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적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 박태환, ‘런닝맨

 

어제 ‘런닝맨’에는 박태환과 손연재가 출연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 박태환과 체조계의 요정으로 앞날이 기대되는 손연재가 나왔으니, 기대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런닝맨>은 아무래도 남성 출연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관심은 귀엽고 예쁜 손연재에게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천진난만한 소녀인 손연재는 활약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해 박태환은 놀라운 예능감과 활약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처음 등장한 박태환은 ‘제일 먼저 아웃시키고 싶은 멤버’를 묻자, 그 질문을 한 하하를 들어 머쓱하게 함으로써 웃음을 유도했다. 게다가 박태환은 손연재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명씩 멤버를 충원하는 상황에서 멈칫해서 다시 한번 웃음을 주었다.

 

트램펄린 노래방 레이스에선 80점을 넘어야 하는 미션에서, 박태환이 소속된 초록팀이 아깝게 떨어지자, 유재석이 비켜달라는 의미로 ‘탈락’이라는 말을 하자, ‘근데 저...탈락에 되게 예민해요’라고 말해 천하의 유재석을 몸둘바를 모르게 만들었다.

 

김종국이 ‘런 투 유’를 선택하자, 강력한 파워안무를 김종국과 함께 춰서 보는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었다. 박태환은 의외의 모습을 선보이며 반전을 거듭하며 재미와 큰 웃음을 주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 정도기 때문에, 당연히 워터볼을 쉽게 가지고 놀 줄 알았는데, 계속 넘어지면서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은 의외라서 큰 웃음을 주었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김종국이 ‘위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알고 있지?’라는 식으로 유도심문을 하자, ‘속으로만...’이라고 말해 다시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박태환은 예능감과 활약만 보여주진 않았다. 그는 400m준결승에서 1위로 들어오고도 오심으로 인해 탈락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무한긍정’했다는 이야기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런닝맨>에서 그가 보여준 웃음과 활약은 더욱 의미가 컸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400m미터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로, 국민적인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인물이다.

 

이제 22살의 청년이 짊어져야할 국가적인 기대란 그만큼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힘들긴 하겠지만, 박태환처럼 유독 언론세례를 받는 인물은 그 스트레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가 런던올림픽 400m 준결승에서 말도 안되는 오심으로 탈락하고 느꼈을 감정이란 우리는 상상조차 불가한 일이리라. 그런 어려움을 겪고 당당하게 은메달을 따내고.

 

자신의 상처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탈락은 금기어다’라고 하고, 인간 컬링을 하면서 김종국과 너무 오래 상의해서 상대팀에서 항의하자 ‘제가 올림픽에 한이 많아서 그래요!’라고 절규 아닌 절규를 해서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에선 감동을 넘어 그저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비록 이름표떼기 레이스는 다음주로 미뤄졌지만, 박태환을 긴장감이 흐르는 경기장에서가 아니라 <런닝맨>이란 예능프로에서 웃고 떠들고 최선을 다해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흐뭇하고 즐거운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