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름다운 끝이란 무엇일까? '여인의 향기'

朱雀 2011. 9. 6. 06:55
728x90
반응형



아름답게 죽고 싶다이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인생의 결말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건 동시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여인의 향기>에서 이연재(김선아)처럼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면, 과연 아름다운 끝을 맺을 수 있을까?

 

용케 암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늙으면 치매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때때로 정신이 온전하게 돌아올때마다 죽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 죽을 때 아름답게 죽는 것도 큰 복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여인의 향기>에선 인생의 끝에 대해 다른 모습을 이야기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여인의 향기>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든 점 중에 하나는 암투병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고통스럽거나 추하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여태까지 대다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암투병을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살이 빠지고 눈밑의 다크서클은 너무 내려와서 턱밑까지 내려오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모조리 빠져 보는 이를 심하게 괴롭게 할 지경이었다.

 

근데 <여인의 향기>에선 새로운 항암치료 덕분에 머리가 빠지지도 않고, 환자들은 일정기간만 투병하고 다시 원래생활로 돌아가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런 모습은 이전까지 나 병들었어. 나 곧 죽어라고 이마에 써놓고 다니는 배우들만 보다가 접하니 무척 신기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이연재와 같은 병실을 쓰는 양희주(신지수)였다. 그녀는 간암으로 2년째 투병중이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시한부 환자들과 너무나 달랐다.

 

항상 웃고 다니며 농담하길 좋아한다. 게다가 까칠하고 차갑게 환자를 대하는 채은석(엄기준)을 짝사랑 하는 모습으로 나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채은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머 우리 데이트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엉뚱발랄하기 그지 없으며, 환하게 웃는 것만으로도 주변사람들을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시키는 그녀는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상큼발랄한 캐릭터였다.

 

물론 그녀 역시 아픔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자 했을 때, 채은석이 말리자 죽어도 좋다며 가게 해달라고 조르며 우는 그녀의 모습에선 생의 끝자락에 선 이의 슬픔이 절절하게 배어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행복한 캐릭터였다.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서 운 좋게 어머니를 만나 병실에서 함께 지내면서 너무나 행복해했고, 짝사랑하는 채은석에게 졸라 탱고를 추자 역시 행복해했다.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져서 채은석이 싫어했던 자신의 웹툰을 내렸음에도, 채은석과 다른 투병환자들을 위해 웹툰을 올린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만약 내가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면,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진 것처럼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추하게 인생을 끝마쳤을지 모르겠다. 물론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녀는 생의 불꽃이 다해가는 순간에도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죽는 순간 채은석과 어머니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했다.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죽고 난 다음에 다른 이들을 위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웹툰을 그려 올리면서 아름다운 끝맺음을 할 수 있을까? 비록 드라마속 상황에 지나지 않지만, 이번 장면은 어떤 책 못지 않게 많은 생각과 울림을 주었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 신지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대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