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현대자동차에 재기발랄한 독설을 날린 ‘탑기코’

朱雀 2011. 9. 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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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10시 XTM에서 방송된 <탑기어 코리아> 3화에선 상당히 놀라운 발언이 이어졌다! 바로 슈퍼 울트라 메가 짱 나이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의 벨로스터에 대해 독설이 이루어진 것이다!

 

<탑기코> MC인 연정훈과 김진표는 ‘Cool&Un Cool’이란 코너에서 몇몇 차에 대해 나름대로 농담과 의견을 섞어가며 평가를 매겼다. 여기에 현대 벨로스터가 등장했는데, 벨로스터의 디자인에 대해 연정훈은 벌레를 연상시킨다고 했고, 이에 김진표는 화성에서 막 날라온 곤충룩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연정훈은 아예 도발적으로 방청객들에게 벨로스터가 예쁘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세요?”라고 물었고, 수많은 방청객 가운데 딱 한사람만이 그렇게 대답했다. 연정훈은 옆의 여자친구에게 이런 차를 사겠다는 남자와 계속 사귀시겠어요?라고 자못 심각하게(?) 물었고, 김진표는 더 좋은 차를 사야된다니까요라고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물론 연정훈은 벨로스터를 무조건 깍아내리지만은 않았다.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 높이 평가했지만, 평가는 가차없었다. 연정훈은 별로다UNCOOL쪽에 벨로스터의 사진을 붙였다.

 



K5를 COOL쪽이 붙일때만 해도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국산 브랜드다
보니 좀 더 너그럽고 후하게 평가한다고 보았다.



그러자 한술 더 떠서 김진표는 자신이 후지다라고 번역한 ‘Seriously Un cool’쪽에 벨로스터의 사진을 붙였다. 그것도 게시판에 맨 귀퉁이에 붙임으로서 벨로스터가 매우매우 후지다라는 표현을 대신했다.

 

이 포스팅을 보는 이들 가운데는 에게. 그걸 가지고 뭐가 대단한 독설을 날렸다는 거야?’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국내 제조업체 판매율 가운데 무려 50% 이상을 점유하는 무서운 대기업이다. 그뿐인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본질적으로 같은 그룹사 계열이기 때문에, 이 둘을 합치면 80.5%를 차지하는 무시무시한 거대독점기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대 벨로스터에 대해 곤충을 운운하며 '디자인이 후지다'라는 식의 독한
평가를 내리고 만다! 광고를 먹고 사는 케이블 방송에서 이런 비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정도였다!




이런 독점 기업의 무서운 점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의 저자 미쓰하시 다타아키가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걸리버 기업이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신형 자동차를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는 제대로 저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끌려갈 수 밖에 없다.

 

한국 시장에서 다른 기업은 가격경쟁 등을 펼치고 싶어도, 현대기아차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때문에 뭔가를 해볼 수가 없다. 상대진영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면, 현재기아차는 더 낮은 가격으로 응수할 것이고, 상대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다른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여러 기업이 경쟁을 벌여야지만, 서비스와 품질이 좋으면서, 값싼 자동차를 살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체질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 금속노조 정책 연구원이 2010810일 발표한, <중소하청기업에 대한 중간착취가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요인인가>를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무려 79.2퍼센트가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금하고 있었다. 금속노조가 하청업체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했더니 매출은 분명히 늘었는데,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독점적 수요자지위를 갖고 있는 현대 자동차가 초대형수요자로서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하청업체에게 강요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 에서 요약발췌

 

부자삼성가난한한국삼성은번영하는데왜한국경제는어려워지는가
카테고리 경제/경영 > 각국경제
지은이 미쓰하시 다카아키 (티즈맵,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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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수출의존도가 2010년 기준으로 43%가 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거대기업이 세계기업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이런 거대기업의 폐해는 시장을 건강하게 하는 자유경쟁체제를 무너뜨림으로 해서, 국민과 국내 시장은 물론 자국 나아가서는 기업 스스로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례로 일본의 도요타를 들 수 있다. 도요타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GM을 넘어서서 세계 1위의 자동차 판매기업으로 일본의 자존심 그 자체였다. 그러나 2010년 끔찍한 대규모 리콜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도요타의 CEO가 미국 청문회에 불려나와 수모를 겪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100만대를 넘는 거대리콜과 이번에 쓰나미-대지진의 피해까지 겹쳐 현재는 세계 3위까지 떨어졌고, 현대기아차그룹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2004년 판매대수는 173만대인데 리콜대수는 188만대, 2005년에는 판매대수 170만대에 리콜대수 188만대로 결함차율이 100%를 넘는다. 2004~2006년을 따지면 3년간 512만대를 팔고 511만대를 리콜해 결함차율은 99.9%에 달한다.

-<토요타의 어둠> 에서

토요타의어둠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일반
지은이 MY NEWS JAPAN (창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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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도요타가 이런 사태까지 직면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이 빅3(GM-포드-크라이슬러)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에게 일부러 흠잡기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다. 물론 자국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점에선 타당한 시선이다.

 



Un Cool도 부족해서 '후지다'라고 표현한 Seriously Un Cool, 그것도 맨 귀퉁이에 반쯤은
공중에 매달리게 한 채, 벨로스터의 사진을 붙인 것은 재밌기도 하지만, 벨로스터의 디자인
에 대해 '후지다'고 일침을 멋지게 날린 명장면이었다. <탑기코>가 국산 브랜드에 대해서도
이런 재기발랄함과 멋진 비판정신을 앞으로도 계속 쭈욱 가지고 나가길 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도요타는 그동안의 성장에 심취해서 자사의 자동차의 결함에 눈을 감았고, 국내 언론사는 도요타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결함에 눈을 감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 결과는 오늘날 보듯이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필자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일일이 열거한 이유는 현대-기아차 역시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만약 도요타가 자동차의 문제점을 즉각 인지하고 재빨리 리콜 등으로 대응했다면, 이 정도까지 심각한 위기에 처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일본 언론 역시 자국 브랜드 감싸기에서 벗어나 건강한 비판을 했다면 충분히 사태를 방지 혹은 최소화 시킬 수 있었다.

 

물론 <탑기코>에서 현대 벨로스터에 대해 비판한 수준은 애교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내 자동자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국내메이커에 이런 독설을 공식적으로 날릴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떤 신문사와 잡지가 감히 현대자동차에 대해 나쁜 평가를 메길 수 있겠는가?

 

슈퍼 메가 울트라 짱급인 광고주이기도 한 현대차를 말이다! 광고가 공중파보다 더더욱 아쉬운 케이블 방송에서 용감하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현대차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승승장구 하고 싶다면 <탑기코>의 독설에 대해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독설과 비판을 받아들여 성장의 동력을 삼을 때 보다 큰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아울러 <탑기어 코리아> 역시,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소신과 신념을 담긴 독설을 통해 건전한 비판문화를 키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필자가 자동차 버라이어티쇼인 <탑기어 코리아>를 응원하고 시청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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