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떡밥도 속도감도 없는 ‘상어’

朱雀 2013. 6. 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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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과 손예진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던 <상어>는 현재 월화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꼴찌를 달리고 있다. 물론 시청률 꼴찌와 드라마의 완성도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상어>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상어>는 한이수가 조해우의 집안에 복수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4화부터 9화까지 <상어>는 뭔가 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저 떡밥만 줄창 투척해왔을 뿐이다. 예를 들어서 9화를 볼까? 9화의 첫장면은 김준이 다리와 어깨가 불편한 모습을 조해우가 지켜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끼나와에서 한이수가 다쳐서 어깨와 다리를 불편하다는 사실을 아는 조해우로선 그를 한이수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김준은 당신 도대체 누구야?’라는 조해우의 물음에 남들이 아는 나는 각각 다르다라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다. 장비서가 김준의 방에 몰래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장면, 죽은 정만철이 뭔가를 숨겨놨음을 암시하는 장면, 죽은 정만철이 조상국 회장과 관련된 사진을 입수한 장면 등등.

 

분명히 이런 장면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뭔가를 기대하게끔 만들고, 다음 장면을 고민케 한다. 그러나 그 장면들의 위력은 딱 거기까지다! 떡밥은 드라마 전개가 힘을 가졌을 때만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상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상어>는 기본적으로 조상국 집안의 비리를 들춰내서 파멸시키는 것이 한이수의 목표다! 현재까지 드라마 진행만으로도 조상국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친일파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게 그려진다.

 

또한 가야호텔창립일에 맞춰서 가야호텔이 인수하려던 호텔을 김준이 입수하고, 정만철 살인사전의 용의자로 조해우 검사의 아버지인 조의선을 올려놓으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상어>의 진행속도는 느릿느릿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복수물에서 속도감이 빠지면 흥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비난하는 소위 막장드라마들은 다른 드라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누군가가 불륜을 하든 교통사고가 나든 뭔가 사건이 계속해서 연이어서 뻥뻥 터져서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든다. 근데 <상어>는 어떤가? 정만철 살인사건이후로 뭔가 이렇다 할 사건이 전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물밑에서는 뭔가가 격렬하게 끓어오르면서 분출할 곳을 찾고 있다는 느낌을 풍기지만 4화부터 9화까지 쭈욱 그래왔다. 90년대라면 시청자들이 참고 기다려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날은 21세기다! 10분이 아니라 1분 안에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 못하면 영화고 소설이고 장르를 불문하고 매체를 불문하고 시청자에게 버림받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냄새만 풍기고 뭔가 힘 있는 이야기전개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어>는 그저 판단미스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디 10화부터는 이야기전개가 좍좍 일어나길 빈다. 그렇지 않으면 <상어>는 제목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김준이 시간 날 때마다 <붕어>가 그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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