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홍석천은 왜 논란거리를 만들까? ‘강심장’

朱雀 2012. 8. 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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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심장에선 홍석천이 출연해서 상당한 위험수위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필자는 보는 내내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했다. 홍석천은 우리시대에 보기 드물게 유명인사로는 커밍아웃을 한 인물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홍석천은 2000년 커밍아웃을 했다가 모진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그는 출연하고 있던 모든 TV프로에서 모두 하차당하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방송일을 누구보다 좋아했던 그로서는 그건 모진 형벌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국은 성소수자가 살기에 무척 어렵고 힘든 사회이다. 아직까지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강심장>에서 홍석천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가 게이에 대해 갖고 있는 모습을 많이 드러낸다. 잘생긴 남자출연자의 얼굴을 만지면서 흑심을 드러낸다던지, MC인 동욱이 감기몸살인 건 알고는 약사고 갈까?’라는 수위있는 농담을 던진다던지. 남자출연자에겐 관심을 기울이고, 여자출연자에게 막 대하는 듯한 그의 행동은 웃음과 함께 씁쓸함을 안겨준다.

 

홍석천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평상시 홍석천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할까? <나는 딴따라다>에는 역시 커밍아웃한 김조광수 감독이 출연하고 있다. 그는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 주변의 눈을 의식해서 남자답게행동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성소수자에게 엄청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다보니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후 홍석천이 한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홍석천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선수들과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나고 그들과 밤새 마셔서 우리팀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식의 토크를 한 적이 있다.

 

이건 사실여부를 떠나서 무척 위험한 발언이다. 자칫 최선을 다한 우리팀의 무훈을 한 스파이(?)의 활약으로 한국팀이 이겼다라고 폄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유투브로 거의 실시간으로 다른 나라의 소식도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포르투갈쪽에서 홍석천의 발언을 보고 무슨 반응이 나왔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어제 출연분량에서도 홍석천은 패리스 힐튼 이야기를 했다. 그는 힐튼이 국내에 방한했을 때, 호텔 나이트 행사에 초대받았고, 거기서 힐튼의 도도한 행동에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힐튼이 보여준 쇼라는 게 고작 립싱크 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명의 보디가드를 대동한 그녀의 모습은 더더욱 기분을 나쁘기 했단다.

 

그때 동석하고 있었던 안선영이 부추겨서, 홍석천은 힐튼이 춤추던 자리로 올라가서 춤춰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고 한다. 그때 우연히 힐튼과 눈이 마주쳤고, 나중에 알고보니 힐튼이 화가나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어제 홍석천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저 방송을 재밌게 하기 위한 수준.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케이블도 아니고 공중파라는 점이다.

 

그저 재밌기 위해 이야기한 내용이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그것을 대중이 보게 되면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2002년 월드컵 사건도 그렇지만, 어제 패리스 힐튼의 이야기 역시 오해의 소지가 많다.

 

패리스 힐튼은 힐튼가의 사람으로 어린 시절부터 파파라치에 둘러쌓여 살았다. 따라서 그런 그녀가 보디가드를 동석하고 다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홍석천이 참여한 행사는 그녀를 위한 행사가 아니던가? 힐튼의 행동이 어떠했던지 홍석천의 행동이 다소 과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 필자의 입장에선 오죽하면 저런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밝혔지만 한국은 성소수자가 살아가기에 몹시 힘든 곳이다. 주변의 편견과 경멸에 어린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아마 홍석천은 일반인 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모멸감에 빠질 일들을 상당수 당해야만 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일이 소중하게 생각했을 그는 방송출연 하나하나가 소중했을 것이고, <강심장>에서 원하는 것을 해준 것이리라. <강심장>이 애초에 원하는 게 센 발언과 행동이 아니던가? ‘개그는 개그일 뿐이듯이 토크는 토크일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토크쇼에서 한 장난끼 어린 발언마저 정색하고 받아들이는 곳이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강심장>이란 프로그램의 성격의 탓도 있다. 개인적으로 염려는 홍석천의 발언과 행동이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홍석천의 트윗을 보니 담주가 제 본모습이에여라고 하던데, 부디 다음주 토크를 통해 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걷어내고 홍석천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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