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홍대 그래피티를 보다가 가슴 아파진 사연

朱雀 2011. 12.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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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홍대를 가기 좋아한다. 우리집에서 가려면 무려 1시간 30분 이상 걸리지만 그래도 가면 즐겁다. 왜냐하면 그곳엔 나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 알맞은 맛난 먹거리들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볼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피티 역시 좋은 볼거리중에 하나다. 돈낼 필요도 없고, 전시관에서처럼 줄지어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이야말로 12조가 아닌가? 게다가 작품성도 훌륭하고 눈요기감으로도 그만이다.

 

예를 들어볼까? 한 남자가 여자에게 무릎꿇고 있는 이 그래피티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우산을 들고 있는 이 여성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았을 때 영화 <메리 포핀스>가 확실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줄리 앤드류스는 이후 우리에게 도레미송으로 너무나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하지 않았던가?

 

태양이 웃음을 짓고, 어린왕자가 미소를 띤 이 그래피티는 아무런 감정없이 길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가 하면 홍대에선 상점마저 예술틱해진다. ‘GAP’의 이 벽화를 보라! 얼마나 발칙하고 재기발랄한가? 그렇지만 홍대스러움을 팍팍 풍기고 있지 않는가?

 

그래피티를 찍으려고 마음 먹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심슨 가족>의 식구들이 눈에 띄었다. 대머리에 배만 나와서는 술과 먹을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호머 심슨, 엄청 머리가 좋은 리사, 항상 말썽만 일으키는 바트, 1987년 방송된 이래 여태까지 아기에서 더 이상 성장을 멈춘 매기까지.

 

보고 있노라면 온갖 에피소드가 생각나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즐거웠던 웃음은 점차 짜증으로 변해갔다. 특히 마지 심슨의 이곳저곳에 한 무질서한 낙서를 보면서 팔자 주름이 저절로 생겼다.

 

! 누가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왜 그냥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가지 굳이 낙서를 해서, 이런 작품을 망친 것일까?’ 그런 안타까움이 저절로 들었다.

 

홍대의 그래피티는 나에게 창조적 열정과 더불어 끊임없이 깨어날 것을 주문한다. 주차장과 쓰레기장 주변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그림 하나로 얼마나 주변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지 산 증인이 되어 나에게 증명한다.

 

헤어샵의 디자이너들을 벽화로 처리하여 자신

들을 소개한 이 작품은 얼마든지 개성과 색깔을 지키면서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케 한다.

 

그러나 낙서로 점철된 그래피티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나 그 그래피티가 멋질 때는 더더욱. 아마 학생들이 힘을 합쳐 그린 듯한 이 벽화들은 만약 낙서가 없었다면 보기에도 좋을뿐더러,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했으리라.

 

그러나 낙서로 인해 중요한 메시지는 막혀버렸고, 멋진 그래피티는 그저 흉물스러운 낙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만약 이걸 그린 이들이 보았다면 마음이 어떠했을까? 나보다 더했을 테지...

 

어쩌면 그래피티는 길거리에 있기에 훼손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그 태생상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어져 흉물스러운 전시물로 전락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잡초같은 상황에서도 창조력을 발휘되고 더욱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리라 믿는다. 우리가 어린시절 낙서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상상력을 키워나가듯이 말이다. 부디 홍대의 멋진 그래피티들이 훼손되지 않고,더욱 많은 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어떤 방법이나 대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예술은 꼭 머리를 싸매고 전시관에서 근엄하게 앉아야만 탄생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길거리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들판에 핀 이름 없는 꽃이지만 그 향기는 진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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