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유인나의 재발견, ‘인현왕후의 남자’

朱雀 2012. 5.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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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재발견이란 단어를 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한 탓이다! 그러나 인간이 쓰는 단어에 한탄하면서도 쓸 수 밖에 없는 경우들이 생긴다. 이를테면 어제 tvN 수목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최희진역의 유인나가 보여준 연기력이 그러하다!

 

지난 8화에서 김붕도는 조선시대로 돌아왔다가 자객의 습격으로 인해 부적이 두동강이 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두달간의 모든 기억을 상실하게 된다.

 

마침 그때 최희진은 김붕도가 가보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선물해준 차를 타고가다가 갑작스런 현기증을 느끼곤 차사고를 내고 만다. 이후 그녀는 정말 졸도하고 싶은 일들의 연속이 일어나고 만다.

 

바로 그녀가 기억하는 김붕도를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지난 한달간 겪었던 일이 인터넷은 물론이요, 가장 가까운 매니저까지 다른 기억을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니저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는 기억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신 장희빈>을 찍으면서 옛 연인인 한동민이 다시 사귀자고 졸랐고, 그런 집요한 한동민의 요구에 결국 최희진도 어느새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최희진이 기억하는 지난 두달 동안 어땠는가? 그녀는 <신 장희빈> 제작발표회장에서 왠 말을 타고 달리는 선비를 만났고, 그 선비가 자객을 죽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런데 자객은 죽자마자 미이라가 되더니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기막힌 일이 발생했다. 덕분에 그녀는 기절했고, 제작발표회에 불참하고, 윤나정에게 꽃으로 맞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모두 최희진의 꿈이라고 사람들은 말할 뿐이었다. 심지어 원수같았던 한동민이 찾아와서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인 상황에 들어간다.

 

<인현왕후의 남자> 9화는 많은 분량을 유인나에게 기대고 있었다. 특히 전반 20분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멘붕이 된 유인나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따라서 유인나가 연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극의 흥미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인나는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한동민에게 김붕도를 말하다가, 자신만 기억하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하고, 갑작스럽게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신은 한 적도 없는)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결국 너무 당황스런 나머지 병원 화장실에 들어가서 우는 그녀는 연기는 정말 리얼했다. 특히 매니저 가득히와 함께 있는 장면은 그중 최고였다. 거기서 유인나는 갑작스런 눈물을 닦아내기 위해 화장실 휴지를 써서 지저분하게 얼굴에 휴지조각이 묻어있는 채로 슬픔에 빠져 혼란스러워하는 최희진의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김붕도의 한마디 한마디를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동 시간대에 다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너무나 당황해하면서, 자신외엔 아무도 김붕도를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참혹해하는 그녀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

 

그녀의 떨리는 표정과 흐느끼는 목소리, 여배우로서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욕망마저 내던진채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그녀의 디테일한 설정과 연기력은 시청자의 흥미도와 몰입도를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지난번에 지적했지만 <인현왕후의 남자>는 그동안 김붕도와 최희진의 달달한 로맨스가 방송되었다. 그러나 당연히 로맨스물이라면 두 연인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즉 장애물이 등장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장애물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해 괴로워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현왕후의 남자> 9화는 자칫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였다. 이렇다할 사건이 없었고, 기억을 잃은 김붕도와 최희진을 보여주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중 모두 기억을 잃어버린 김붕도보다 거의 모든 기억을 가진 최희진을 보여주는 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기억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고, 너무나 애틋하기 때문이다. 최희진은 한달후 김붕도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서 하루종일 기다린다. 거기서 그녀를 찾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설레여했다가, 팬인 것을 확인하고 급실망하는 모습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갑작스런 비를 만나서 차로 들어가려다가 혹시라도 김붕도가 자신을 보지 못할까봐 공중전화박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더 그녀의 표정은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여성의 그것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그녀 앞에 나타난 한동민을 보고 실망하는 그녀의 표정이었다. 처음에는 우산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아 기대하고 설레였다가 한동민인줄 알고 실망하고, 다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민하는 한동민이 투덜거리자 마지못해 그의 손을 잡고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그녀의 표정은 복잡미묘해서 더 이상의 대사가 필요없을 지경이었다.

 

유인나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면서였다. 그녀는 <최고의 사랑>에 출연했지만, 큰 반향을 주진 못했다. 유인아는 베이글녀로 남성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도시녀의 전형적인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단선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처음 그녀가 <인현왕후의 남자> 의 여주인공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는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그러나 유인나는 마치 그동안 모습을 비췄던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모두 뿜어내려는 듯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예상외의 호연을 보여주었다.

 

특히 9화에선 유독 그녀의 클로즈업 장면도 많고 그녀의 슬픈 내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장면들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내었다. 실로 유인나의 재발견이란 진부하지만 찬사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김붕도를 만날때는 특유의 예쁜 미소와 애교로, 9화에선 300년전 조선 시대 선비인 김붕도를 그리며 눈물 짓고 그리워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고 하염없이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며 슬퍼하던 그녀의 연기는 너무나도 훌륭했다. 찬사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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