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김미숙과 한효주의 카리스마 작렬, '찬란한 유산'

朱雀 2009. 6.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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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다음 검색

-상기 이미지는 인용목적으로 사용했으며,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SBS방송사에 있습니다.


어제 방송된 19화에선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졌다. 바로 악녀 김미숙에 맞서 한효주가 당당히 대드는 모습이었다. 이전까지 한효주는 김미숙과 단 둘이 붙는 장면에서 밀리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역할 자체가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여성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어젠 달랐다. 자살까지 생각하던 아빠가 자신들을 위해 남긴 생명보험금을 김미숙이 몰래 타간 것을 알고 치를 떨다가, 따로 만나 자초지종을 따져 묻는다.

최소한 ‘미안하다’란 말은 들을 줄 알았던 그녀는 오히려 뻔뻔하게 ‘빚잔치’를 했다며 당당해하는 김미숙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리하여 김미숙 덕분에 진성식품 회장님을 만나고, 유산까지 받게 되었다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그 까짓돈 가지라고. 단 순간도 밀리지 않는 연기. 그게 바로 어제 한효주의 연기였다.

지난 몇화 동안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지만, 악인 답지 않은 지적이고 아름답게 나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줬던 김미숙은 어제 방영된 19화에서 확실히 뼈속까지 철저한 악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의붓딸인 한효주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전해 듣곤 괴로워하다가 막상 그녀 앞에선 돌변해서 당당해하는 모습은 ‘악인 역시 인간이구나’하는 디테일을 제공했다.

한효주의 예의 천사표 연기는 19화에서 극에 달했다. 이승기를 사랑하는 문채원을 생각해 장숙자 회장에게 이야기하지 않다가, 너무 뻔뻔한 김미숙에게 화가나 모두 다 털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매번 김미숙의 말에 놀아나 변변히 대꾸도 못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던 그녀는 성장했다. 그러나 서글픈 성장이다.

거듭되는 김미숙의 악행에 그녀는 악에 받히고 받혀 세상만사에 어두운 천사에서 이제 참담한 일 앞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캔디로 변하가는 거니까.눈빛 하나, 표정 하나까지 악녀인 김미숙의 카리스마에 맞서서, 한효주는 캔디표 눈빛과 논리로 대든다. 거듭되는 앞뒤가 맞는 김미숙의 말에 한효주는 그녀가 원하는 장숙자의 돈을 자기가 차지할 것이며, 그녀가 가장 아끼는 딸의 약점까지 말하겠다며 지지 않는다. 돈 문제에선 다소 덤덤하던 김미숙은 딸의 신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흔들린다. 그리고 딸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무서운 장면이다.

19화 방송분에서 가장 빛난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은 한효주를 응원하게 되면서도 그 디테일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거듭되는 대결로 이제 김미숙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한효주의 모습에서 시청자는 뿌듯함과 더불어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거듭되는 거짓말의 들통에 어쩔 줄 몰라하는 김미숙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악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돈 욕심이 상당 부분이긴 하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김미숙의 모습은 오늘날 ‘어머니상’에서 그닥 멀지 않아 공감을 이끌어내기 쉽다.

김미숙과 한효주의 대결신은 한효주의 판정승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모든 것이 들통날 것이 두려웠던 김미숙은 딸 문채원과 의논하고 장숙자 회장에 집으로 쳐들어가 거짓말로 한효주의 입장을 사면초가의 입장에 빠뜨린다.

정말 누가 대본을 썼는지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찬란한 유산>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해 생각하고, 금전적인 철학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전혀 ‘교훈적’이지 않다. 고루하지 않다. 오히려 서로 재결합한 가정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황금만능주의에 전도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한효주의 주변에 널린 멋진 남성들이나, 장숙자 같은 회장이 존재할까?는 의문감은 어쩔 수 없다. 너무 드라마틱한 사건들 역시 약간의 흠을 잡을 수 있다. 이건 드라마적인 한계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여자의 적은 결국 여자인가?’란 자조적인 한계를 짚을 수 있겠지만,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추악하게 만드는지, 나락까지 떨어졌던 주인공이 한뼘씩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망나니 도령이 한효주의 영향으로 점차 사람이 되어가고, 덤으로 이승기와 한효주의 설레이는 사랑이 점차 커져가는 모습을 재밌게 시청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얼마나 긴박감 넘치는 구성인가? 사건의 발생과 전개는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철저한 인과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오해를 받아 결국 장회장의 집을 나간 한효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오늘 방영될 20화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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