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어제부로 고현정이 진행하던 ‘고쇼’가 끝났다. 이제 고현정은 더 이상 토크쇼의 주인공이 아니라, 새해에는 연기자로 다시 시청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고현정이 누구인가? <모래시계>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고, <선덕여왕>에서 생애 처음 악역을 맡아서 미실로 절대마력을 선보였다! 따라서 그녀가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오는 것은 그야말로 ‘여왕의 귀환’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고쇼> 최종화는 실망스러웠다! 게스트가 붐-박은지-현영-전현무로 예상보다 초대손님의 지명도와 화제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고현정이 시청률만 생각했다면, 첫회 때처럼 안면 있는 초특급 게스트를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 일례로 <선덕여왕>에 함께 출연했던 비담역의 김남길과는 절친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얼마전 제대한 그를 게스트로 초대한다면? 시청률에서 좋은 수확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현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선 가장 약한 게스트 진용을 꾸몄다. 현영은 출산 이후로 4개월간 방송출연을 하지 않았다. 프리선언한 전현무는 <고쇼>를 통해서 처음으로 SBS에 출연했다.
박은지는 처음이 아니지만, 기상캐스터가 아닌 새로운 길을 찾고 있기에 위태위태하다. 붐을 제외한다면 세명 모두 방송인생에서 중요한 고비에 있었다. 따라서 그들에겐 <고쇼> 출연은 간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현정은 ‘유종의 미’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전현무는 <무릎팍 도사>에 단독 출연할 정도로 인지도는 있다. 그러나 그의 호감도는 까불거리는 모습 때문에 매우 낮은 편이다. 현영 역시 스스로 ‘악플 프렌차이즈(?)’를 만들어냈다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로 특유의 목소리와 행동 때문에 좋아하는 이들만큼 싫어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인물이다.
고현정은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주셔서 너무 고맙다’라면서 처음에는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10회 이상을 지나면서는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매주 게스트를 만나면서 ‘다 기억해야지’ 다짐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떠난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마음껏 웃겨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해요’라는 그녀의 말은 고현정의 진정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애초에 고현정은 연기자지 개그맨이나 예능인이 아니다. 따라서 시청자가 기대한 것은 연기자인 고현정이 보여줄 색다른 토크쇼가 아니었을까?
물론 초반에는 일부 시청자들이 ‘정수리만 보인다’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고현정은 초반엔 게스트를 불러놓고 윤종신-정형도-김영철의 보조MC들의 이야기에 너무 웃겨서 머리를 숙이면서 웃어서 그런 식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런 모습조차 아름다워 보였다. 여태까지 토크쇼 진행자중에서 그토록 진실되게 웃어준 진행자가 있었던가? 물론 고현정은 <고쇼>의 메인 진행자로서 아쉬운 모습은 많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지만 그녀는 연기자지 유재석과 같은 명MC가 아니다. 대신 고현정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예를 들어보면, 현영이 ‘남자는 아기에요’라고 말하자, 고현정은 ‘남자들이여 빨리 자라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박은지가 기상캐스터 시절, 뒤로 가는 스텝을 선보이자, 무대로 나서서 스스로 목을 튕기면서 흉내내면서 큰 웃음을 주었다.
<고쇼>는 가상의 영화에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형식을 취해왔는데, 어제 ‘흥쇼’라고 진행된 오디션에선 전현무가 캐스팅되었다. 사실 활약상을 놓고 보면 붐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고현정은 최종화로서 ‘누구보다 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현무를 캐스팅했다.
KBS아나운서에서 이제 프리를 선언한 전현무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일해야만 한다. <무릎팍 도사>도 그랬지만 전현무가 부쩍 초조해하는 모습을 <고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현정은 그런 전현무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리라.
오늘날 예능의 키워드는 ‘독함’이다. 게스트를 배려하기 보다는 어떡해서든지 감추고 싶은 비밀과 사생활을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것이 시대적 조류다. 아마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미국처럼 방송에서 불륜과 사생활을 폭로할 지도 모르겠다.
<고쇼>도 어느 정도 수위있는 폭로(?)가 이어지긴 했지만, 고현정은 어떡해서든지 동료 연예인을 지켜주고 싶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런 배려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쇼'는 끝났지만 고현정의 연기인생은 다시 시작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각자 인생의 쇼는 계속 되어야만 할 것이다!
고현정은 <고쇼>를 하지 않아도 연기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니 토크쇼를 진행해서 오히려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 있고, 이후 연기를 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선덕여왕>에서 악역을 생애최초로 시도한 것 만큼 그녀에겐 위험한 도박이었다.
물론 <고쇼>는 시청률이 대박이 나진 않았다. 아마 <고쇼>가 어제 최종화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고현정은 <고쇼>를 통해서 시청자에게 옆집 누나처럼 친근하게 다가갔고, 수 많은 게스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여러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양분은 고스란히 그녀의 남은 연기인생에 좋은 자극제이자 밑거름이 될거라 믿는다. 앞으로 여왕 고현정의 연기인생이 기대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모두가 안전하고 쉬운 길을 가고자 하는 이때에 기꺼이 어렵고 위험한 길을 나아가고, 누구보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온 고현정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녀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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