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리얼리티 쇼의 극단을 보여준 ‘러브스위치’

朱雀 2010. 3. 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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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신동엽이 진행을 맡고 있는 <러브스위치>는 남녀간의 데이트를 하나의 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남자는 한명이 나오고, 싱글녀 30명이 그를 선택하는 데 있다. 1차적으로 싱글녀들은 출연남의 외모만 보고 선택하게 된다. 운나쁘면 이때 30명이 다 빨간 불을 누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남자는 가차없이 퇴장당한다. 2차 선택에선 출연남의 일상등이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데, 자신이 생각할 때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방송된다. 그러나 이 역시 여성의 비호감을 자극하면 곧장 빨간불을 누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차에선 출연남이 본인의 약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1분 정도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통과하면 남아있는 여성과 커플이 될 수 있다. 운좋게 1명 이상의 여성이 남아있다면, 출연남은 그중 1명이 남을때까지 선택할 수 있다.

간단히 <러브스위치>의 룰을 설명했는데, <러브스위치>는 근본적으로 여성을 위한 쇼라고 여겨진다. 남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여성들이 많이 모인 곳에 남성들은 쉽게 가질 못한다. 남성들이 우글대는 엘리베이터에 여성 혼자서 탈 수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건 방송이기 때문에 남성의 입장에선 더욱 떨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싱글녀들은 남성이 출연할때부터 그의 행동하나, 옷매무새 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바로 빨간불을 누를 준비가 되어있다. 녹화장에서 구경하기도 했지만, 싱글녀들은 처음엔 ‘까칠하게’ 보였다. 이번주 월요일 밤 11시에 방송된 <러브스위치>에는 총 세 명의 남성이 출연했다.

 

맨 처음 출연한 길종완씨의 경우 남자가 보기에는 훤칠하고 매우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었다. 녹화장에선 그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 여성을 보고 까칠하다고 느겼는데, 방송을 보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길종완씨는 이벤트로 장미마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싱글녀들의 눈에는 식상하고 ‘너무 저렴한 이벤트’로 비춰진 모양이었다. 게다가 2차 선택을 위한 영상을 틀자 그가 ‘단역배우’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수수 빨간불을 눌렀다. 그가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고,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500/45 세를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모두 빨간불을 누르고 말았다.

여기서 일단 느낀 것은 <러브스위치>의 여성들은 ‘스펙’에 민감하단 사실이었다. <러브스위치>는 케이블 방송이기 때문에 과감할 수 있다. 만약 공중파였다면 이런 식의 진행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길종완씨는 매우 매너넘치는 모습과 건강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지만, 30명의 싱글녀에겐 너무 웰빙라이프를 고집하느라 자신을 ‘피곤케할 수 있는 인물’로 밖에 비취질 않았고 그는 ‘퇴장’ 당해야 했다.

 

두 번째 등장한 남성은 2PM의 히크곡 ‘하트 비트’에 맞춰 나왔고, 스스로를 ‘엄친아’로 소개했다. 나쁜 남자 기질이 눈에 보이는 이 사람도 1차 선택에서 9명이 선택했고, 2차 선택 영상에선 두 명이, 마지막 선택에선 단 한명만이 남았다.

인천 엄친아로 소개된 이준우씨는 의대생으로 프로 골퍼를 하고 있고, 집안 식구들이 모두 외제차를 끌고 다닐 정도로 상당한 재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싱글녀들은 그녀가 ‘금방 싫증 낼 것 같다’ 같은 이유로 그에게 비호감을 표시했다.

실제 방송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녹화장에서 이경규와 신동엽은 싱글녀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면서 2차 영상을 보고 좀더 판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실제 방송에선 시간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편집이 되었지만, 이경규와 신동엽은 너무 싱글녀들이 남성의 외모에만 집착해 떨어뜨리지 않기를 권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출연자가 나오면서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일변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마이더스로 알려진 김영제씨 때문이었다. 남자가 보기에 그는 느끼한 저음의 소유자일 뿐이었지만, 1차 선택에서 고작 2명이 포기할 정도로 싱글녀들은 그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2차 선택에서도 무려 16명이 그를 선택하고, 3차 영상에서 꽤 충격적일 수 있는 ‘1주일에 한번씩 나이트클럽에 간다’는 사실을 밝혔는데도, 그대로 16명이 살아남아, 김영제씨가 마지막 한명이 남을때까지 2차에 걸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러브스위치> 2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남자가 매력적이다고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가 매력적이다고 느끼는 남자가 다르다는 만고불면의 진리였다. 필자가 봤을 때 첫 번째 출연한 길종완씨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싱글녀들에겐 그는 피곤하고 ‘웰빙’을 말하면서 집안에는 ‘때’가 끼어있는 어설픈 남자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혼자 스튜디오에서 퇴장해야 했다.

 

반면, 자신을 떨어뜨린 여성이 ‘어디 사세요?’라고 말하자 ‘그걸 말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말한 두 번째 출연남 이준우씨는 오히려 여성들이 호감을 표했다. 이유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잘해줄 것 같다’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핏 생각하기엔 모든 이에게 친절한 사람이 멋질 것 같지만, 실제로 여성들은 자신의 여자에게만 잘해주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얼핏보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지로 나같은 남자에게 이건 조금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였다.

아울러 그가 3차 영상에서 ‘성형계획’이 있다고 밝혔음에도 싱글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 것은 오늘날 변화된 세태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출연여성이 당당하게 성형사실을 밝힌 부분이나, 마지막에 커플이 된 백선아씨의 경우 실제 방송에선 안 나왔지만 ‘완벽하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해서 가급적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라고 이야기 한 부분이 사뭇 인상깊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김영제씨의 경우엔 정말 필자가 봤을 땐 비호감이었다. 혹시 싱글녀들이 그의 직업등을 알고 빨간 불을 누르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1차 선택은 오로지 외모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그는 잘생긴 편이긴 했지만, 흔히 말하는 것처럼 하체가 길고 시원시원한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싱글녀들이 ‘원숭이상’으로 말할 만큼 어찌보면 유머러스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그런 외모에 열광하고 심지어 ‘완벽하다’고 호감을 표시하는 싱글녀들을 보면서, 정말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러브스위치>는 아무래도 앞으로 케이블 방송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번 녹화현장에서 이경규씨가 직접 말을 했지만, 국내 ‘리얼리티쇼’에서 이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케이블이기 때문에, 남녀모두 성형과 나이트클럽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취미와 버릇과 취향까지 ‘다소 민감한 영역’이 비교적 여과없이 방송된다. 여기에 덧붙여 위험수준에 근접하는 출연남녀의 발언과 행동은 공중파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와 스릴을 맛보게 한다.

그렇다고 <러브 스위치>가 ‘막장’이냐면 그것은 아니다. 출연자들은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과감하게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솔직하게 발언한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성인 남녀가 서로에 대해 어떤 연예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를 대변한다 할 수 있다. 물론 케이블이기 때문에 좀더 흥미적인 요소들이 부각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조금 제거하고 보면 나름대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거울’중에 하나라고 여겨진다.

 

과연 <러브 스위치>는 앞으로 <롤러코스터>-<화성인 바이러스>처럼 tvN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될까? 필자가 보기엔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케이블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러브스위치>와 발언과 내용은 오늘날 사회를 읽게 하면서, 재미와 웃음을 동시에 주고 있다. 꼭 케이블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날 식상한 포맷이 난립하는 공중파와 비교했을 때 이는 매우 신선하다. 아울러 적당히 자극적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이경규와 신동엽의 재치 있고 잘 마무리 짓는 멘트와 진행은 <러브스위치>의 앞날이 밝게끔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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