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고수의 백만불짜리 눈물연기, ‘크리스마스에’

朱雀 2009.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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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을 보면서 ‘아름답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최근 그런 눈물을 두 번이나 보았다. 모두 드라마를 통해서. 첫 번째는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이 보여준 눈물이었다. 자신눈앞에서 사랑하는 김태희가 차폭발사고로 죽은 줄 알고 흘리는 그의 눈물은 그의 아픔이 절절이 느껴질 정도였다. 진사우의 변심과 사랑하는 연인을 다시 만나는 중요한 순간마다 보여주는 그의 눈물은 ‘단순한 마초’가 아니라 혈관속에 따스한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런 이병헌의 눈물연기를 보면서 ‘과연 월드스타’라 혼자 찬탄해마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명품연기를 <크리스마스에>에서 또 한번 마주치고 말았다. 고수는 어린 시절 자신의 첫사랑인 한예슬을 서울에서 8년이 지난 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누군지 알면서도 내내 모른 척하고 거짓말까지 한다. 고수는 한예슬의 주변을 맴돌면서 내내 괴로워한다. 고수는 어떤 의미에서 ‘마초’다. 한예슬 앞에만 서면 떨리고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면서도 자신을 위장한다. 자신의 집 문앞에 그녀가 있는 것을 보곤 떨려서 벽뒤에 숨았다가 다시 볼만큼 어쩔 줄 몰라하면서, 막상 그녀 앞에 가서는 태연하게 ‘우유 먹을래요? 우리집 냉장고엔 백개쯤 쌓여있어요’라고 말할 만큼 강한 척 했다.

하지만 어제 방송된 6화에서 고수는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밝혀내고 말았다. 일주일을 밤새 마련한 PT자료를 날려버린 후, 중요한 프로젝트 수주를 빼앗긴 그는 낮부터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운명처럼 한예슬과 마주치게 된다. 버스 타는 그녀를 쫓아 무작정 오른 그는 어느덧 잠에 들고 만다. 한예슬은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목걸이를 그의 손에 걸어주곤 하차한다.

뒤늦게 깨어난 고수는 자신의 손에 걸린 (어릴 적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소중한 팬던트를 보고는 한예슬이 일하는 가게 앞으로 뛰어가서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만나선 이런 말을 한다.


너 뭐야? 너 누구야? 너 대체 뭐하는 자식이야? 니 따위가 대체 뭔데 남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이게 어디서 죽을려고? 니 까짓 게. 대체 뭔데. 대체 니까짓 게 뭔데?

어떻게 보면 고수가 한 말은 마음과 정 반대의 말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런 게 아닐까?

한지완(한예슬) 너 왜 나 모른 척 한거야? 너 내 팬던트 8년이 넘게 간직하도록 내 생각해왔잖아? 그런데 일부러 모른 척 한거야? 왜 그동안 일부러 모른척 한거야? 도대체 왜? 내 마음을 뻔히 알면서. 나도 네 마음 다 아는데...

잠시 다른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은 우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두려워한다. 남자가 울면 나약해 보일까봐 싫어하고, 누군가 흉볼까봐 두려워한다. 우는 건 남자답지 못한 거라고 여겨 내내 꾹꾹 참는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면 콧물까지 흘러 보기 흉하고 우스꽝스럽기 쉽다.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고수와 한예슬. 그러나 두 사람의 포옹을 한예슬의 약혼자인 박태준(송종호)가 목격함으로써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어떤 의미에선 울면서 멋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조각미남인 고수는 강한 남자가 우는데 나약하거나 우습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그저 더욱 멋지게 보이는 효과를 자아냈다. 감정을 담아 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우는 연기자를 보고 슬픔뿐 아니라 ‘멋있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건 웬만한 연기내공 가지곤 되지 않는다고 본다.

멋진 연기로 멜로드라마 <크리스마스에>에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고수는 이번 눈물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한차원 더욱 높였다고 본다. 월드스타 이병헌과 견줄 수 있는 눈물연기는 그의 존재감을 한껏 키웠다.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고수 당신은 <크리스마스에>의 완성도를 한차원 높일 수 있는 멋진 눈물연기를 보여줬다. 아마 당신과 동시간대에 타사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은 잔뜩 긴장해야 될 듯 싶다.

단순히 서러운 의미의 눈물이 아니라, 그 안에 그리움과 회한과 기쁨 등 이루 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복잡다면하게 집어넣은 당신의 연기를 본 이들이라면 모두들 내 말엔 동의하리라 본다. 그만큼 6화 마지막에 보여준 고수의 눈물연기는 ‘명품’ 그 자체였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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