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6년째 연애중’ 표절 판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朱雀 2009. 9.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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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윤계상이 주연한 영화 <6년째 연애중>이 <연애 7년차>를 표절한 것으로 항소심에서 판결났다. 인터넷매체 이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12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낸 원심과 달리 서울고등법원에선 “최씨의 이름을 명기하고 손해배상으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어려운 투쟁을 해온 시나리오 작가 최모씨는 자신의 권리를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그런데 다른 기사를 살펴보니 영화사측에서 다시 항소할 예정이라니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겠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국내 영화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에 <씨네21>에서 열린 감독대담에서 감독들이 말한 적이 있지만, 국내 영화계에선 시나리오 작가에 대접이 소홀하기 이를 데 없다. 특 1급 시나리오 작가도 한편 당 받는 액수는 고작 천만원대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왠만한 월급쟁이 수준으로 벌기 위해선 그런 작품을 몇 개 이상 써야 한다.

그러나 작가는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열심히 쓴다고 해도 좋은 작품은 일년에 몇편 적기 어렵다. 따라서 그들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관행은 영화계 뿐만 아니다. TV 드라마의 경우 영화쪽보다 대접이 좀 나은 걸로 알고 있지만, 이쪽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영화계나 드라마계 할 것 없이 배우나 감독들은 비싼 개런티를 지불해가며 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배우는 CF를 통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는 작품외에는 수입을 올릴 방법이 막막하다. 그나마도 영화사나 기획사에 보냈다가 표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당한 댓가(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를 주고 시나리오를 쓰기 싫어하는 몰지각한 일부 제작사들이 무명 작가들을 고용해 괜찮은 시나리오를 표절해 대본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투자를 외면하는 통에 국내 영화계는 세계 9위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계에 떠돌아다니는 좋은 대본이 별로 없다. 감독들이 푸념하는 것처럼 “할리우드처럼 열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음 작품을 위한 대본이 한 개쯤은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힘들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이건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배우와 감독 등외에는 별로 신경쓰지도 투자하지도 않는 영화계의 관행 탓이라 하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나리오 작가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주고, 그들이 좋은 시나리오를 많이 쓸수 있도록 지원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명감독과 명배우가 모였어도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면 좋은 작품은 나올 수 없다. 기본에 투자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란 썩은 콩을 땅에 심어놓고 좋은 수확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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