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양동근은 ‘히어로’를 선택했을까?

朱雀 2012. 4. 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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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이 군제대 이후 5년만에 TV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히어로>! <히어로>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우선 케이블 방송인 OCN에서 방송중인 사실이다. 케이블은 아무래도 공중파에 비해 시청자수가 절대적으로 떨어진다. <슈퍼스타 K>같은 희대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보통 시청률이 3~5% 정도 나오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양동근은 공중파가 아니라 케이블을 선택했을까? 그건 <히어로>란 작품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전까지 국내TV에서 한국형 히어로물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선언하고 만든 적은 없었다.

 

물론 어설프게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어설퍼서도무지 시청자의 공감을 사기가 어려웠다. 영웅은 평상시엔 느끼하고 건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여주인공을 악당에게서 구하는 패턴이 너무나 유치하게 반복되었다.

 

<히어로>는 그런 이전까지의 어설픈 국내 히어로물과 무척 다르다! 예를 들어 3<추락하는 사이렌> 편에서 흑철(양동근)은 차이나타운의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짜장면을 먹다가, 중국 대사를 노리고 온 강도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곳 주변엔 한 여경찰이 마침 순찰을 돌고 있었는데, 강도들과 대치상황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다.

 

흑철은 초능력을 발휘해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면서 범인들의 차량을 쫓아가지만 끝내 놓치고 만다. 여기서 벌써 기존 히어로물과 다른 점이 두 개나 나타난다! 우선 첫 번째는 여경찰이 총에 맞고 쓰러지는 부분이다. 기존의 작품이었다면 주인공 흑철이 여경을 구하던가, 아니면 최소한 지혈 정도는 해주고 갔을 것이다.

 

그러나 흑철은 여경을 구하지고 돌보지도 않고 곧장 범인을 쫓는다. 그리고 맨몸으로 차량을 쫓는 장면도 그렇다.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등을 보면 이런 경우엔 꼭 악당의 차량에 히어로가 하는 소리와 함께 착지한다. 그러면서 차량에 붙은 히어로를 떼내려는 악당과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히어로>에선 멋지게 지붕위를 뛰어다니던 흑철이 결국 범인의 차량을 놓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식으로 멍하니 바라봐서 다소 허망한 웃음을 시청자로 하여금 짓게 한다. 이를테면 기존의 슈퍼히어로물 패러디한 장면인 것이다. 참고로 3화까지 방송된 <히어로>는 매화마다 이런 식으로 슈퍼 히어로물의 특정적인 장면들을 꼰 장면들이 하나씩 있다. 이런 걸 찾아보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히어로>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설정은 히어로인 흑철이 결국 상대해야할 악당이 바로 자신의 아버지와 친형이란 설정이다. 무영시의 시장인 김훈(손병호)은 검사 시절 범죄조직과 싸운 걸로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힘이 약해 정의를 관철시킬 수 없었던 경험은 그를 권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지니게 만들었다.

 

흑철의 친형인 김명철(최철호)는 그런 아버지를 보필하고 있는 최측근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캐릭터는 특구의 종이 선거함을 아버지의 시장 재선을 위해 바꿔치기 하고, 경찰구조조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경찰총장을 협박하는 장면에서 더욱 돋보인다!

 


무영시의 시장이자 절대권력자 김훈. 김명철과 김흑철의 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검사가 된 김명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안으로 권력욕의 화신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부패한 경찰총장


히어로인 흑철의 능력은 아버지 김훈이 1화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던 아들을 위해 실험중이던 주사액을 놓음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아버지가 준 능력을 가지고 결국 인 아버지와 형을 심판해야 하기 때문에 <히어로>는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가 없다.

 

3화에서 히어로 흑철은 정말 무력한 존재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윤이온(한채아)형사를 구해내지만, 그 외엔 경찰구조조정안에 반대하여 일부러 HSS시스템의 맹점을 파고든 명퇴된 경찰들이 강도짓을 하는 걸 막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경찰총장이 김훈시장에게 HSS시스템을 무력화시켜 경찰구조조정안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다가, 오히여 김훈시장과 김명철에게 들켜서, 네명의 수하들을 잔인하게 현장에서 경찰특공대로 하여금 죽이게 하고, 김훈의 구조조정안을 적극 수용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면서 극을 막을 내린다.

 

 

-권형사는 자신의 수많은 동료들이 구조조정을 당해 길거리로 나앉는 일을 막기 위해, 경찰총장은 자신의 조직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김훈에게 맞선다. 그러나 권형사와 일행은 결국 버림받는다. 권형사가 누구보다 정의로운 형사였다는 점에서 그가 형사의 신분에도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시대의 화두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윤이온을 신입 때부터 돌봐주면서 경찰조직을 위해 충성을 다해온 인물은 억울하게 희생되고 만다. 만약 다른 히어로물이었다면, 최소한 네명의 경찰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히어로>는 추악한 뒷거래로 인해 희생당하는 낮은 자들의 비애를 통해 오늘날의 사회를 씁쓸하게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히어로인 김흑철은 아직 능력치가 많이 딸린다. 그는 배트맨처럼 준비된 영웅이 아니기에 허탕도 많이 치고, 절대권력자인 무영시장 김훈과 검사인 친형 김명철에 비해 힘도 머리도 많이 딸린다.

 

그러나 인간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김훈과 김명철에 비해 선한 미소를 짓고, 때론 능글능글 맞지만, 약한 이들의 편에 서고자 애쓰는 그의 모습은 <히어로>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공중파라면 시청률을 의식해서라도 해피해피하게 가져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케이블이기에 오히려 과감하게 작품성을 위해 새드엔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한 3화의 내용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조직 때문에 희생당하는 몇몇 소수의 인간군상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사회풍자를 통렬하게 해내고 있다. 아울러 국가파산이 된 이후, 멕시코처럼 부자들과 빈자들이 사는 구역이 절대적으로 분리되고, 미국이 아니라 중국을 선진국으로 보면서 밀항을 해서라도 가려고 하는 설정등은 많은 의미에서 곰씹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 있고 근 미래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역할을 하는 <히어로>, 액션 장면이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계산해서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해내는 수준 높은 <히어로>를 알아본 양동근의 배우로서의 심미안은 매우 훌륭하다고 여겨진다. 그런 탓에 필자는 매주 일요일 밤 11시를 기다린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인 <히어로>가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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