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녕하세요’에는 사진을 찍기 너무나 좋아하는 한 여성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김민규씨의 사연이었는데, 곧 결혼을 앞둔 이 커플은 여성이 사진을 찍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한 장소에서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보통 200~300여장을 찍는다고 한다.
말이 쉬워 200~300장이지, 사연의 주인공은 경마공원에서 몸 안 좋은 날 3시간 동안 촬영하다가 끝내 열사병으로 쓰러졌던 경험까지 있었다. 여성에게 사진을 찍는 이유를 물어보니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다소 뻔한(?) 대답이 나왔다.
이에 게스트로 나온 박준규는 ‘결혼하실 거에요?’라고 첫 번째 돌직구를 한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날렸다. 사연의 여성에게 마음껏 사진을 찍으라고 하자 <안녕하세요? MC와 게스트들에게 자신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어달라고 한 다음, 사진을 찍었고, 박준규가 왜 그렇게 컨셉을 잡고 찍는 지 물어보자 ‘그럼 뭔가 특별하지가 않잖아요!’라고 말하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남성에게 심하게 공감한 박준규는 결국 문제의 사진인 경마공원에서의 사진이 등장하고 여성이 남친이 쓰러지자 ‘(체력에) 실망했다’는 식으로 말하자, ‘못되기까지 했어!’라고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기까지 했다!
왜 사연의 여성은 사진에 집착하는 것일까? 본인 스스로 말했지만 SNS에 올린 뒤에 반응이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DSLR바람이 분 것은 싸이월드 같은 미니홈피가 대세를 이룬 후의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멋진 사진을 올리기 위해 비싼 전문가용 카메라를 질렀고, 서로들 더 잘 찍는 비법(?)을 알기 위해 사진동호회에 가입해서 열심히 내공을 쌓았다.-필자 역시 본인에게 과분한 오두막을 마련한 이유가 블로그 때문이니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신동엽이 지적하고 게스트들이 말했지만 오늘날 소문난 맛집이나 어딜 가던지 우린 흔하게 사진을 찍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남에게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사진일 뿐, 흔히 말하는 ‘영혼 없는 사진’을 찍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게다가 예쁘거나 일부 사람들은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아무데서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거나, 명소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멋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훼손하는 경우까지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사진에 대한 집착은 심하게 일그러져 버렸다.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속에 남겨도 모자를 시간에 예뻐보이는 사진을 찍는데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신동엽의 말은 너무나 명언이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니홈피,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사진을 올리면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 우린 기본적으로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SNS은 그런 우리에게 너무나 안성맞춤인 존재다.
그러나 남에게 보이기 좋은 사진을 찍는 가운데 실제론 행복이나 추억은 사라지고 결과물에 너무나 집착하게 되는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사진은 추억을 남기기 위한 것이지, 사진을 위해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어제 <안녕하세요?>의 하루 300장 이상 사진을 찍는 여친의 사연은 SNS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사진을 찍는가?’라는 가볍지 않은 물음을 던진 방송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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