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방송을 시작한 ‘아랑사또전’은 한국형 판타지의 좋은 예를 보여줄 것 같아 몹시 기대된다. 민담으로 전해져 내려온 <아랑전설>을 모티브로 한 <아랑사또전>은 그러나 발칙한 상상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사또가 부임첫날마다 죽어서 나오는 전설의 이야기는 간단명료하다. 간큰 사또가 부임해오고 그가 처녀귀신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그걸 해결해주면서 끝난다.
허나 <아랑사또전> 무려 20부작인 드라마다. 따라서 그 단순한 스토리라인만 가지고는 2%아니 200% 이상 부족하다. 그래서 <아랑사또전>은 여러 가지 내용을 품고 있다.
일단 신민아가 연기하는 아랑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전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인 은오(이준기)는 친어머니를 찾아 헤메고 있다.
그가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음에도 귀신들을 돕지 않다가 아랑만 돕는 것은 자신의 어머니를 찾기 위한 속내 때문이다. 아랑의 전 정혼자였다고 밝혀진 최대감집 양아들 주왈의 경우, 보름마다 바칠 여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따라서 아랑 역시 그 자의 손에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전 하이라이트 영상에 등장한 것처럼, 은오의 어머니는 모든 음모의 배후에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관계가 된 자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은오가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것 역시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우연히 은오가 그런 능력을 타고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랑사또전>은 메멘토 아랑의 기억찾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곧 주왈이 왜 처녀만을 골라 인신공양을 하는 것인지, 거기에 은오의 어머니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더해서 밀양의 실세인 최대감 역시 꿍꿍이가 있어서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의 날줄이 될 것이다. 어쩌면 <아랑사또전>은 사건이 역모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랑사또전>은 1화에서 긴박감 넘치는 화면구성을 통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이준기의 탐정놀이를 통해 내용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구미호역을 맡았던 신민아는 왠일인지 <아랑사또전>에서 비슷한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뭔가 많이 미진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천방지축 처녀귀신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 이준기가 받쳐주었다고 해도, 확실히 신민아의 연기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군제대후 컴백한 이준기는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심각한 모습부터 깨알 같은 코믹연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아랑사또전>을 보면서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앞서 밝혔지만 한국형 판타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판타지는 상상력이 마구마구 보태지기 때문에, 그만큼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게끔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아랑사또전>처럼 저승사자도 부족해서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까지 등장하면 그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기란 실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아랑사또전>은 2화까지 봐선 그 아슬아슬한 수위를 잘 지키고 있다.
문제는 <아랑사또전>이 얼만큼 완급조절을 해낼지다. 일례로 <천녀유혼>의 경우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남성이 정기를 빨아먹는 귀신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판타지와 폭소와 재미 등이 적절하게 조화된 <천녀유혼>은 3편이나 나온 것도 부족해서 애니메이션에 2011년 리메이크작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랑사또전>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직 1/10밖에 분량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작품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런 명작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신민아와 이준기는 티격태격하면서 가까워질 것이고, 죽은 자가 산 사람의 로맨스는 결국엔 안타까운 이별로 이어질 것이다. 거기에 음모와 배신 등이 얽혀진다면 얼마나 더욱 근사해지겠는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그 앞날이 즐겁게 기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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