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에선 묵직한 메시지를 하나 던져줬다. 바로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길은 무엇인가?’였다. 대통령마저 관심을 주는 박원국 환자는 증세가 나빠져서 다리를 절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그 증세는 임상적인 경험에 의한 소견일 뿐,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이에 이민우는 다리를 절단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 며칠밤을 꼬박 세운다.
환자를 진정으로 생각하며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이어서, ‘혹시?’라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최인혁 교수의 실력을 알면서도 잠시 잊게될 정도였다.
겨우 인턴에 불과하면서도, 레지던트는 물론이요, 심지어 최인혁 교수와도 토론을 벌이는 모습에선 그의 비범한 싹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최인혁 교수의 판단대로 결국 다리를 절단하게 된 상황에서, 절단수술을 맡은 박성진 펠로우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는 애초에 문제가 된 발목이 아니라 좀 더 윗부분을 자른다고 했다.
이에 이민우가 이유를 묻자, 놀랍게도 강재인이 대답했다. ‘종아리 근육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재활을 위해서는 최적’이란 식으로. 이민우는 다리를 절단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을 때, 강재인은 절단을 피할 수 없다면 가장 빠르고 안전한 재활방법을 찾고 있었다.
박성진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컸다. ‘의사는 절단하지 않을 방법도 찾아야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할때는 그마저 최인혁 못지 않게 위대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최인혁의 말은 더욱 멋졌다. 이민우가 ‘왜 말리지 않았어요?’라는 식으로 묻자, ‘며칠 밤을 세면서 방법을 찾는 모습이 대견했다’면서, ‘답을 정해놓고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고 했다. 참으로 기막힌 말이었다!
최인혁 교수가 말한대로 의사는 환자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누구라도 신체의 한 부분을 절단해야 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끔찍하고 되도록 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위한 선택’인지 ‘환자를 위한 선택’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민우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절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는 환자를 너무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래서 ‘절단’외의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재인의 선택과 생각 역시 옳은 마음이었다.
최인혁 교수의 마지막 말은 우리의 인생에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신의 진로를 자신의 멋대로 정한 다음 ‘이게 최선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경우에 따라선 최악이 될 수도 있다. 가수의 재능이 없는 아이에게 가수로 나서게 한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골든타임>에서 마지막 5분전까지 주인공은 분명히 이민우였다. 그러나 박원국 환자의 수술실에 들어간 순간부터 주인공은 강재인이었고, 박성진이었고, 최인혁이었다!
이민우가 잘못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환자에 대한 긍휼한 마음이 너무나 크다보니 ‘적절한 선택이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이민우의 진심을 보고 가장 바닥까지 내려가서 고민하게 만드는 최인혁 교수의 교육법 역시 훌륭하다고 여겨진다.
‘비록 혼은 낼지라도 우선 기회는 준다’라는 교육방침으로 이제 겨우 인턴에게 개복과 타이를 맡기는 그의 모습은 환자를 누구보다 생각하는 의사면서 동시에 풋내기 인턴의가 성장하는 모습을 기쁜 눈으로 쳐다보는 교수로서 자애로운 모습도 동싱에 보여주었다.
긴박한 상황전개나 어려운 수술 장면 역시 ‘절단 수술을 할 것이냐? 말것이냐?’ 하나만 가지고 적잖은 재미와 의미를 준 <골든타임> 제작진의 솜씨에 그저 혀가 내둘러질 뿐이다. 그저 신의의 솜씨라는 말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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