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불편하기 그지 없는 ‘강심장’의 폭로전

朱雀 2009. 12. 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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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강심장> 11회를 보면서 드는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특히 슈와 데니안 그리고 김현중이 자신들의 연애담을 털어놓는 장면이 그러했다.

10년전 S.E.S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슈는 당시 남자 아이돌과 사귀었던 사실을 스스로 이야기했다. 심지어 <강심장>녹화에 지금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 그 인물과 가까운 사이라는 말까지 털어놓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데니안 역시 이전 예능 방송에서 그랬던 것처럼, g.o.d시절 여자 아이돌과 사귄 경험을 털어놓았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여가수는 리허설이 끝나고 내려오는 도중에 데니안의 팔을 쎄게 때리고 지나가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방송 리허설 현장이지만 수 많은 스탭과 열성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호동은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자, 데니안에게 현중이 ‘여자친구’가 있을지 맞춰보라고 한다. 데니안은 그냥 넘겨짚는 말로 ‘지금은 없고, 예전에 한번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현중은 쿨하게 ‘맞아요’라고 답했다.

게다가 무려 5개월 동안 사귀었고, 사귀는 기간 동안 영화관과 심지어 가락시장까지 변장없니 나다녔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양은지는 누군지 알 것 같다’고 했고, SS501의 다른 멤버들과 수근거렸다.

그리고 오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현중의 고백한 이야기가 기사화되어 도배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김현중이 한 이야기 자체는 나름 진솔한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심장>이 다루고 인터넷 매체에서 한 짓은 찌라시 언론보다 더한 행동이라고 여겨진다.

우선 <강심장>은 이제 원로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슈와 데니안의 과거의 연애경험을 털어놓아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리고 현재 인기 있는 김현중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연애경험담을 이야기하게끔 몰아갔다.

<강심장>은 애초 포맷부터 ‘쎈’ 발언을 한 연예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생존경쟁 토크쇼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쎈’ 발언은 나올 수 있는게 한계가 있다.


하여 <강심장>은 이천희가 작년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지 못한 가슴 아픈 이야기나, 컬투가 코미디언들의 비애를 이야기하며 간간히 눈물어린 ‘감동’코드를 삽입했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신봉선과 정주리가 유명 걸그룹들의 춤을 추고, 싸이가 소녀시대의 춤을 추며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강심장>은 예능 프로그램이며 웃음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속성이다. 문제는 ‘지켜야할 선’이다. 지난주 방송에선 ‘투투’의 황혜영이 당시 인기절정의 인기가수와 사귀었다고 말해, 서태지부터 R.e.f 까지 당대 최고의 인기그룹들이 인터넷 상에서 소란스럽게 이름이 오르락거렸다.

이는 ‘화제’를 끌어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없는 ‘화제’까지 만들어내는 경향을 방송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심장>은 다른 프로보다 언론플레이가 상당하다.

어제 방송 전에는 소녀시대의 태연이 ‘리더자리에서 탈퇴’했다는 뉴스가 올라와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필자의 경우엔, 태연이 소녀시대를 탈퇴했다는 뉴스로 오해하고 볼 정도였다(아마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다).


실제 방송분에서 태연은 ‘9명의 의견을 모으기 힘들어 관두기로 했다’는 팀내의 가벼운 의견충돌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약 공식적으로 리더가 바뀐다는 것은 그룹 이미지에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를 태연이 한 것은 그저 <강심장>에 화제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었다.

<강심장>은 시청율에 태생적으로 목맨 것 같다. 굳이 22명의 게스트들을 불러놓은 것은 일단 물량 공세로 기선을 제압하고, 분위기를 유도해 최대한 연애담을 비롯한 수위 높은 발언을 요구한다. 심지어 강호동의 경우엔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여자친구가 있느냐?’ ‘그 여자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등 어떻게든 다른 이성 인기 연예인과 엮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재미를 위한 설정일 수 있지만, 동시에 시청율을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안다! 모든 예능 방송은 태생적으로 재미와 웃음을 추구하고, SBS는 공중파중에서 가장 상업적이다. 그러나 없는 화제까지 연예인들에게 요구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기사화해 인터넷에 쏟아내는 매체들의 뉴스를 접할때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연예인의 사생활 따위는 무시하고 그저 그들의 연애와 내밀한 사생활을 그저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연예인들이 사생활 폭로로 당할 피해등은 전혀 고려치 않는 모습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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