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미실은 왜 비담에게 거짓말을 했는가?

朱雀 2009. 1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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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덕만의 기지로 인해 궁에서 쫓겨나듯 도망쳐 나와 대야성에 머문다. 덕만의 명을 받고 복야회 은거지가 있는 곳에서 함을 찾은 비담은 진흥왕의 밀명이 적힌 비밀서신을 보고 갈등을 하다가 미실을 찾아간다. 비담은 미실을 찾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과 갈등으로 보냈다.

미실은 왜 청유를 보냈는지에 대해 묻자, “방해되니까”라는 말로 상처를 준다. 그것도 부족해 비담이 “죽여야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그랬어야 했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한다. 왜 그랬을까?

첫 번째는 자존심 탓일 것이다. 미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진지왕과 사이에서 낳은 비담을 버렸다. 미실은 여태까지 절대자로 군림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거의 해본적이 없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지금 비담은 미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다. 가장 원치 않는 내전 상황까지 치달은 여건에서 단 한명의 사람이 아쉽다. 특히 비담처럼 두뇌회전이 빠르고, 무공이 뛰어나고 행동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야말로 요긴하다. 어쩌면 비담이 지금이라도 미실측에 와준다면 이후 싸움의 향배는 바뀔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미실은 그 기회를 기꺼이 내버린다. 여기에는 자존심 외에 다른 것이 끼어들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바로 ‘비담’을 위해서다. 미실은 이미 자신의 계획이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49호에서 석품조차 말했지만, 현재의 미실은 ‘대의’와 어긋나 있다. 20여년간 나라를 운영한 미실의 관록과 부재는 매우 크다. 또한 아직까지 미실을 따르는 세력은 상당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덕만은 사람을 자신의 밑으로 부릴 것이고, 대의는 그쪽에 있으므로 결국 승리할 수 밖에 없다. 덕만이 미실이 궁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은 ‘내전’을 막기 위해서다. 사실 삼국시대 상황에서 어느 한나라에서 내전이 일어난다면, 이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자는 역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언제 다른 나라가 쳐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전을 일으킨다는 건, 나라를 망하게 하겠다는 것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실은 ‘혈통’따위는 의미 없다고 편전회의때 목소리를 드높이긴 했지만, 지난 20여년간 그녀가 왕의 꿈을 꾸지 못한 것은 ‘혈통’에 대한 뿌리 깊은 신라의 인식과 전통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건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지닌 미실이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미실은 그동안 자신이 바꾸지 못한 것에 대항한 것이다. 이길 수 있겠는가? 누구도 사회적-구조적 인식을 단시간내에 바꾸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미실은 그런 도박에 승부를 걸었고, 이미 졌다. 따라서 미실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했지만, 실은 틀린 말이다. 시간은 미실의 편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성들은 관리들은 덕만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비담을 자신의 진영에 들여놓는 것은 ‘죽을 자리’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실은 어쩌면 비담이 훗날 일어서리라고 여겼을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자신을 판박이로 닮은 아들이다. 결코 설원처럼 덕만의 옆에서 한귀퉁이를 자리잡는 걸로 만족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태생적으로 권력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고 욕심이 많은 이다. 자신의 스승인 문노와 ‘삼한지세’를 놓고 싸울 정도로 탐욕이 많고, 그가 덕만을 사랑하는 마음엔 훗날 그녀와 결혼해 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만은 절대 비담과 결혼할 리가 없다. 따라서 비담이 언젠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 분노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미실은 어쩌면 그런 여러 노림수 때문에 거짓말을 했을지 모르겠다.

아마 미실은 비담이 진흥왕의 밀지를 가지고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미실이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비담에게 보여줬다면, 어쩌면 이후 결말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실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아들을 위해 거짓말을 한 탓에 ‘옥쇄’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구렁텅이로 접어드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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