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것이 한국형 판타지다! ‘아랑사또전’

朱雀 2012. 8. 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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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화까지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아랑사또전은 국내사극에서 보기 드물게 한국형 판타지로서 창창한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아랑사또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민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 알 듯이 사또가 부임첫날 죽어나가는 곳에 한 간 큰 사또가 부임해서 억울한 처녀귀신의 사연을 듣고 풀어주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이걸 가지고는 20부작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없다.

 

하여 제작진은 여기에 많은 살을 붙여냈다. 우선 이준기가 연기하는 은오는 전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이다. 그는 귀신을 볼 수 있고, 심지어 3화에서 때릴 수 있는 능력(?)까지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왜 그가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전혀 설명이 없다. 따라서 나중에 그의 능력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아랑사또전>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아랑 역시 변화가 생겨났다. 그녀는 억울하게 죽었는데, 왜 자신이 죽었는지, 심지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랑사또전>은 여기에 정체가 몹시 수상한 밀양에서 힘쓰는 권세가 최대감의 양아들 주왈과 최대감을 등장시키면서 호기심을 돋구어내고 있다. 필자가 관심 있게 보는 대목은 귀신과 사람이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랑사또전>에선 귀신들이 살아가는 법(?)이 등장한다. 귀신들이 제삿밥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그들의 끝없는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귀신은 인간이 자신에게 바치는 물건 외엔 갖지 못하는 것 역시 새롭다. 또한 귀신이 복숭아나 팥 등에 맞으면 상처를 입고 매우 아파한 것 역시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3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랑이 옥황상제를 만나기 위해 저승사자를 함정으로 유인해서 결국 승낙을 받아내는 장면일 것이다. 여기서 아랑은 애매한 신통력을 가진 무당 방울의 힘을 빌린다.

 

무당 방울은 그동안 아랑의 목소리만 들을 줄 알지, 모습을 보지 못한 애매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우습게만 봤다. 그러나 그녀는 저승사자조차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문을 열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아랑사또전>을 보면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 한국식 판타지를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하는 새로운 점이다. 신민아가 이전에 출연했던 전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역시 구미호를 비롯해서 소재는 한국식이었다.

 

그러나 구미호가 하고 다니는 복장이나 그녀가 쓰는 무공 등은 여지없이 무협소설에 나오는 그것이었다. 최영장군이 나오는 <신의>역시 어떤가? 1화부터 화타가 등장하고, 그가 사라졌다는 천혈을 통해 21세기 푼수 여의사를 데려오지 않았던가? 최영장군을 비롯한 등장인물이 쓰는 무공역시 전형적인 무협소설에 나오는 식이 아니던가?

 

이건 국내 작가들이 얼마나 게으른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여겨진다. 도무지 새로움을 찾을 수 없는 기존의 것으로 적당히 작품을 만드려고 하는 안일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아랑사또전>은 보기 드물게 우리것으로 이야기를 채우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가는 설정 역시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집어넣고자 애쓰고 있다.

 

이를테면 3화에서 이준기가 위기에 빠진 신민아를 구하기 위해 1대 다수로 싸우는 장면을 봐보자! 여기서 이준기는 놀라운 몸놀림을 보여주긴 하지만 결국 위기에 처하고 만다. 나름 사실적인 액션을 취하고자 애쓰고 있다.

 

<아랑사또전>은 물론 판타지인 만큼 뻥이 상당 부분 섞여있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에게 익숙한 무협소설식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에 맞게 풀어내는 이야기 구성이나 방식등은 높이 평가해 줘야 한다고 본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드라마로는 보기 드문 시도를 하는 <아랑사또전>이 성공해서 다른 드라마들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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