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추노’는 노출 외엔 홍보할 꺼리가 없나?

朱雀 2010. 1.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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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오지호의 이상형 월드컵>에 출연한 오지호는 <추노>를 홍보하기 위해 ‘노출’을 주요한 화두로 삼았다. <추노>가 노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극의 특성상 헤어진 넝마를 입어서 거의 상반신이 노출되며, 함께 출연하는 장혁은 잔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다면 자신은 말근육이라고 하면서 소개했다.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그런 오지호의 발언은 상당히 불편했다. 필자가 <추노>팀이 나온 예능 프로에서 ‘노출’관련 이야기를 들은 것이 벌써 이번이 세 번째 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최고는 지난 2일 방송된 <해피투게더3>였다.

<추노>의 여주인공인 이다해는 방송을 통해 장혁과 오지호는 거의 항상 상의는 탈의된 상태며, 자신도 두 번이나 노출신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화살에 맞은 상황인데 몹시 천천히 에로틱(?)하게 벗었다고 웃으면서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사실 TV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노출’이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남미쪽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담당 PD가 징계를 각오하고 보여주지 않는 이상 그 한계가 명확하다. 심지어 영화조차 한계가 명확한 마당에 비록 밤 10시라곤 하나, 가족끼리 앉아서 보는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노출이란 뻔하디 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혁-오지호-이다해 등이 각종 예능에 나와서 <추노>를 홍보할 때 ‘노출 장면’을 주요한 소재로 다뤘다. 물론 충분히 이해는 간다. <추노>는 ‘도망친 노비를 수색하여 체포한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오지호의 설명에 따르면 부장 무사에서 노비로 전락한 그는 뭔가 정치적인 이유로 어딘가를 향해 가는데, 그런 오지호를 잡기 위해 노비 사냥꾼인 장혁이 쫓는 이야기라고 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선보인 대다수의 사극과는 달리 ‘노비’를 주요 등장인물이자 그들의 삶을 주요테마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전까지의 사극과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시도다. 예고편을 보아도 사극적인 냄새보다는 마치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현란한 액션 장면과 고문을 당하고 낙인을 찍히는 모습을 통해 노비들의  처절한 삶을 그린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필자 개인적으론 거칠고 처절한 삶을 살아간 노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주길 기대하고 있다(물론 확실한 것은 방영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그러나 새로운 작품이란 그만큼 잘 모르기 때문에 홍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추노> 출연진인 오지호-장혁 등은 ‘노출’을 주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것 같다.

작품이 시작된 안된 상태에서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봐야 어차피 모를 테니, 일단 눈요기거리가 많다는 것을 어필해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론 답답한 일이다.

이는 마치 스포츠신문이 여배우들의 노출신만을 놓고 보도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특정 여배우가 왜 작품에 출연했고, 그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전혀 무시한채 여배우의 노출만 강조하는 행태말이다.

거기엔 작품도 없고 주제도 없고 감독도 없고 배우도 없다! 오로지 대중들의 호기심을(그것도 주로 남성들을) 자극하는 여자의 알몸(?)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사실 대다수의 시청자는 노출신에 큰 관심이 없다.

관객이 그리고 시청자가 작품을 선택하고 보는 내내 중요한 것은 ‘얼만큼 충실한 이야기 전개를 하는가?’ 즉 재미이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거기에 감동이나 의미를 얹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무리 현란한 CG로 도배하고 엄청난 물량을 동원해 화려한 시각효과를 보여준다고 해도 이는 10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 다음부터 시청자는 지루함을 느낀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다. <선덕여왕>과 <아이리스>가 화제를 뿌리며 모든 이를 사로잡은 것은 잘 생긴 꽃미남 배우나 총격신 때문이 아니었다.

거기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정신없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현란한 이야기 전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쉽게 설명하기 어려워 노출을 주로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은 이해하지만, 오늘날 시청자의 수준은 생각보다 꽤 높다. 따라서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야기등을 소개했어도 큰 무리는 따르지 않았을 거라 본다.

<아이리스> 후속작으로 KBS의 많은 기대와 각자 복귀작으로 의욕이 앞선 것은 이해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추노>가 단순히 남성 배우들이 근육질 몸매를 볼 수 있고, 이다해의 노출 장면이 두 번이나 있다는 사실로 먼저 다가온 것은 매우 씁쓸한 일이었다. 부디 <추노>가 노출 장면 외에 이야기의 힘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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