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의 진정한 싸이코패스 염종

朱雀 2009. 12.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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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꺼지기전이 가장 밝다’고 했던가? 이제 종영을 한화 앞둔 <선덕여왕>을 보면서 새삼 드는 생각이다. 60화에서 그동안 뭔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던 이요원의 연기는 ‘여왕’다운 기개를 보였다.

비록 왜 비담과 마음을 나누려 하는지 이유를 밝히진 않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와 보내고 싶어하는 애절한 마음은 61화내내 표현되어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연모 하나로 어머니 미실과 대립하고 기꺼이 악역을 도맡았던 비담은 어떤가? 비록 춘추의 말에 격동되어 그 옛날 입던 거랭뱅이 패션을 하고 염종을 죽이려 나타난 그의 포스는 간만에 예측불허의 천살성 캐릭터가 되살아난 느낌이었다.

그러나 61화에서 역시 가장 많이 빛난 인물은 염종이었다. <선덕여왕>에 나온 여러 캐릭터중에 ‘싸이코패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그가 아닐까 싶다. 염종역의 엄효섭은 이전에 고현정과 함께 출연한 <히트>에서 정신분열증을 앓는 희대의 살인마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었다.

비담이 야인인 시절, 스승 문노를 죽이고 감히 비담에게 오히려 웃으면서 ‘너도 문노공 죽이려고 했잖아요? 나 죽이고 너도 죽으세요.’라고 말할때의 그의 광소와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비담이 자신을 죽이려 할때 보여준 염종의 모습은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선 현재 벌어지는 ‘비담의 난’은 ‘염종의 난’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염종은 비담이 덕만과 비밀문서를 주고 받은 사실을 안 이후로, 치밀하게 모든 계획을 준비해 여기까지 이르렀다. 우선 비담의 세력들을 격동시켜 반란을 일으키기 직전의 상황으로 몰아갔고, 비담에겐 가짜 자객을 붙여 덕만이 한 짓으로 알게끔 했다.


죽이려고 한거야? 폐하께서? 흐흐흐. 하하하. 뭐야? 결국 이런거야? 네가 모두를 배신하고 목숨을 건 연모라는 게 고작 이따위야? 하하하.

@자식. 죽여버리겠어.

죽여. 날 죽여? 하하. 그래 죽여봐. 날 죽이면 이게 없던 일이돼? 날 죽이고, 넌 뭘 할건데? 넌 또 버려진거야.



가히 천재적인 책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고민이 되는 것은 춘추가 아무런 세력이 없던 시절, 거의 유일한 충신(?)이었던 그가 왜 춘추를 배신하고 비담에게 붙었나 하는 것이다.

세상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염종은 분명히 다음 왕이 김춘추가 될 것을 알텐데, 왜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비담의 세력권에 있는 것일까? 지난 몇화를 보면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고 본다.

염종은 아마 춘추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됨됨이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춘추는 전형적인 군주상이다. 절대 누구와도 권력을 나누려 하지 않는. 아마 염종은 그런 춘추를 보면서 훗날 그가 왕이 되면 자신은 권력에서 밀려나거나 최악의 경우 제거되리라는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반면 비담은 비록 싸이코적인 기질은 보이지만, 순수한 면이 있어서 잘만 이용하면 그의 곁에서 권력을 자기맘대로 부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비담은 총명하고 염종 못지 않게 싸이코기질은 있지만, 송곳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춘추보다는 권력지향적인 그에게는 이쪽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싸이코패스’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태연하게 사람을 죽이고 모든 흔적을 지울 수 있다. 즉 실수가 없기 때문에 수사관들은 범인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설마 감정이 없진 않겠지만, 염종이 <선덕여왕>에서 벌이는 일들을 보면 거의 별다른 감정없이 거의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항상 부하들을 빈틈없이 깔아두고 일이 잘못되는 상황을 보이면 증인들을 철저하게 없애 후환을 없애고 있다. 61화에서도 시위부 무사장의 가족을 죽여 자신의 음모를 덮으려 했다가 산탁이 모든 사정을 알아내자 없애려 한다. 아마 벼랑 끝에서 몸을 숨긴 산탁이 최종화에서 비담에게 모든 사실을 고해바칠 것 같은데, 비담의 최후 못지 않게 여불위처럼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싶어했던 염종이 어떤 최후를 맡게 될지 궁금하기 그지 없다.

그런 면에서 61화에서 가장 빛난 인물은 덕만이나 비담이 아니라 진정한 연기파 배우 엄효섭이 연기한 염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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