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6일에 개봉예정인 <해피 플라이트>는 우리에게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스>로 익숙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최신작이다. 영화의 시놉은 간단하다. 기장 승격 시험중인 부기장 스즈키는 하필이면 같이 비행하기로 한 기장이 감기로 쉬면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하라다 기장과 함께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국내선에서 이제 막 국제선으로 옮긴 초보 승무원 에츠코는 실수를 연발한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체에 문제가 발생해 긴급 회항을 결정하게 된다.
전단지에 보면 ‘리얼 비행 버라이어티 코미디’라고 적혀 있는데, 그 말이 한글자도 틀림이 없다. 2년이 넘는 취재기간과 100명이 넘는 항공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영화 곳곳에서 실제 항공 관계자들의 숨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이다.
전단지에는 <싸이보그 그녀>의 아야세 하루카와 <신의 물방울>의 다나베 세이치가 투톱으로 나오지만, 그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조종사가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장과 스튜어디스의 삶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선 그들은 물론 관제탑과 통제실 그리고 공항직원과 정비사 그리고 조류퇴치반에 이르기까지 사고 없는 완벽한 비행을 애쓰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워터보이즈>와 <스윙걸즈>에서 녹록치 않은 개그내공을 선보인 감독답게 곳곳에 웃음 지뢰를 설치해 놨다. 덕분에 관객은 시시때때로 폭소를 터트리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해피플라이트>엔 특별히 악당이 없다.
부기장 스즈키를 진땀나게 하는 기장 하라다는 안전한 비행을 위해 더욱 그를 단련시키는 것이고, 마녀로 소문난 레이코 팀장 역시 초보 스튜어디스 에츠코를 혼내는 것은 손님들에게 가장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훈련과정일 뿐이다.
<해피플라이트>에선 고참과 신참이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여러 차례 눈에 띈다. 그러나 그런 마찰은 서로 보다 나은 비행을 위한 의견충돌일 뿐이다. 그들은 중요한 위기가 닥치자 고참은 관록으로 신참은 아이디어로 서로 보완해 완벽한 일처리를 해낸다.
<해피플라이트>는 얼핏 보면 단순한 코미디로 비치기 쉽지만, 결코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마는 영화가 아니다. 풍부한 취재를 통해 비행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에피소드 안에서 융합되어 매우 소상하게 소개된다. 자잘한 사건을 통해 항공 관계자들의 삶을 더욱 이해하고 그들의 삶의 애환과 고뇌를 잘 전달해준다. 거기에 더해 기체 결함이 발견된 이후 비행은 전형적인 항공재난식으로 풀어내지 않고, 우리가 흔히(?) 비행장에서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끝낸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긴장감이 넘친다. 전반부가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유머스럽게 항공 관계자들의 삶을 보여줬다면, 후반부는 기체 결함이 발견된 비행기가 회항하면서 겪는 일을 통해 매우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낸다. 그리고 여기엔 전반부에 공을 들여 보여준 모든 이들이 골고루 활약을 펼친다.
어찌보면 시시할 수도 있다. 여기선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는 하이재커나 테러리스트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비행에 대해 무조건적인 공포를 지닌 중년남성,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 수학여행으로 들뜬 학생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화내는 이들이 좌석에 모여 있을 뿐이다.
<해피플라이트>는 보는 순간 당신의 입술에 미소를 드리우게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생생한 항공 관계자의 삶을 보여주고, 끝에는 잔잔한 감동마저 느끼게 해준다. 물론 할리우드식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당신이라면 메밀국수처럼 담백한 이 작품에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특별한 사건(?)없이 실제 항공사의 하루를 영화로 옮겨낸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솜씨엔 갈채를 보낸다.
비행장이 작품의 주요 무대라면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를 욕심낼 만 한데, 그는 전혀 그런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승부를 본다. 기회만 닿으면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에 도전하는 우리나라 감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추천은 공짜입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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