 나름 충실히 쫓아간다.

예상외의 몸개그와 폭소가 작렬하지만 그 사이사이엔 뼈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차우>는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밀렵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오프닝에서 밀렵시 총소리와 희생되는 동물들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음에도 마을 최고의 부자인 곽사장은 주말농장체험을 그대로 강행하고, 결국 사람들을 희생키고 만다. 결국 그는 멧돼지를 잡기 위해 유명한 포수 백만배를 불러들이고, 백만배는 동료들과 함께 멧돼지를 포획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천일만(장항선)이 밝히는 것처럼 그 멋돼지는 ‘차우’가 아니었다. 암컷이었다. 백만배는 그런 사실을 알았음에도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거짓정보를 흘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도 모른채 동네 잔치를 벌인다. 한참 잔치를 벌일 무렵 분노한 차우가 들이닥치고 엄청난 살육이 벌어진다.

<차우>는 자신의 이권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다른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자기의 이익을 챙기고, 차우를 잡기 위해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리는 백만배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재수 없게 시골로 파견나가는 김순경(엄태웅)은 치매걸린 어머니와 만삭인 아내사이에서 고민중인 소시민이다. 변수련(정유미)는 학계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차우의 실존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간 군상들이 갖가지 소동을 벌이는 가운데 그려지는 식인멧돼지 차우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이다. 비록 인육을 먹지만 차우는 자신의 가족을 끔찍이 위한다. 암컷이 죽자 복수를 위해 마을회관로 돌진하고 둥지의 새끼가 죽자 분노의 울부짖음을 외친다. 결말부에선 함정임을 눈치챘음에도 새끼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차우>의 주인공은 누가뭐래도 식인멧돼지 ‘차우’다. 300kg이 넘는 거대멧돼지는 CG와 특수효과로 탄생했는데, 의외로 완성도가 높다. 물론 움직임과 모습에서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그건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괴물’도 그랬지만 ‘차우’의 움직임은 상당히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전속력으로 달리던 차우는 스스로의 힘을 이기지 못해 넘어지고 자빠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마치 <괴물>에서 뒤뚱거리며 뛰던 괴물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괴물’보다 차우는 더욱 무시무시하다. 기다란 송곳니로 어그적어그적 사람을 씹어먹는 소리와 비명등이 끔찍함을 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일만으로 분한 장항선은 일제시대까지 올라가는 옛날이야기를 통해 <차우>의 세부묘사를 극대화 시킨다. 일제가 집돼지와 산돼지를 교배해서 우리 산천에 멧돼지를 풀어놓아 성격이 포악하고, 동물 생태 연구가 변수련이 ‘식인 멧돼지’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사실감은 극도로 높아진다. 또한 차우가 시의적절하게 등장해 긴장감을 높이고 숨막히는 추격대와 멧돼지의 사투는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다섯 명의 추격대는 덫을 놓고 도망가고 쫓기고 반격하고 유인하고 산에서 들에서 탄광에서 숨막히는 추격전을 계속해 관객의 기대에 충실히 답한다. 허나 안타까운 부분은 너무 많이 첨가된 웃음이다.

개인적으론 웃음이 많이 첨가된 것에 대해 환영하고 즐겁게 보았지만, 신정원 감독의 다소 유치하고 자주 반복되는 개그는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공포영화에서 공포와 웃음이 반복되는 것은 미국 등지에서 익숙한 문화 코드지만, 괴수물이 드문 우리나라에선 조금 더 현실과 타협해야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실감나는 식인 멧돼지와 다섯 추격대의 사투가 때론 진지하게 때론 웃기게 잘 그려낸 수작이었다고 본다.

<차우>는 분명 한국 괴수 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올 여름에 즐길만한 영화라고 판단되어진다.


차우
감독 신정원 (2009 / 한국)
출연 엄태웅, 장항선, 윤제문, 정유미
상세보기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