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꽈당효리의 활약이 빛난 ‘패떴’

朱雀 2009. 11. 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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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패떴’을 시청했다. 그런데 이런?!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의 멤버인 유이와 산다라 박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지난주에 있었던 ‘참돔’ 논란 때문에 한명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화제의 스타를 무려 두명이나 섭외한 듯 싶었다.

두 스타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눈이 좋았지만, 그보다 더욱 눈에 띤 것은 효리의 활약상이었다. 효리는 등장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무대에서 항상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편안한 쌩얼(?)형 화장을 많이 보여줬던 그녀는 이번에 변화를 줬다. 바로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발그레한 볼터치를 한 것이다. 이유는 하나 바로 어린 것들(유이와 산다라 박)때문이었다.


산다라 박이 등장하자, 효리는 ‘저쪽으로 가’라는 식으로 견제에 들어간다. 재석이 유이와 산다라 박에게 찾아갈 곳의 약도를 건네주자, ‘뭘 그렇게 한참 봐!’라는 식으로 버럭 화를 냈다. 유이와 산다라 박의 팬입장에서 보면 다소 울컥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효리는 정말 유이와 산다라 박에게 화가 났을까?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설정이다. 그녀는 유이와 산다라 박을 괴롭히는 미운 새언니(?)역할을 맡아서 한 것이다.

만약 모두 유이와 산다라 박에게 잘해준다면 <패떴>은 밋밋해졌을 것이다. 극이 재밌기 위해서는 ‘갈등’이 필수요소인데, 그런 요소를 효리가 악역을 자처한거다. 실제로 효리와 제외한 거의 대다수의 패떴 멤버들은(심지어 스탭진까지) 유이와 산다라 박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효리가 유이와 산다라 박에게 화(?)를 내자, 재석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이 감싸주는 형국을 취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효리의 활약상이 빛난 것은 진돗개와 함께 한 ‘장애물 뛰어넘기’였다. 여기서 효리는 무려 다섯 번이나 넘어졌다. 효리는 그전에 자기네팀인 재석이 강토(파트너 진돗개)를 제대로 데리고 가지 못하자, ‘어렸을 때 개 안 키워봤어?’라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차례가 되자, 첫 번째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다시 걸려 넘어지고, 바람이 불어 넘어지고, 결국 보다못한 파트너견 강토가 넘을 지경이었다. 두 번째 장애물인 훌라후프는 강토가 앞발로 건드려 넘어져서 방점을 찍었다.

사실 장애물 뛰어넘기를 모두가 묵묵하게 이기기 위해 한다면 별로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패떴>같은 프로에서 ‘장애물 뛰어넘기’를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하나의 설정에 불과하다. 동시에 ‘장애물 뛰어넘기’는 이미 다른 예능 프로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은 장치라 웃음을 주기 어렵다. 그런데 효리는 그런 장치를 ‘꽈당 효리’라는 설정을 통해 엄청난 웃음을 유발했다.

게다가 그녀의 상대는 유이였다. 상대팀은 물론, 같은 팀인 재석과 수로까지 자꾸만 넘어지는 효리를 한심하게 여기더니 결국엔 유이를 응원하는 모습은 묘한 대비를 이뤄내며 더욱 큰 웃음을 유발했다.

유이와 산다라 박은 극초반에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설정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 듯 싶다. 게다가 설정이긴 하지만 대선배인 이효리가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아마 주눅이 든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가자, 산다라박은 김치조각대로 전을 부치고, 파프리카를 통째로 부치는 등의 4차원적인 행동으로 시선을 잡아 끌었다.

유이는 걸그룹 멤버답게 커플정하기에서 ‘내귀에 캔디’에 맞춰 춤을 춤으로써 흥을 돋구웠다. 그러나 현재 가장 인기있는 걸그룹 멤버인 유이와 산다라 박보다 어제 <패떴>에서 가장 빛난 인물은 누가 뭐래도 ‘꽈당 효리’였다.

그녀는 초반에는 두 아이돌 스타를 견제하는 미운 언니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장애물 뛰어넘기에선 연속해서 넘어지는 행동으로 엄청난 웃음을 주었다. 또한 시시때때로 유이와 산다라 박에게만 쏠리는 남심(?)을 견제하고, 그녀들과 묘한 신경전을 벌여 극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들어 산다라 박이 어린 시절 이효리를 좋아해서 필리핀에서 멜론을 싸들고 집앞까지 찾아간 이야기를 하자, 그제서야 슬슬 그녀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어 또 다른 웃음과 훈훈함(?)을 느끼게 해줬다.

간만에 <패떴>을 보면서 느낀 것은 ‘중심인물’이 얼마나 중요한가? 였다. 이제 4회를 방송한 <청춘불패>의 경우,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없기에 화려한 걸그룹 멤버 7명이 출연함에도 뭔가 어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패떴>은 유재석과 이효리가 서로 주고 받으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효리의 이런 예능 내공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2002년 KBS <해피투게더 - 쟁반노래방>, 2006년 KBS <해피투게더 시즌 2 - 프렌즈>, 2008년 SBS <일요일이 좋다 - 체인지>, KBS의 <상상플러스 시즌 2>등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고 범상치 않은 예능 내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국민MC인 유재석은 이효리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주변상황을 만들어줌으로써 ‘이이상의 조합’은 없게끔 만들었다. 연예인들이 모여 함께 MT를 가는 설정의 <패떴>이 2년째 화제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유재석과 이효리의 공이 제일 크며, 어제 방송분은 이효리의 중량감을 가장 잘 보여준 에피소드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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