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최정원이 돋보인 눈물의 명장면, ‘별따’

朱雀 2010. 1.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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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데, 쉬셔야 하는데, 방해가 돼서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진빨강입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데, 회사에선 있으나마나 미쓰진으로 불립니다. 그만큼 제대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카드빚까지 늘려가는 정신없는 인간이 저였습니다. 엄마아빠가 돌아가시 않았다면 지금도 그러고 살았을 겁니다. 그런데...그런데...

이젠 그럴 수 없습니다. 제겐 동생들이 다섯이나 되거든요. 한달 뒤엔 지금 있는 곳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고객님들 앞에만 서면 버벅거립니다.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때 잘만 떠들다가도, 고객님만 보면 입이 굳어져서 겁이 납니다. 내가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겁이 나서 말이 잘안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밤 이렇게 피곤하신 여러분의 휴식을 방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말 정신차리고 잘 살아야 하는데, 겁이 나서 자구 겁이나서 이렇게 이렇게라도 용기를 내지 않으면, 얼굴도 모르는 여러분들 앞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으면, 고객님들 앞에서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끄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일동 박수) 힘내세요~


개인적으로 현재 방송중인 월화드라마 가운데 가장 열심히 보는 작품이 바로 <별을 따다줘>(이하 <별따>)다. 여기서 최정원은 사고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다섯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처녀 가장으로 나온다.

 

초반 1-2화까지 위에서 언급한대로 그녀는 정신 못차리고 명품을 사들이고, 피가 섞이지 않은 다섯 동생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허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졸지에 다섯 동생을 부양해야할 처지에 몰리자 그녀는 동생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모진 결심을 하고 행동한다.

5년동안 쫓아다닌 원강하(김지훈) 변호사에 다섯 동생을 몰래 끌고가 마치 나치 치하의 안네처럼 비밀스럽게 생활하다가 들킨 후, 일주일내로 나가야할 처지에 이르자 그녀는 술집에 호스티스로 나간다.

 

덕분에 5화는 매우 심각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진행되었다. 진빨강(최정원)은 다섯 동생을 위해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어머니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허나 직장조차 짤리고 삶의 벼랑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다급하게 술집을 선택하게 된다. 거기서 원강하-준하 형제와 맞부딪치고 준하는 참다 못해 집앞에서 싸운다.

이를 목격한 동생 주황(박지빈)은 동생들을 이끌고 고아원에 가려한다. 이대 주환의 말이 걸작이었다! 주황은 누나가 술집에 나가서 부끄러운게 아니라, 자신들 때문에 누나가 망가지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동생들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빨강의 대사도 압권이었다. ‘너희들이 없어지면 편해져서 다신 안 찾을까봐 겁이 난다’고. 그런데 6화가 되면 다시 분위기는 밝아진다. 물론 진빨강은 술집을 관두고 보험설계사로 살기 위해, 해고된 직장상사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빌고, 원강하에게 역시 무릎을 꿇고 사정해서 한달의 시간을 번다.

 

대신 원강하네 집에선 다섯 아이들이 그녀와 함께 집안일을 도우면서 명랑하게 생활하고.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4차원 뱀파이어로 열연한 이켠이 처음에는 최정원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나중엔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녀의 마음에 반하고 아이들에게 반해 열렬히 ‘자기’라고 쫓아다니면서 사살을 속삭이는 푼수로 열연하며 웃음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최정원의 열연이다. 그녀는 한편에서는 푼수이자 집안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큰 소리만 치는 여성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급한 처지에다 의욕이 너무 앞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무능력한 여성으로 각기 다른 처지를 연기해낸다.

게다가 마치 무지개처럼 주-노-초-파-남에 이르는 다섯 동생역의 아역들의 열연은 극의 기쁨과 슬픔을 더 격하게 해주고 있다. <별따>를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찬유>보다 좀더 센 ‘착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진빨강은 보험설계사로 일한다. 헌데 그녀가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것은 그것이 쉽게 취직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부가 보험설계사로 취업해 성공한 사례가 꽤 있다. 허나 오늘날 보험설계사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영업직인 보험설계사는 끊임없는 고객관리와 고객감동의 행동만이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진빨강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그닥 공부를 못한 그녀는 대충 직장을 뭉개다가 괜찮은 남자를 만나 ‘인생역전’을 꿈꾼다. 허영심많고 카드빚에 허덕이는 이 여성을 욕할 수 없는 것은 그만큼 현대를 살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JK생명의 고문변호사인 원강하는 여러모로 내포한 의미가 적잖다. 그녀는 보험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측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험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어떻게든 보혐료를 내주지 않아야 회사에 이익이 된다. 하여 그는 철면피에 냉혈한이 되어 삶의 벼랑에 떨어진 이들이 실수한 것을 꼬투리 잡아 보험금을 타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가 이런 악역을 자임한 것은 자신을 키워준 정국(이순재) 회장에게 보은을 하기 위해서다. 원강하는 그토록 자신을 사랑한다고 쫓아다니는 정국의 손녀 재영을 마다한다. 거기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 때문에 여성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 탓이며, 두 번째는 어린 자신을 거둬 키워준 정국 회장에 대한 마음 때문에 차마 재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탓이다.

 

<별따>는 막장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진빨강은 정국 회장의 숨겨진 손녀딸이며, 정국이 전재산을 쏟아부어 무료병원을 지으려 하자 며느리 이민경(정애리)는 사고사를 위장해 빨강의 부모님을 죽였다.

따라서 언젠가는 이 모든 진실이 드러나고 정국의 집안은 결단이 날 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낼지 상당히 기대되면서 동시에 걱정된다. 허나 기대를 품는 것은 <별따>가 단순히 막장적 요소로 재미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별따>를 빛내고 있는 것은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지만 동생과 자신을 위해 이제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며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최정원이다. 코믹부터 멜로까지 넘나드는 그녀의 폭넓은 팔색조 연기는 <별따>의 재미와 감동을 높여주는 원동력이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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