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피투게더’는 살림하는 남자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정섭, 문천식, 홍석천, 정태호, 존박이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누구나 느끼겠지만 존박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예상대로 존박은 여자 못지 않은 살림노하우를 가진 다른 출연자들과 비교되서 예능 보는 재미(?)를 안겨주는 멤버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눈에 띈 인물은 이정섭이었다.
다른 멤버에 비해 이정섭은 나이가 제일 많다. 따라서 그냥 예능도 아니고 토크를 해야하는 <해피투게더>에서 ‘제대로 활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방송을 보니 그건 전적으로 필자의 오판이었다!
이정섭은 그만의 구수한 입담과 재치로 <해피투게더>에 또 다른 재미를 부여했다. 이정섭은 존박이 살림노하우에 대해 묻자 ‘모르는 팔자가 편한 팔자다’라고 말하고, 야간매점이 ‘맨 라면만 한다’고 질타(?)하면서 그의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예고했다.
아니나다를까? 존박을 쫀박이라 잘못 발음해서 웃음을 주고, 후배인 홍석천이 그걸 지적한 것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홍석천이 노른자를 노린자라고 하자 바로 지적하면서, ‘너 아까 나더라 쫀박이라고 뭐라 그랬잖아. 짜샤!’라고 정감 넘치는 표현(?)을 해서 출연진들을 모두 뒤집어지게 했다.
해투 출연진들이 티셔츠 개는 법에 대해서 좀 오랫동안 하자 지루한 지 ‘이제 딴 거해’라고 말해 다시 한번 뒤집어 놓고, 기름에 대해 대가라서 해투 제작진이 여섯 가지 기름을 맞추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세 개 밖에 맞추질 못해서 민망해하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특히 존박이 평상시 즐겨먹는 평양냉면의 지점까지 알아맞히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서 더욱 비교되서 웃음을 줬다. 그러나 이정섭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순히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이정섭은 함께 출연한 문천식이 친어머니가 영어발음이 안되서 TV에 나온 홍석천을 보며 ‘저분은 효모지?’라고 한 일화와 시프트 아파트를 ‘씨푸드 아파트’로 발언한 사실을 말하자, ‘기껏 길러놨더니 어미 흉을’이라고 말하며 다소 불편해했다.
그냥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지점도 있다. 오늘날 예능에서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웃음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천식은 역시 그저 웃자고 가족의 소소한 일화를 말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작은 것들을 그저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그런 것들이 모여서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닐까? 야간매점에서 다루는 간단한 야참을 향한 이정섭의 지적도 그렇다. 이정섭은 무려 1만 5천원짜리 너비아니를 선보였다.
‘음식에 성의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분명 귀기울여 들을 만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야간매점 코너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보면 건강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물론 야식은 먹지 않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해피투게더>는 오히려 야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현대인의 욕구를 하나의 코너로 멋지게 승화한 것이며, 그건 예능으로서 충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
다만 이정섭은 우리가 웃으면서 그냥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었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쉽게 배를 채우는 현대인은 그 어떤 시대보다 비만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전 지구촌의 사람들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우리는 가장 고독한 시대를 살아가는 그야말로 아이러니의 향연 그 자체다.
어떻게 보면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정섭의 발언들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소소한 것들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나 싶다. 웃음과 더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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