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뚱뚱한 것이 죄인가?, ‘스타킹’

朱雀 2010. 1.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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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스타킹>이 최근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뛰어넘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시청해보았다. 재밌게 보다가 ‘다이어트킹’이란 코너에서 몹시 불쾌해지고 말았다.

‘다이어트킹’은 체중이 평균 100kg에 육박하는 비만인 12명이 ‘숀리’라는 전문 트레이너와 함게 100일 동안 30킬로 감량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어제 방송엔 최종 합격자(?) 12명이 나와서 각자의 사연과 몸무게를 재는 것이 방송되었다.

처음 등장부터 불편했다. 12명의 신청자들은 모두 반바지에 배가 다 드러나는 짧은 상의를 입고 나왔다. 그러면서 음악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춰서 가뜩이나 너무 살이쪄서 늘어진 살들이 크게 요동치는 장면이 클로즈업 되어 나왔다.

숀리라는 트레이너는 온 몸이 근육질로 등장부터 모든 이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등장했다. 12명의 도전자와 숀리는 등장부터 마치 ‘악’과 ‘선’처럼 나뉘어져 등장했다.

숀리는 12명의 신청자들의 각 부위를 설명하면서 하체 비만이니 상체 비만이니 하면서 복부와 하체 비만등을 마치 고기 부위를 설명하듯이 나열했다. 물론 ‘다이어트킹’에 출연한 이들의 사연을 나름대로 매우 절백했다. - 그리고 천만원의 상금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만인 출연자들을 향해 ‘임신한 것 같다’는 등의 농담은 상대방에게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스타킹>의 출연진에 배려가 새삼 아쉬운 대목이다.


특이 질병(?)에 걸려 반드시 살을 빼야만 여성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출연자, 100킬로 넘는 체중 때문에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퇴사하고 현재 백수인 남자. 봉사하러 나갔다가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봉사대상에게 거부당한 출연자까지. 그들은 모두 뚱뚱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말도 안되는 수모와 모욕 등을 당해야만 했다. ‘다이어트킹’은 그런 사연을 밝힘으로써 시청률을 위해 오락성을 추구하는 자신들을 ‘감동’이란 코드로 얄팍하게 포장하려 했다.

‘다이어트킹’이 만약 출연자들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굳이 짧은 반바지와 배꼽티(?)를 입힐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이는 출연자들에게 인격적인 모욕에 가까운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도 부족해 출연자들을 직접 체중을 재서 즉석에서 보여주는 것은 몹시 화가 나는 행동이었다.

물론 사전에 출연자와 협의가 된 사항이었겠지만, 나름 다들 절실한 이유 때문에 찾은 그들에게 애초에 ‘선택권’이란 없는 것이다. 이건 방송의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킹>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출연진을 배려했다면, 나중에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는 등의 다른 선택방법도 많았다. 굳이 현장에서 그들의 현 비만 상태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그것도 부족해 남성은 물론 날씬한 여성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몸무게를 (그것도 상당히 고도비만인) 공개한 것은 몹시 심한 행동이었다고 본다.

<스타킹>이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은 현장에서 직접 밝혀 출연진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실시간으로 얻어내고,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에게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비만’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현대인의 바쁜 사회생활과 잘못된 식생활은 몸의 균형을 파괴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뚱뚱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에 반동이라도 하듯, ‘몸짱’에 대한 열풍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열병처럼 퍼져있다. 남자 연예인들은 헬스장에서 엄청난 운동을 통해 몸을 근육질로 변화시키고, 여성 연예인들은 날씬하고 탄력적인 몸매를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멋진 몸매를 만든 그들은 헬스니 요가니 해서 비디오와 책자를 내고 내팔기에 바쁘다.

오늘날 몸의 숭배는 어떤 면에선 스타에 대한 열광보다 더욱 심하다. S라인을 지나 꿀벅지, 초콜릿 복근등은 ‘몸짱’에 대한 다른 표현들의 나열일 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근육질의 몸매만이 찬양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이 있고, 60억 인구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체형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공장에서 틀에 찍어내듯, 방송과 언론매체에서 ‘근육질의 몸짱’만이 마치 표준몸매인 것 처럼 떠들어대고 찬양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당신과 나는 절대 연예인들처럼 몸짱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몸이 곧 상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트레이닝과 음식물 섭취를 통해 몹시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각자 회사일로 바쁘고 식생활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좋은 몸매를 유지하기 어렵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패스트푸드와 고칼로리 음식 등은 원시인이 와도 비만이 올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물론 개중에는 예전에 고도비만이었다가 열심히 운동하고 식생활을 개선해서 자신의 몸을 바꾼 이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굳이 방송에서 화제가 되고 관련 서적과 비디오가 이렇게 많이 나오지도, 팔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몸짱을 예찬하는 것은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통해 오늘날 관련업체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무시무시하다. 그건 단순히 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각종 건강식품과 보조기구 그리고 옷을 비롯한 패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시대보다 풍요로움을 맞이한 오늘날의 현대인은 그 이전 세대들은 겪어보지 못한 비만이란 병을 앓고 있으며, 방송을 그걸 오로지 돈벌이에만 이용하고 있다.

뚱뚱한 사람은 어딜 가나 눈총을 받고 놀림을 당한다. 그리고 날씬하고 몸짱은 사람들은 어딜가나 찬양을 받는다. <스타킹>의 ‘다이어트킹’은 그런 현대의 삐뚤어진 인식을 극대화해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 들어도 무방할 듯 싶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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