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엽기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난 찌꺼기 아빠 ‘안녕하세요’

朱雀 2013. 5. 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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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안녕하세요에선 농부의 아내를 제치고 음식찌거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서 먹어온 찌꺼기 아빠가 1승을 차지했다. 농부의 아내가 얻은 127표를 넘어서서 131표를 얻은데는 단순히 엽기가 아니라 그 안에 감동이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연인 즉 아들인 김하일이 매일 음식 찌꺼기를 가지고 자신만의 요리를 해먹는 아버지가 속상해서 <안녕하세요>의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북어국, 김치찌개 등등 식구들이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냄비 가운데에 남아있는 찌꺼기가 아니라 냄비 테두리에 남아있는 정말 얼마 안되는 찌꺼기에 물을 붓고 거기에 역시 남은 반찬을 넣어서 요리를 해먹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습관을 가진 분이었다.

 

식구들이 함께 먹자고 아무리 졸라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식구들이 다 먹고 나면 그제서야 남은 잔반으로 잡탕 찌개를 만들어서 먹는 아버지. 스튜디오에서 잘 믿지 못하는 MC들을 위해서 시식회가 열렸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전공교수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족발을 먹고 남은 뼈로 하루종일 우린 육수에 순대와 부속물을 넣고 쌈장으로 간을 맞추고, 스파게티 소스 남은 거에 부어서 퓨전스타일로 만들고, 깻잎을 넣고, 마지막으로 라면사리를 넣어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요리를 만들어냈다.

 

신동엽은 처음엔 살짝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곧 맛을 보곤 괜찮네?’라는 식의 표현을 했고, 그 이후 정찬우-김태균-이영자등이 앞다투어 맛을 보면서 생각보다 꽤 괜찮은 맛을 냈음을 증명해냈다.

 

이 과정도 웃겼지만, 연애시절에도 아내에게 치킨을 권유하고 자신은 남은 찌꺼기만 발라먹었다는 고백은 조금 심하네라는 생각을 갖게끔 했다. 그런데 거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연애시절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일부러 자신은 남은 뼈다귀만 먹었다는 아버지의 고백은 스튜디오를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버지의 부모님이 1.4후퇴 때 내려오셔서 갖은 고생을 하셔서, ‘내 가족만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리라!’라고 결심하고 현재 그 결심을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아버지의 특이한 식습관은 가족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생겨난 것이었다.

 

세상에 처음부터 닭뼈다귀를 좋아하거나, 아무리 식구라도 그들이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를 먹는 이는 없으리라.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그들이 먹다 남긴 음식찌꺼기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리라.

 

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말한다. 21세기 가족은 이제 핵가족도 부족해서 구성원 개개인이 이젠 분열하는 상태로 이르고 있다. 가족은 늘 얼굴을 보는 사이지만 의외로 서로 꾹꾹 담아놓은 말하지 못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은 오해와 불신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버지의 사정을 모르는 아들에게 음식 찌꺼기를 먹는 아버지의 모습은 비위도 상할뿐더러 역시 사랑하는 아버지이기에 가슴이 아파온다. ? 하루 한끼 밖에 먹지 않는데, 부실한 음식찌꺼기만 가지고 자신만의 요리를 해먹는 아버지를 보는 것이 아들로선 가시방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는 물론 예능이기 때문에 아마도 가족의 사연이 다소 희화화되거나 약간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런 가족끼리도 대화가 부족한 실정에서, 방송이나마 나와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간의 거리를 좁히고,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가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 아닐까 싶다.

 

엽기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난 찌꺼기 아빠의 사연은 밤 11시에 <안녕하세요>를 그저 재미로 보려고 했던 시청자에게 덤으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끔 하는 위력을 감동과 더불어 선사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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