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나는 ‘맨발의 친구들’에 주목하는가?

朱雀 2013. 5.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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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을 비롯한 8명의 멤버들이 베트남 현지에 그야말로 뚝 떨어져서 생고생 체험을 제대로 했던 맨발의 친구들이 호치민대학교에서 막춤 플래시몹을 하는 것으로 첫번째 여행(?)을 끝냈다.

 

아직 처음이라 조금 헤매곤 있지만, 무식의 끝(?)을 보여주는 강호동-김현중 몸뚱아리 형제와 섹시 웨이브를 제대로 보여준 유이, 무엇을 하든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윤시윤, 넘치는 개그맨의 끼를 보여주는 유세윤 등의 활약으로 꽤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맨발의 친구들>을 가장 쉽게 정의하는 방법은 아마도 해외판 12이란 어느 네티즌의 평가일 것이다! 그렇다! 베트남 현지에 뚝 떨어져서 하루 일당을 직접 벌어서 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하는 모습에선 ‘12정글의 법칙을 절묘하게 섞은 느낌을 강렬하게 풍긴다.

 

어떤 이들은 8명의 멤버들이 40도의 불볕더위에서 시클로를 끌고, 혹은 무이네에서 직접 게를 잡고, 시장에서 반세요(베트남식 빈대떡)와 봉지콜라를 팔면서 현지인의 삶을 제대로 체험했다.

 

<맨발의 친구들>에 출연하는 8명의 멤버들은 모두 연예인으로 그들의 벌이는 정확하진 않지만 샐러리맨들은 만지기 힘든 액수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베트남 현지인들처럼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서 무려 4킬로를 사람을 태우고 1시간이 넘게 운전한 끝에 고작 우리 돈으로 5천원 정도를 벌 수 있었다.

 

그들이 그런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방 시청자들은 베트남인의 힘든 삶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깨닫게 된다. <맨발의 친구들>에서 이런 멤버들의 생고생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오늘날 한해 해외관광객이 천만을 넘긴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이란 말에 어울리게 비행기만 타면 누구나 전 세계 어디나 갈 수 있다. <맨발의 친구들>의 첫 번째 여행지인 베트남은 불과 4시간 30분 정도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서울-부산 기차로 타면 걸리는 시간과 비슷한 셈이다.

 

오늘날 한국인에게 해외여행은 너무나 친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블로그를 봐도 동남아시아는 물론, 구미유럽과 아프리카 심지어 세계 곳곳의 오지를 여행한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해외여행을 떠나면 무엇을 하는가? 대부분 호텔이나 콘도처럼 괜찮은 숙소에서 묵고 맛집을 찾아서 음식을 먹고,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이 23일이나 34일 정도로 짧은 기간에 가기 때문이다. -워킹 홀리데이와 배낭여행의 경우는 12백만이 넘는 한해 해외여행객을 고려하면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별한 목적이 아니면 보름 이상 해외여행을 떠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은 그냥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서 사진을 찍거나 현지 음식을 맛보고 공연을 보는 정도의 바쁜 일정으로 마무리한다.

 

물론 그런 여행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호텔이나 콘도에서 머무른다면? 전 세계 대부분의 호텔은 거의 똑같은 형태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호텔에서 머무른다면 굳이 해외를 나갈 이유가 없어진다.

 

맛집과 레포츠를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해외의 이국적인 풍광을 빼놓는다면 당신이 비싼 돈을 들여 해외에 나간 것은 그저 기분전환 이상의 의미를 찾기 불가능하다. -오늘날 서울에선 전 세계 음식이 거의 대부분 파니까- 그렇다면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목적은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지의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는 방법은 그들의 삶에 직접 체험하는 것 이상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맨발의 친구들>이 보여준 맨땅에 헤딩식의 방법은 꽤 훌륭한 접근법이라고 여겨진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현지인이 돈 버는 방법을 고스란히 체험해 봄으로써 베트남인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게 되고, 새삼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얼마나 편하게 부와 명성을 누리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다들 어렵게 연예계에 데뷔해서 우리는 모르는 많은 고통과 슬픔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돈을 벌고 유명세를 누린다는 것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천하의 강호동도 베트남에선 대부분 알아보지 못하는 평범한 관광객일 뿐이다. 플래시몹(아무리 봐도 공연에 가깝지만!) 홍보를 위해 베트남인과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웃음과 더불어 새삼 겸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멤버들은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그릇의 밥과 쌀국수를 먹으면서 새삼 한 끼 식사에 감사함과 더불어 제대로 현지 음식의 맛을 느끼게 된다. 호텔이 아니라 현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냄으로써 베트남 가정의 삶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물론 바쁜 일정상 <맨발의 친구들>은 며칠 정도만 짧고 강렬한 체험을 하게 된다. ? 방송의 한계 때문에. 그들은 일정에 쫓겨서 제대로 현지의 문화유적과 베트남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몹시 짧다.

 

그러나 5일 방송에서 알 수 있듯이 직접 시장을 찾아서 음식을 맛보면서 멤버들과 우리는 베트남인들 역시 자식을 키우고 사랑하며 우리는 똑같은 희노애락을 지닌 인간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 한국인들은 이상하게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 사는 나라에 대해선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을 대신해서 세계패권국조차 얕보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현지에선 고학력임에도 국내에 취업을 위해 온 해외노동자들을 우린 너무나 쉽게 무시하거나 인종차별하고 심지어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경우를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맨발의 친구들>의 방송을 통해 우린 새삼 막연하게 사전적으로 알던 베트남을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알 수 있게 된다. 한해 평균 12백만이 넘게 해외여행을 떠나고,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그런 숫자와 성과에 비해 우린 과연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얼마나 교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상당히 부끄러운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해외에 나가 유적지에 낙서를 하고, 뱀과 사슴피 그리고 곰의 쓸개를 먹는 엽기적 식성에, 심지어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성매매 사례들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며, 어글리 코리안이란  한류 못지 않은 혐한류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실정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만약 동남아시아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인식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게 우리의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맨발의 친구들>은 비록 예능이지만 여행의 참의미와 베트남인들의 희노애락을 안방시청자들에게 웃음을 통해 진솔하게 전달했다고 여겨진다. 비록 상대적이지만 그들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 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돈으로 모든 것의 가치를 매기는 못된 습관에서 벗어나서 삶의 질을 높이는 다른 방식을 고민케 하는 데 <맨발의 친구들>은 상당한 기여를 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맨발의 친구들>은 분명히 아직 시작에 불과하며 부족하고 허술한 구석이 이곳저곳 많이 보인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해외여행객 1천만을 넘긴 우리가 지닌 많은 과제들을 일깨우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어설프게나 지적하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으면, 앞으로도 매우 기대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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