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용옥 교수가 말한 삼성이 소니를 이긴 비결?

朱雀 2011. 9. 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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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밤 1040분엔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2화가 방송되었다. 방송 초기엔 중국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근데 재밌게도 여기서 김용옥 교수는 나름대로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고 끝내는 뛰어넘을 수 있는 비결을 이야기했다.

 

시작은 이랬다! 김용옥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인도학의 최고는 어느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여기서 인도는 차도(차가 다니는 길)의 반대말이 아니다. 바로 오늘날 중국과 더불어 세계강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도를 뜻함이다.

 

언뜻 생각하면 고고학의 대가인 영국이 떠오른다. 도올은 예전에는 영국이 인도학의 최고봉임을 인정했다. 하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1945년 타카쿠스 쥰지로오가 <대정대장경>을 편찬하고, 그의 제자 우이 하쿠쥬가 <인도철학연구>를 펴낸 이후로 세계 인도학은 일본이 선도하고 있단다.

 

 

그뿐인가? 세계에서 제일 사전을 잘 만드는 나라 역시 일본이다. 부끄럽게도 국내 사전들은 대다수가 일본 사전을 절대적으로 참고해서 만드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전은 학문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나라의 학문 수준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물론 오늘날 경제성장률만을 운운하는 우리 사회에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문제지만-

 

근데 여기서 도올은 재밌는 은유를 한다. “일본 사람들은 겉으로 봐선 한국 사람들과 구분이 안되거든. 일본 사람들이 깔아놓은 카페트를 우린 걸어가면 되는 거야라고. 학생들이 웃자 똑같은 대접을 받으니까. 내가 웃길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정신을 차려서 공부해서 일본 문명의 성취를 흡수하면, 우린 일본 문명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라는 기막힌 이야기를 했다.

 

“...우리로선 굉장한 어드밴티지다. 삼성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도 소니가 고생 고생해 놓은 데다가 끝머리에다가 비슷한 건데 더 좋아졌거든. 그 소니가 몇십년 고생한 것을 까먹고 들어간 거죠. 그만큼 단시간에 내에 따라잡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멸망할 수 있는 거여. 여기에 위험성 있는 거여. 삼성이 정신 못 차리면 그냥 탈락하는 거야라며 삼성전자의 어제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었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삼성과 LG TV가 소니보다 화면이 좋다는 것은 무덤에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식으로 말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위상변화를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에이 겨우 몇 마디 가지고 뭘 그래? 그 얘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학문적 성취가 높은 이가 그동안의 생각을 단숨에 펼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필자처럼 배경지식과 여러 가지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조금 썰을 풀어볼까 한다. 먼저 우리나라는 30년이 넘도록 일본에게 강제식민지 생활을 했기 때문에 민족적 감정이 좋질 못하다. 게다가 일본이 우리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는 발전하지 못하고 1945년에서 얽매어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처럼, 일본이 밉긴 하지만 배울 수 밖에 없는 존재다. <10년후미래>라는 책을 보면 딥팩터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딥팩터는 기존경제학에선 흔히 무시하는 그 나라의 역사나 지리적 위치, 국민적인 정서 같은 것들을 뜻한다. <10년후미래>의 저자가 딥팩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시간에는 딥팩터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지만, 장시간에 보면 경제가 흥하고 망하는 것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압축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옆나라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현재는 중국에 밀려 3위지만)인 일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은 연말연초에 도쿄에서 지내면서 다음해 사업을 구상하는 경우가 연례행사였다. 그가 이른바 도쿄구상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 어쩌다보니 그는 일본에서 연초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때마침 NHK에서 신년을 맞아 경제를 비롯한 각계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새해에 대한 전망을 하는 특집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이병철 회장은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경제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 대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그런 고급 정보를 논하기는 커녕, 모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이병철 회장에게 엄청난 충격이었고, 그 이후로 그는 일본을 더욱 수시로 오가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은 세계 각국의 정보와 기술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사업가인 이병철과 그의 대를 이어 삼성그룹의 수장이 된 이건희 회장이 일본 따라하기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병철과 이건희 회장이 줄줄이 와세대 대학을 나온 것은 당연히 선진 문물을 배우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일본 기업가들과의 인맥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했다. 이병철과 이건희 회장은 이런 일본 인맥을 통해 일본 기업들과 합작하거나 선진 기술을 배우거나 혹은 조언을 듣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보다 더욱 나아가서, 아예 일본 기술자들을 스카웃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93후쿠다 보고서를 내서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 고문인 후쿠다 시게오. 일본조차 아직 3차원 CAD/CAM 제작 설계방식과 PDM을 도입하게 만들었던 요시카와 료조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일본의 기술자들이 스카웃되거나, 주말을 이용해서 알바로 삼성에 와서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조언을 해주었다. 일요일 저녁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선 전문기술자 일본인들이 서로 모른척 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한 이야기다.

 

물론 일본이 선선히 삼성에게 기술을 알려준 것은 아니다. 삼성이 반도체를 개발하고 LCD를 개발하던 시기에는 찾아온 기술자들을 문전박대하고 괄시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일본 기업들이 서로 연합해서 가격을 내려 삼성전자를 곤란에 빠뜨리기고 했다. 나중엔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해서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삼성에게 이 되었다.

 

! 정리해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제조기술을 지닌 일본이 바로 옆나라다! 비행기를 타면 고작 한 시간 정도면 서울에서 도쿄를 갈 수 있다. 이런 물리적 거리는 우리에게 엄청난 이점을 안겨주었다. 바로 기술이 부족한 우리로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쪼르르 바로 옆나라로 달려가서,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모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일본 따라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CAD/CAM은 일본에서 먼저 나왔지만 그걸 현장에서 구현한 것은 우리가 먼저였다! 일본은 장인정신이 투철해서 2차원 설계도는 세계최고 수준이었지만, 그런 장인정신은 새로운 기술에 저항을 가져왔다. 따라서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을 따라잡아야 했던 우리로선 그런 3차원 설계기술을 받아들이는 모험을 했고, 이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져 우리가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도체 가격이 급락해서 일본 기업들이 공장에 투자하지 않을 때, 삼성은 오히려 공장의 설비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줄어든 생산수량을 인해 주문이 폭주하자, 그것을 감당해낼 수 있어서 일본 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외 연구진들의 피땀 어린 연구와 영업사원들의 엄청난 판매술 그리고 사장단들의 판단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 결과 오늘날 삼성전자는 일본의 10대 전자 기업들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을 수 있는 비결이자, 오늘날의 주소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일류기업이 되었다고 자만하면 곤란하다. 일본의 장인들은 아직까지 세계에서 통하는 최고급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CD, 반도체 등은 이미 고급기술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전략을 보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생산설비를 늘리며 치킨게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역시 중국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높은 기술과 고수익의 제품군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바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몇 줄의 말로 풀어낸 것이다.

 

우리의 학문적-경제적 성취는 분명 세계 최고는 아니고,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과 같은 강대국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사적 흐름을 잘 읽고, 그 흐름을 타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모험한다면 삼성전자가 소니를 따라잡고 끝내 2002년에는 역전하고, 2006년에는 LCD TV로 소니를 제치고 북미시장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한 것처럼, 세계사에 있어서 중요한 국가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선택은 전적으로 오늘날 우리의 몫이다.

 

지금이 대한민국의 최전성기로 기록될 것인지, 아니면 몇 십년 후에도 계속 발전하는 나라로 기록될 것인지, 우린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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