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병만의 정극도전은 성공할까? ‘널 기억해’

朱雀 2012. 1. 21. 09:39
728x90
반응형



 

SBS에선 금요일 밤 11시에 설날특집으로 독특한 단막극을 선보였다. <널 기억해>라는 제목의 드라마는 세 친구를 통해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현대인과 바보스러울 정도로 행복을 추구하는 두 부류를 놓고 비교하게 만든다.

 

<널 기억해> 가 우리의 눈에 띄는 것은 전적으로 김병만 때문이다. ‘달인으로 기억되는 그는 불과 지난주까지 <정글의 법칙>이란 서바이벌 예능 프로에 출연해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그의 정극연기는 어떨까? 일단 합격점을 줘도 무방할 것 같다. 김병만이 맡은 이덕수는 너무 착해서 동네 사람들의 무시를 받는 인물이다. 10년동안이나 은수(이영은)의 곁을 맴도는 그는 지고지순한 순수한 사랑을 주는 인물이다.

 

덕수는 첫 등장부터 아버지에게 쫓기는데, 이유가 단 한가지다. 예전에 자신한테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은 친구에게 또 한번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30만원짜리 발리 여행 티켓을 세장이나 산 이유는 혼자가 아니라, 은수-강수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서였다.

 

덕수는 동네 사람들을 위해 각종 집수리와 수선을 도맡아서 해주는 착한 인물이다. 친구 강수가 회사에서 잘 나가는 것에 대해 행복해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은수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줄 아는 정말로 이 시대에선 찾아보기 힘든 '희귀 인물'이다.

 

<널 기억해>는 설날 드라마답게 따뜻한 이야기를 솔솔 풍긴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잘 생기고 잘 나가는 하강수역의 김진우는 분명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요즘처럼 성공이 화두인 시대에 분명 그의 행동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대목이 많다. 그러나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온 두 친구를 멀리하는 그의 행동은 공분만 사기에 충분할 뿐이다.

 

이영은이 맡은 정은수 역은 강수를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지고지순하고 각박한 현대인의 삶에 맞지 않게 착한 그녀의 삶 역시 설득력이 조금 떨어진다.

 

김병만의 연기는 첫 정극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연스럽다. 게다가 원래 선한 인상의 그의 모습은 친한 친구에게 두 번이나 사기를 당했음에도 친구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이나, 은수가 10년 만에 가게를 비웠다고 어쩔 줄 몰라하는 그의 순박한 모습은 김병만과 잘 맞아떨어진다.

 

아쉬운 건, 그 이상의 뭔가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김국진은 <내 약혼녀 이야기>2001년 단막극에서 정호역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한 이미지와 달리 김국진은 여기서 순박한 농촌 청년이지만, 결혼을 위해 만난 연변처녀 홍매에게 모질게 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나름 순박하지만 도시적인 옛 친구인 선아(조은속)에게 사기를 당하고, 뒤늦게 홍매의 귀중함을 깨닫고 찾아헤매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김국진은 순박한 모습과 더불어서 심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못된 남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국진은 우리가 늘 보던 바보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버리고, 연기자로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짜증내고 화내고 후회하는 그런 일상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 의외성은 김국진의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 이후 김국진은 몇몇 드라마에 출연하며 카멜레온처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 김병만의 첫 정극 도전은 너무 안전에 치우친 느낌을 받는다. <널 기억해>라는 드라마에선 그의 기존의 선한 이미지와 너무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달인 김병만은 개그코너에서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정극에서 역시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의 기존 프리미엄 따위를 버리고 노력해서 다시 한번 그런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해주길 바랄 뿐이다다음 번 그의 활약을 기대해보는 바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