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심혜진의 미친 존재감, ‘선녀가 필요해’

朱雀 2012. 3. 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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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심혜진이 <선녀가 필요해>에 출현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그리고 막상 <선녀가 필요해>를 감상해보니 반말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안녕! 프란체스카>의 재판이었다.

 

따라서 처음엔 그다지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식상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그러나 <선녀가 필요해>를 매일 시청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심혜진의 왕모 캐릭터는 분명 프란체스카와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매력에서 만큼은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최근화를 예로 들어보겠다. 7화에서 왕모는 마태희(윤지민)과 말싸움이 붙어서 차세주(차인표)집에 얹혀사는 대가로 월세를 내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선녀탕에 내려온 그녀는 할줄 아는게 없었다. 처음에는 마트 카트의 100원이 돌려주는 시스템을 알고는 쇼핑을 마친 이들의 카트를 가져가려 한다. 그러나 그녀를 보고 놀란 여성들이 질겁을 하고, 때론 전력질주를 하며 심혜진을 방해(?)하자 난감해한다.

 

오전 내내 일(?)해서 겨우 1200원을 번 심혜진은 동전을 세는데, 그때 한 어린이가 100원을 주자, ‘이봐! 꼬마!’라고 부른다. 여기서 나를 어떻게 보고?’라는 대사가 떠올랐는데, 그녀는 의외로 상냥하게 고마워라고 말한다.

 

사실 이런 장면들 만약 심혜진이 아니라 다른 연기자가 했다면 그다지 웃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심혜진 만의 묘한 카리스마가 묻어있는 왕모란 캐릭터는 그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장면마저도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 이후 돈을 벌기 위한 심혜진의 집착은 더욱 커져간다. 자신이 마시고자 한 사이다 한병의 값이 1100원이나 하자, 오히려 점원에게 짜증을 내며 물러달라고 한뒤, 평소 알고 지내던 금보화(박희진)에게 우격다짐식으로 알바를 따와서 벽보를 붙이는데 소방서까지 붙이는 그녀의 도를 지나친 행동은 그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실소를 나오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도로 바로 옆에서 뻥튀기를 튀기면서 장사를 하는 그녀의 대담함은 시트콤속 캐릭터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는다. 그녀의 뻥튀기로 인해 자동차 사고가 나고 경찰이 출동했는데, 잘못했다는 기색 하나 없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는 심혜진의 모습은 그저 배꼽을 잡게 만들 뿐이다.

 

8화에선 차세주가 월세를 안 받겠다고 했지만, 아프리카까지 흘러들어간 선녀옷을 찾기 위해 돈이 필요한 심혜진의 집착은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유투브에 올린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주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자, 이번엔 금보화대신 홀을 지키게 된다.

 

여기서 심혜진은 욕쟁이 할머니 비슷한 캐릭터로 인해 치킨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흥행요소가 된다. 처음에는 이 집 닭 맛있어. 어서와라고 손님을 반기다가, 너무 손님이 많이 오자, ‘여기 5백 한잔이요라는 손님의 주문에 고만 X 먹어!’라던가, 들어오는 손님에게 그만 들어와!’라고 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행동은 방바닥을 뒹글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심혜진의 왕모 캐릭터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이미 심혜진은 뱀파이어의 모습으로 거의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러나 심혜진 만큼 천연덕스럽고 오리지널한 캐릭터를 우린 일찍이 보질 못했다.

 

게다가 <안녕! 프란체스카>는 벌써 5년도 더 된 이야기다. 그래서 오늘날 시청자중엔 필자처럼 보지 못한 이들도 많기 때문에 새롭다고 할 수 있다. 심혜진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경이로움이다.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심혜진이 연기하는 내용 등은 전혀 새롭지 않다. 그건 약간의 형태를 달리할 뿐 할리우드를 비롯해서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였다.

 

그러나 단언컨대 심혜진만큼 웃긴 연기자는 없었다! <하이킥 3>는 시트콤 치고는 현실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반면 <선녀가 필요해>는 좀 더 예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 캐릭터들도 많이 과장되어 있다. 특히 제목처럼 하늘나라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 내려온 선녀인 왕모는 그중에서도 가장 과장된 캐릭터다.

 

사실 심혜진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녀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극본에서조차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편린들이 녹아들어간다. 빵을 보고 먹는 다던가, 택시를 바로 타는 장면들이 그렇다. 조선시대에 지상에 내려온 이들이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렇게 빨리 적응한단 말인가?

 

그러나 <선녀가 필요해>는 논리적 추론이나 이성이 중요한 드라마가 아니다. <선녀가 필요해>의 장르는 시트콤이며, 철저하게 시청자를 웃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혜진은 자신의 역할에 100% 아니 120% 이상 충실하다.

 

아무나 보면 무섭게 반말을 하지만, 알고보면 허당에 정많은 왕모라는 캐릭터는 그 엉뚱함과 무식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는 오직 심혜진이 아니면 연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녀가 필요해>는 연기자들에게 많이 기대고 있다! 왕모라는 캐릭터는 심혜진이 아니면 불가능하고, 분노의 훌라후프를 돌리는 차세주 역시 차인표가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철없는 선녀 채화역의 황우슬혜는 이렇게 잘 맞는 연기가 없어보인다. 그런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많은 시청자들이 <선녀가 필요해>를 흥미롭게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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