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그대 웃어요’의 사랑스런 바보커플 이민정-정경호

朱雀 2009. 11. 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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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면 모두가 바보가 되는 걸까? 얼마전까지 여우짓을 톡톡히 하던 서정인(이민정)은 13-14화에서 너무나 귀엽고 바보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이건 그의 애정대상인 강현수(정경호)역시 마찬가지였다.

12화 마지막에서 자신이 기다리라는 말을 했는데, 그냥 가버린 정경호가 자신을 위해 2층방을 페인트칠 하고 있자, 이민정은 기쁘기도 하고 속상해한다. 자신을 생각하는 정경호의 배려심에 기쁘고, 분명히 기다리라고 했건만 그냥 가버린 그가 야속한 탓이었다.

이민정은 “왜 서정경은 8년이나 기다렸으면서 나는 30분도 안 기다려줘?”라고 눈물을 흘리며 투정한다. 난감해진 정경호는 “너랑 서정경이랑 같냐?”라고 하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정경호를 사랑하게 된 이민정은 그런 장난에 넘어가지 않는다. “너 정경이랑 뽀뽀해본 적 있어?”라고 물은 그녀는 당황해하는 그를 보고는 곧장 키스를 감행한다.

13화의 시작은 그 키스신에서 시작하는데, 재밌는 점은 곧장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어느 정도 진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정경호는 키스후 아찔한 상황에서도 뭔 이유때문인지 첫 키스가 아니라면서 폼을 잡는다. 그러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다리를 풀려 주저 앉을 정도로 키스후유증(?)을 겪는다.

정경호의 극중 나이는 28세다. 그는 8년 동안 오직 서정경(최정윤)을 쳐다보느라,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따라서 그 나이를 먹도록 여태 여자랑 변변히 사귀어본 적이 없다.

이민정이 아니었다면 어느 코미디 영화처럼 40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30살싸진 뽀뽀 한번 못해본 천연기념물이 될 판이었는데, 정경호는 이민정에게 고마움을 느낄 줄 모른다. ^^

재밌는 점은 정경호는 이민정에게 첫 키스가 아니라도 거짓말을 하는데, 순진하게 이민정은 속아넘어간다. 8년간 정경호가 자신의 언니를 쫓아다닌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녀는 “그럼 고등학생때?”라고 반문하고, 정경호는 그런 척을 한다. 이에 이민정은 매우 속상해하고, 짜증낸다.

바보커플 이민정과 정경호의 애정 행각은 그 다음부터 재밌어진다. 자신의 방에 내려왔다가 이천희의 지적으로 페인트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경호는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이민정과 함께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낙엽을 태우면서 둘은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 정경호는 이민정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애써 동생을 향한 오빠의 마음으로 치부한다. 그리곤 페인트 냄새를 환기시키기 위해 이민정 몰래 숯과 양파를 방안에 가져다놓고, 이민정은 거기에 ‘선물 1호’ ‘선물 2호’라고 적어놓으면서 몹시 좋아한다.


그러나 이 둘의 사랑에 큰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친언니인 서정경(최정윤)이다. 정윤은 현재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외과과장을 사랑하는데, 그가 자신의 위신과 딸과의 문제 등으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슬슬 지쳐한다. 그러자 자신에게 항상 일관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인 정경호의 멋진 모습이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요새 그가 자신의 여동생과 뭔가 관계를 시작하는 것 같자 괜시리 아쉬운(?) 마음도 생긴 것 같다.

정윤은 민정의 방에 올라왔다가 그녀가 정경호가 준 물건들을 몹시 애지중지 하는 것을 보며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그를 포기하라며 상처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이민정은 오히려 혹시 정경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직설적으로 물어보고, 놀랍게도 최정윤은 ‘그렇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성이 아니라 친한 친구로 좋아하게 되었다지만, 그 정도도 못알아들을 이민정이 아니다(그런데 왜 이민정은 자신에게 정경호가 빠졌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는 걸까?).


정경호를 사이에 두고 본격적인 삼각관계를 이루는 두 자매



최정윤은 동생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해서 나가고, 우연히 그 모습을 목격한 정경호는 병원까지 바래다준다. 그 모습을 본 이민정은 속상해하고 자신의 방에 숯으로 멍청이라고 적고는 밤새 낙엽을 태우다 다시 잠들어버린다. 그리곤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에 누군가가 차를 타고 나갔다 왔다며 고자질해, 정경호를 다소 곤란한 상황에 밀어넣는다.

이민정만 정경호 때문에 애가 타는 게 아니다. 이민정을 아직 잊지 못하는 이한세(이규한)은 틈만 나면 그녀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이에 그는 수시로 그의 동향을 살피며 불안해한다.

