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도올 김용옥, 마이클 샌델의 ‘정의’를 비판하다!

朱雀 2011. 10. 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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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중용’ 강의에서 도올 김용옥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물론 정확히 마이클 샌델이란 이름이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제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서구가치인 ‘정의’를 운운한 것은 누가봐도 작년 우리사회를 휩쓴 ‘정의열풍’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었다.

 

도올은 <중용>이란 텍스트에서 인간이 행동지침을 아래와 같이 주었다고 말했다. 1) 묻기를 좋아하고, 2) 가까운 말들을 살필 줄 알아야하고, 3) 될 수 있는 한 자신과 남의 좋음 점은 드러내주고, 추한 면은 덮어주고 4) 항상 인간의 모든 극단적인 면을 고려해서, 극단에 빠지지 않고 그 중(中)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러면서 도올의 말은 이어진다. 서양에서는 정의란 실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전에도 지적했지만, 정의라는 개념은 인간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뿐, 실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물론 자유-평등-민주주의 같은 개념들은 20세기에 들어서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한 위대한 단어이자 개념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단어들은 현실세계에서 실존할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는 선(善)이지,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현실에서 완벽하게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 것이다!

 

서구의 철학자들은 그런 지고지순의 개념을 논하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해왔다. 그것도 무려 2천년이나. 그러나 서두에 밝혔다시피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을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서로 박터지게 토론하는 것은 무의미한 입싸움이 아닐까?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뻥'이 아닐까? 있지도 않은 걸 있다고 우기니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논리철학논고>에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침묵할지어다’라고 했다. 아무리 인간의 말로 위대한 구조물을 지을 지라도, 그건 금방 헐릴 수 있는 성곽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왜? 그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머릿속의 상상일 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양에선 침묵만으로도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도올은 소리를 높인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선 지난 2천년이 넘도록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기 때문에, 실천해야 한다고.

 

정의란무엇인가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지은이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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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선(善)을 이룩할 것인지 방법을 찾고 토론하는 게 낫지 않을까? 도올은 주장한다. 우리 동양에는 <중용>과 같은 위대한 텍스트가 있고, 거기서 무의미한 입씨름이나 잘난 척을 하는 개념이 아니다.

 

현실세상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닥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실천적인 방법이자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다고. 끊임없이 물음으로써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종국에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인물이 되고, 진리를 멀리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말씀, 즉 책이나 다른 이들의 행동들을 살피고, 남의 추한 면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면을 돋아주며, 어떤 일에 닥쳤을 때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가장 적절한 길을 찾아가는 것.

 

듣기에 따라서는 참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런 방법을 통해 어려운 인간세를 통하는 실천방법을 제시한 <중용>의 말씀은 참으로 위대하지 않은가? 물론 마이클 샌델 역시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는 철학적-윤리적 문제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애썼다.

 

우리 사회가 <정의> 열풍에 휩싸인 것은 그동안 경제성장이란 목표 아래, 복지 문제를 비롯하여 사회정의에서 지극히 낮은 수준을 구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올 김용옥 교수가 말한 것처럼, 만약 정의를 말한다면, 그건 개념이나 입씨름을 위한 궁리가 아니라, 철저한 행동이 뒤따라야만 한다.

 

중용인간의맛
카테고리 인문 > 철학
지은이 김용옥 (통나무,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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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은 모든 것이 실천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건 저열한 지식에도 미치지 못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 필요한 덕목은 앎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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