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명작의 탄생인가? ‘천번째 남자’

朱雀 2012.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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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이거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강예원이 실로 오랜만에 TV에 출연한 <천번째 남자> 이야기다. <천번째 남자>999개의 간을 먹고 이제 한 개의 간을 100일 이내로 먹으면 인간이 되는 구미호의 이야기다.

 

얼핏 봐도 판타지인 이 작품은 그래서 초반부터 위태위태해보였다. 특히 요즘 한참 시끄러운 티아라의 효민이 출연하는 것으로도 걱정이 무척 많이 되었다.

 

그러나 2화까지 본 지금은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섹시하고 털털한 구미호 강예원은 이번 작품에서 털털하고 섹시한 모습의 극단을 오고가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엄마 구미선의 극성으로 집에서 머리를 말리다가 순식간에 나온 구미진의 모습은 너무나 털털하지 않는가? 둥그란 안경테에 고대기까지 하고 나온 강예원의 모습은 털털해서 더욱 매력적이다.



엄마와 여동생은 천명의 간을 먹어서 일찌감치 인간이 된 것과 달리,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간만을 먹겠다는 순정파(?) 구미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어제 내용의 경우 실연을 당해 자살하려는 남자의 간을 먹으려다가, 오히려 그를 회복시키는 내용은 죽어야 사는 여자라는 제목 만큼이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바가 크다.

 

라스트 레스토랑의 주인 김응석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죽어야 사는 여자라는 구미진의 말은 여러모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단 그녀는 구미호로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 그뿐인가? 그녀가 인간이 되기 위해선 스스로 죽어야만 한다. 모르긴 해도 그녀가 여태까지 999명의 간을 먹는 과정은 그 자체로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제 구미진과 슬슬 가까워지는 김응석 역시 시한부 인생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1화에서부터 일류요리사면서 미각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도 부족해서 2화에선 쓰러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약을 먹는 모습도 그렇고. 따라서 서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인연은 그래서 흥미로운 조합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 <천번째 남자>는 진부하기 쉬운 이야기였다. 소심한 박비서와 극성맞은 엄마 구미선, 남자만 보면 꼬시려고 하는 구미모 등등.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과 적절한 패러디는 그런 위기들을 감쪽 같이 벗어난다. 가령 예를 들어, 자살하려는 남자를 식탁에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세모녀의 이야기가 16세기 우리말로 이루어져서 정작 간을 뺏길지도 모르는 남자는 지금 어느 나라 말로 하신 거에요?’라고 하며 웃음을 주지 않았나?

 


16세기 우리말을 자막으로 보여주는 이 넘치는 센스! 정말 기가 막히지 않는가?


죽음을 앞두고 추억을 정리하는 김응석을 따라다니는 구미모가 500만원짜리 백을 버리면서 여자의 백은 자존심이라죠? 저 이제부터 2시간만 쫓아다닐께요라고 하는 부분도 웃음과 함께 신선함을 안겨준다.

 

2화의 주요 내용은 자살하려던 남자가 마음을 바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내용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전혀 없다. 그러나 <천번째 남자>는 꽤 신선하게 이야기를 꾸며냈다.

 

거기엔 한밤중에 보름달을 보며 구미선을 생각하면서 불청객을 참아내는 박비서의 열연과 나 잡아봐라라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게임을 구미호버전으로 너무나 빨리 뛰어다녀서 남자가 쫓아올 수 없게 만드는 구미진의 설정. 쓰러진 김응석(이천희)를 들고 옥상사이를 점프하며 끝내 알 수 없는 키스를 하는 구미진의 모습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천번째 남자>는 강예원과 이천희의 키스를 만취한 아저씨와 키스신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기지까지 발휘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순정파 구미호를 통해 오늘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 <천번째 남자>는 필자에게 금요일 밤의 즐거운 볼거리이자 기다림이 될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과 상식을 반하는 이야기 전개 그리고 과거를 넘나들고 섬세한 내면연기 등이 그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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