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신이 강림한 이광수, ‘런닝맨’

어느때부터인가 ‘런닝맨’은 게스트가 대부분 승리를 거두면서 조금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지난주부턴 개리가 부상을 입어서 나오질 못하고 있다.

 

<런닝맨>에서 개리는 이전까지 예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캐릭터로 재미를 주고 있었던 만큼, 그의 부재는 '악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어제 <런닝맨>은 유재석의 말대로 예능신이 이광수를 보호하사 엄청난 웃음과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주었다.-광수가 막판 레이스 전에 공효진의 심박을 높게 하기 위해 상의 탈의를 하고, 치킨이 쓰인 속옷을 보여주고, 마지막엔 의도치 않게 거대한 이름표에 머리카락이 붙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등은 누구라도 빵 터질 수 밖에 없을 만큼 실로 대단했다- 이광수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지석진과 브라더스를 형성한 광수는 너무나 약해서 주인공으로 쓰기엔 여러모로 존재감이 약했다.

 

그런 탓이었을까? <런닝맨>에선 공효진과 광수를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어마어마한 특혜를 주었다. 우선 광수에겐 무려 7개의 이름표를 주었고, 그 이름표마저 <아내의 유혹>, <아이리스>, <최고의 사랑> 등등 유명 드라마의 대사를 해야지만 하나씩 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광수는 유재석이 지적한 것처럼, 주인공이라기 보단 게임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광수는 예상과 달리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간 김종국이 <다모>의 대사인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일부러 틀리게 하면서 글러브를 낀 손으로 자신을 때리자, 놀랍게도 덤벼들어서 이름표를 떼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종국만 보면 천적이라도 만난 듯 오돌오돌 떨던 그를 생각하면 너무나 대단한 성과였다. 그뿐인가? 그는 하하-지석진-이준 세 명이서 자신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준의 이름표를 떼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가장 큰 건은 역시 무방비 상태의 유재석의 이름표를 뗀 부분이라 할 것이다.

 

재밌는 점은 광수는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멋있어 보이지가 않는 다는 사실이다. 그는 초반에는 늘 도망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자신이 무적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게다가 일반적인 남녀관계와 달리 가냘픈 효진에게 ‘보호’해달라고 징징거리는 그의 모습은 뭔가 찝찝함(?)을 남기면서, 그의 활약상에 개운함을 남겨주지 않았다.

 

나름 멋진 활약을 보인 광수가 사탕키스와 물세례를 받는 굴욕 장면은 광수의 캐릭터를
찌질하게 만들면서 시청자에겐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게다가 광수는 하하가 물고 있던 사탕을 억지로 물리는 <아이리스>의 사탕키스 패러디와 송지효가 ‘예. 셰프’와 함께 물을 뿌리며 <파스타>의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너무나 굴욕적으로 보여서 웃음을 주었다.

 

그는 결국 공효진의 활약과 스스로의 재기로 게임의 장치가 아닌 주연으로 우뚝 섰다. 특히 마지막에 공효진과 엔딩신을 위해 서로 안는 장면에서 그녀의 이름표를 뗄 것 같은 액션을 취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이란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공고하게 하며 반전을 주었다.

 

광수는 유재석이 지적한 것처럼 연기보다 예능에서 더 큰 활약을 보여준 것 같다. 특히 유재석이 수영장에서 광수에게 입에서 물을 써로 뿜어대면서 몸개그를 하는 장면에선, 그가 얼마나 광수를 신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 못지않게 진화하는 <런닝맨>에는 김종구-송지효 등 멤버들의 활약이 크지만, 그중 광수의 오늘날 활약상은 거의 2인자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엄청나다고 여겨진다. 개리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요즘 다소 느슨해진 <런닝맨>의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에피소드였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