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아이리스>의 성공요인은 이병헌의 OO이다!

朱雀 2009. 12. 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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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부터 말하겠다. ‘눈물’이다. ‘에이 그게 뭐야?’라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제부터 이유를 써내려가겠다. 20화의 마지막에 보면 결혼반지를 가지고 가던 이병헌은 어디서 발사된지 알 수 없는 총을 맞고, 등대에 있는 김태희를 보며 눈물을 짓는 장면이 있다.

거기선 플래쉬백으로 이병헌이 그동안 겪었던 지난 날들을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항상 함께 하는 건 김태희뿐만 아니라 눈도 있었다. 북한공작원들과 함께 있을 때 갑작스럽게 온 김태희를 어쩔 수 없이 때리며 눈물을 짓던 이병헌. 갑작스런 전화한통으로 김태희를 집앞에 데려다 놓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던 순간. 핵폭탄을 찾으러 갔다가 김태희와 재회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순간.


우리나라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이렇게 운 경우가 또 있었을까? 그리고 이토록 멋지게 운 적도 있었는가?



돌이켜보면 최근까지 이병헌은 눈물을 자주 보였다. 19화에서 자신의 부모의 원수이자 자신을 버린 백산 부국장과 마주쳐서 죽이기직전까지 갔을 때도 그랬다. 이병헌은 ‘용서를 빌라’면서 총을 쏴댄다. 그때 흘린 그의 눈물은 감정에 북받쳐서 나오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부모의 원수이자 자신을 사지로 내몰았던 사람. 자신의 부모님의 친구였던 목소리를 죽인 사람.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리스’의 목적에 따라 수십 아니 수백명의 사람들을 쉽사리 죽인 사람. 그런 백산을 보며 이병헌이 느꼈을 감정의 회한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순간 흘린 이병헌의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었다. 백산으로 정의할 수 있는 ‘악’에 대한 미움과 복수에 대한 뜨거운 열망 등의 다양한 감정이 합쳐진 것이리라.

자신의 친구 진사우(정준호)가 죽을 때 그의 눈물은 또 어떠했는가? 백산의 명령에 따라 북한측 요원을 암살하고 구조를 기다리던 중 달려온 사우가 느닷없이 자신에게 권총을 꺼내들었을 때 이병헌은 그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구한 경비행기를 향해 사우가 총부리를 겨눴을때도 그는 조용히 뜨거운 눈물만을 흘렸다. 사우와 보일러실에서 맞부딪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에야 자신과 함께 한 사우가 아이리스 조직원의 총에 맞고 죽어갈 때, 이병헌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니 맘 다 알어’라고 말하며, 그저 울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에서 이렇게 남자 주인공이 자주 운 적이 있었을까?

어떤 면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김현준은 전형적인 ‘마초’캐릭터다. 그는 특임대 출신으로 군부대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전쟁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영웅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백산의 함정에 빠져 전세계를 돌아디니며 복수를 하고자 애쓰는 장면은 그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간 내지는 초반에 윤주상 과학수사실장이 말한 것처럼 ‘괴물’로 보이게 할 수 있었다.

특히 별다른 감흥 없이 쉽사리 사람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쏘는 그의 모습에선 ‘인간성’은 지운채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병헌은 눈물연기를 통해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탓에 괴물이 되었지만, 그의 혈관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우리에게 자주 일깨워줬다.


특히 원수인 백산을 앞에 두고 그가 흘린 눈물과 연인인 김태희와 어렵게 재회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에선 그의 절절한 마음이 시청자인 우리에게 전달될 만큼 훌륭한 눈물연기였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눈물연기는 참으로 흔하다. ‘누가 빨리 우느냐?’를 가지고 시합할 만큼, 연예가에선 흔한 광경이다. 그러나 남자배우가 울면서 그것도 추하거나 ‘감정과잉’이 아닌 적절한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시켰다는 점에 이병헌의 눈물연기는매우 특별하다.

분명 울고 있는데도 감정이 너무 격하지 않고, 상황에 딱 알맞았으며, 흉하지 않고 오히려 ‘멋있다’라는 생각을 갖게끔 한 이병헌의 눈물연기는 그가 왜 할리우드에 진출해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려 하는지 스스로를 증명한 명품 연기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이리스>가 오늘날 30%대의 시청율을 기록하며, 그토록 불친절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호평과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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