14화에서도 두 사람의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엇갈린 애정행각을 계속한다. 언니가 정경호를 좋아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어 불안한 이민정은 계속 최정윤이 sos를 날릴때마다 달려가는 정경호가 밉다. 그래서 자신의 방에 숯으로 멍청이*100을 적는다. 그러나 정경호가 아직도 그녀의 호출에 달려가는 것은 물론 아직 그녀를 향한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친구로서 돕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더욱 클 뿐이다.

현재 그의 마음 속에는 오직 이민정을 향한 애정만이 가득 차 있다. 아직 쑥스럽고 바보 같은 정경호는 이민정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애써 모를 척 하며, 부정하고 있지만 말이다. 반대로 정경호는 자신이 있는 회사의 이사인 한세가 자꾸 이민정을 향한 애정공세를 벌이자 매우 신경쓰이고 불안해한다. 거꾸로 이민정 역시 이전의 사건 때문에 한세에 대한 마음을 이미 정리한지 오래다. 현재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이는 오직 정경호 뿐이다.

13-14화 동안 서로를 향한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왠지 자꾸 어긋나는 듯한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잔잔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특히 신세대 여성답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민정과 달리, 곰처럼 우직하게 8년간 한 여자를 바라본 정경호가 이민정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굳이 감출 때는 왠지 미워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14화 마지막에선 정경호도 이제 이민정을 향한 마음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최정윤의 긴급 호출을 받고 도와주려 나가던 정경호는 이민정으로부터 “가지마!”란 소리를 듣게 된다. “왠지 가면 다신 못 볼 것 같다”가 그 이유였다. 이민정은 여성 특유의 직감으로 현재 과장과 잘 되지 않는 언니가 이번 일을 계기로 정경호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정경호는 이런 이민정의 간절한 부탁을 뿌리치고 나갔다가, 그녀의 모습이 밟혀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향해 “함께 가자”며 데리고 나간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절로 환호성이 나왔다. 어떤 면에선 길고 지리했던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가 이젠 끝났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부터 쉬운 게 아니었다. 재벌 2세와 그녀의 집에서 운전기사를 하던 이의 손자라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이민정은 파혼을 당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팬더가 된 모습은 물론이고, 술에 취해 진탕 토해놓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경호는 항상 그녀의 옆을 지켜줬고 이민정이 어려울때마다 도와주었다. 항상 자신을 도와주는 듬직한 정경호를 보며 호감을 가지던 이민정은, 8년간이나 오직 한 여자를 바라본 그의 순수성에 더욱 호의를 갖게 된다. 더불어 자신의 일에 있어선 프로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경호의 경우엔 자신이 사랑한 이의 동생이라 처음엔 그녀를 통해 최정윤과 가까워지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을 볼때마다 이상하게 자신에게 생겨나는 욕구(?) 때문에 몹시 괴로워한다. 낙엽을 태울때 그녀가 춥다며 자신의 품에 안겨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고, 자신이 서정경(최정윤)에게 달려갈때마다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간다. 첫 사랑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걸까?


이민정이 “동생이 추워서 오빠한테 기대도 안돼?”라고 하자, 정경호는 한술 더 떠서 “우린 오빠-동생이라서 괜찮지?”라는 식으로 이민정의 애정공세를 방어(?)한다.

그러면서도 이한세와 그녀가 함께 있는 것을 보면 견디지 못한다. 14화에선 이민정의 아버지가 사고를 쳐, 자신의 어머니 백금자가 그녀에게 뭐라고 하자 재빨리 일부러 엄마한테 물이 쉬었네 어쨌네 하면서 끌고 간다. 그러면서 윙크를 하고 ‘밥먹어’라고 한다.

극중 정경호는 어쩌면 ‘꿈의 남자’일지 모르겠다. 그의 외모는 ‘꽃미남’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만큼 멋지다. 그뿐인가? 그는 해외 유학파로 기업과 대학에서 서로 모셔갈려고 애쓰는 글로벌 인재다. 거기에 그는 인간미 있는 인물이다. 한 여자를 8년이나 사랑했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애초에 그가 자동차 관련 학과를 지원한 것도, 보다 많은 사람들인 보다 안전한 차를 보다 저렴한 값에 타기 위한 이상을 실현코자 함이었다.

이런 완벽한 남자를 지난 8년간 무시했다가 이제야 서서히 눈에 들어오고 있는 최정윤이나, 그를 보고 반해버린 이민정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여우면서도 유독 사랑 앞에선 바보가 되는 이민정과 늘 사랑 앞에 바보가 되는 정경호 커플의 커플 연기에 주말이 즐거웠다. 이제 본격적으로 알콩달콩한 사랑을 키워갈 두 사람의 커플 연기 때문에 앞으로 주말이 즐거워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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