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BC에선 독특한 시트콤 한편을 선보였다. 바로 <천번째 남자>라는 제목의 시트콤이었다. 천명의 남자의 간을 먹어야만 사람이 될 수 있는 구미호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성이 짙은 시트콤이었다.
일단 첫회만 보자면 합격점을 주고 싶다. 여태까지 999명의 남자의 간을 먹고 이제 90일안에 마지막 한명의 남자의 간을 먹으면 되는 구미진역의 강예원은 섹시함과 순정을 지닌 구미진 역을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오직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의 간을 먹겠다(?)는 순정파 그녀는 ‘말도 안되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순정파 구미호의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전 구미호였다가 이젠 인간이 된 구미선 역의 전미선은 ‘명불허전’.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원테이블 레스토랑 주방장 김응석 역의 서경석은 능글능글 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내가 아는 그 개그맨 맞어?’라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특히 구미선을 사모하는 비서역의 박정학은 그동안 보여줬던 카리스마적인 면에서 벗어나서 쉽게 삐치고 쉽게 눈물 흘리는 연기를 통해 미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천번째 남자>는 첫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젠 멸종위기에 처한 마지막 구미호가 사람이 되기 위해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나름 현대인의 인스턴트식 사랑에 빚대서 재밌게 표현했다.
그러나 이 괜찮은 시트콤의 옥의 티가 하나 있으니, 바로 효민이었다! 필자는 아이돌이라고 특별히 점수를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깎아내릴 생각도 없다.
그러나 효민의 경우는 ‘너무 심하다’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효민은 극중 구미호 가족의 막내역이다. 따라서 전미선-강예원과 셋이서 함께 등장할 때가 많은데, 효민이 입만 열면 ‘연기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특히 혼자 베트남 전에서 열명의 군인이 심한 부상을 입어 간호사로 나선 효민을 보고 ‘허니’로 착각하는 장면에서 ‘일타10피’라고 말하는 장면은 ‘오버스럽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장면은 강예원은 ‘진정한 사랑’을 운운하고, 이젠 사람이 되어버린 효민은 ‘그게 뭐 어때서?’라고 자매들끼리의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보면 웃길 수도 있지만, 시트콤적이면서도 <천번째 남자>에서 오늘날 사랑의 의미를 묻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효민의 어설픈 발음과 연기는 몰입도와 흐름을 뚝뚝 끊어놓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어머니 구미선(전미선)이 그토록 원하던 라스트 레스토랑에 와서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잘 생긴 김응석(이천희)를 보고 마음에 든 효민이 ‘나랑 사귈래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어색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천번째 남자>는 판타지스런 설정이지만, 강예원-이천희를 비롯한 주연들과 전미선-박정학을 필두로 한 탄탄한 조연들의 연기력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효민의 참가로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8부작인데다 어차피 효민이 끝까지 나올 테니, 부디 빨리 연기력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간만에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은데 누구 한명 때문에 몹시 안타까움이 크다. 왜 연기가 되지 않는 아이돌을 굳이 넣은 건지 필자의 머리로선 그저 이해가 안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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