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대부분의 극장에서 자리를 고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선착순으로 매표소직원이 알아서 자리를 배정해주는 바람에 스크린 바로 앞에서 보거나, 너무 뒤에서 보거나 아니면 왼쪽이나 오른쪽 끝에 배정되어서 짜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예매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구입하다보면 왕왕 그렇게 별로 좋지 않는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럴 땐 같은 돈 내고 영화를 감상하는 게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나쁜 자리는 그만큼 극장표 값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잠깐! 이쯤되면 극장에도 영화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 것이다. 맞다! 극장에도 명당자리가 있다. 가장 좋은 영상과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자리.
정답부터 말하자면 스크린의 정가운데를 기준으로 맨 뒤편 벽면까지를 잡았을 때, 스크린에서 2/3지점이 가장 좋은 자리다. 여기서 가장 최상의 화질과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이 지점은 THX(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영화용 음향 관련 전문업체)와 SMPTE(미국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결성한 영화, 텔레비전 부문의 글로벌 표준화 단체) 등에서 권고하는 영상과 음향을 측정하기 위해 기준점으로 삼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극장은 이 위치에서 마이크 등의 기기를 이용해 음장감 형성과 방음 등을 측정하고, 스크린의 빛의 밝기를 측정해 조절한다. 따라서 같은 돈을 내고 최상의 화질과 음향을 즐기고 싶다면 예매시 반드시 이 자리를 선점하라!
그럼 이유에 대해 간단히 말하겠다. 영상의 경우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본다(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화질이 달라지니까). 음향의 경우엔 몇 가지 함수가 있다. 극장엔 몇 십개의 스피커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홈시어터에서 쓰이는 5.1채널과 구현 방식은 비슷하다.
가장 중심에 있는 센터 스피커의 경우 등장인물의 대사를 주로 담당하고, 좌우 프런트 스피커는 각종 효과음을 비롯해 전방에서 나오는 소리를 담당한다. 후방 스피커는 뒤쪽에서 나는 소리를, 0.1채널로 분류되는 우퍼는 100Hz이하의 저음을 주로 재생해낸다. 소리는 잘 알겠지만 초당 약 331m를 이동한다. 따라서 방향과 거리에 따라 먼저 들리는 소리와 나중에 들리는 소리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만약 스크린과 달리 효과음이 먼저 들리고 대사가 나중에 들린다거나, 반대의 경우가 생기면 화면과 불일치되어 감상에 방해가 될 것이다. 목소리를 비롯한 각종 효과음이 조화를 이뤄 감상자가 최적의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스크린 센터를 기준으로 맨 뒤쪽 벽면까지 2/3 지점이다. 참고로 전문용어로 이곳을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 부른다. 앞으로 좋은 영상과 음향을 즐기고 싶다면 꼭 이 자리에서 보도록 하라.
참고: 국내 극장에서 영상과 음향이 제일 좋은 곳으로는 현재 서울에선 씨너스 이수 5관과 메가박스 삼성점 M관,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 등이 꼽히고 있다. 같은 돈을 내고 영화를 감상할 예정이라면, 기왕이면 위 세 극장 근처에 있을 때는 위 극장애 가보길 권한다. 특히 씨너스 이수 5관의 경우 가장 극강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향에 민감한 편이라면, 한번 꼭 가보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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