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이지 ‘첫번째 남자’의 구미호 강예원은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연기자인 것 같다. 그녀가 매력적인 여배우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선 정말 그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 같다.
<천번째 남자>에서 강예원이 맡은 구미진은 999개의 간을 먹은 구미호로 이제 100일 안에 인간의 간을 먹어야만 사람이 될 수 있는 운명이다. 따라서 그녀는 이제 석달 정도 남은 기간 안에 반드시 인간의 간을 먹어야만 한다.
만약 그런 식으로 드라마가 흘러갔다면, <천번째 남자>는 ‘현대판 전설의 고향’이나 공포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아직까지 인간이 되지 못했다. 바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간만을 먹겠다는 것!
그래서 <천번째 남자>는 시트콤이 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강예원이 연기하는 구미진은 털털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일단 맹하다! 김응석(이천희)가 자신을 좋아하는 데도 약게 ‘예스’를 말하지 않는다. 뿔테 안경은 그녀의 미모를 죽이며, 볼펜 끝을 깨무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안경을 벗은 그 자체로 발광미인이 된다. 어제 <천번째 남자>에서 그녀는 20년전 그녀를 사랑했던 중년의 남자 민규가 나온다. 민규가 기억하는 미진의 모습은 <건축한 개론>의 수지를 너무나 닮아있다.
강예원의 외모는 강한 느낌이라 수지처럼 첫사랑의 순수함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았다. 민규와 함께 버스를 타고, 볼펜의 끝을 깨무는 그녀는 나름대로 순수함이 돋보여서 ‘아니! 강예원에게 이런 매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했다.
민규의 생일파티에서 약속장소로 가려다가 친구들의 구호로 다시 돌아오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남자들의 ‘로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강예원의 매력은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김응석과 똑같이 생긴 고려때 남자를 만날 때는 고전미인의 느낌이 확 살아난다. 그러다가 그가 아픈 틈을 타서 엄마와 동생이 잡아먹기 위해 나타나자, 마치 여우처럼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녀가 ‘구미호’임을 새삼 일깨워진다.
한바탕 격투가 벌어진 후, ‘진정한 사랑’을 운운하는 모습은, 언제 진지했냐는 듯 다시 어딘가 순진하고 맹한 느낌의 구미진으로 돌아왔다. <천번째 남자>에서 구미진이 현대에서 인간의 간을 먹기 위해 여우로 변신하면, 아무래도 한계를 가지게 된다.
진짜 여우처럼 분장이 되면 촌스러워 질 수 있다. 아마도 그런 탓에 <천번째 남자>에선 구미진이 본모습으로 변신하면 손톱이 길어지고, 눈가에 진한 아이쉐도우를 바르고, CG로 아홉 개의 꼬리가 나온 것으로 처리한다.
따라서 그녀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구미호로 느껴지질 않아서 판타지 시트콤의 느낌이 살아날 수 없다. 그러나 강예원은 정말 인간의 간을 먹고 싶어서 환장한 구미호처럼 강렬한 눈빛을 보여줘서 <천번째 남자>의 장르를 갑자기 공포물로 변화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최소한 500년전 여인은 물론, 80년대 첫사랑의 느낌 그리고 현대의 다소 맹한 건어물녀 느낌의 모습까지. 신생아를 보면서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울부짖는 코믹함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강예원은 실로 <천번째 남자>의 중심인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정말 천년을 살아온 구미진처럼 강예원의 연기는 그야말로 천가지 색깔이 보인달까? 그녀의 다양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천번째 남자>의 시청가치는 충분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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