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은 강재인이 강대제 이사장의 손녀딸이란 사실이 밝혀진 후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한편으론 이해되고 또 한편으론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끔 했다.
가장 먼저 강재인에 대해 고민을 한 이들은 세종대병원의 과장 4인방이었다. 그들은 강재인의 고귀한 신분(?)을 알고 어떻게 대할지 의논했다. 결론은 인턴이므로 편하게 ‘반말을 하자’였다.
그러나 막상 엘리베이터에서 강재인과 마주치자 과장 4인방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들은 각자 이전에 강재인을 막대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학과 나병국 과장은 강재인을 보고 ‘너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협박성 멘트를 날렸고, 일반외과 김민준 과장은 눈 똑바로 뜬다고 뭐라고 하다가 강대제 이사장이 오는 바람에 넘어갔다.
결국 제일 많이 찔렸던 김민준 과장은 약속과 달리 존대말을 씀으로써 다른 과장들의 눈치와 강재인의 놀란 표정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과장들의 모습은 웃음과 함께 씁쓸함을 남겨주었다.
그들보다 더 웃긴 건 응급실의 콜을 받은 레지던트들의 반응이었다! 이전까지 다른 과들은 응급실의 콜을 받으면 무시하거나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다른 과의 도움이 절실했던 응급실로서는 늘 당하는 서러움이었다. 그러나 강재인이 콜하자, 처음에는 무시했던 레지던트들도 ‘강재인?’이러고는 곧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내려왔다.
게다가 한 환자를 놓고 서로 다른 네명의 레지던트들이 의학적 소견을 놓고 다투는 모습은 보기 드문 진귀한 광경이라 웃음이 터져나왔다. 게다가 서로 맞지 않으려는 과들을 향해 응급의학과 김도형 레지던트가 ‘싸우는 건 좋은데 누가 맡을지는 정해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보는 시청자가 다 통쾌할 지경이었다.
지난 16화 동안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실려왔는데도, 각 과들이 핑계를 대고 내려오지 않는 장면을 너무나 봐온 탓이었다. 물론 각 과들 역시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으나, ‘사람의 생명’을 앞에 놓고 다른 계산을 하는 모습은 도저히 좋게 볼 수 없었다. 만약 나 자신이나 주변 친지들이 저런 상황에 놓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골든타임>처럼 병원 이사장 손녀딸이 응급실에서 일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따라서 제일 약한 응급실이 다른 과 위에서 군림하는 이런 모습은 절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골든타임>을 통해 알게 된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드라마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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