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경규보다 빛난 왕비호의 강연, ‘남자의 자격’

朱雀 2010. 5.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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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제 호평을 받았던 <남자의 자격>팀의 강연이 끝을 맺었다. 지난주에 호평을 받았던 김국진의 ‘롤러코스터’ 인생론도 좋았지만, 이번주의 이경규와 왕비호의 강연도 참 멋졌다.

이경규의 순서는 이정진 뒤였다. 30분씩 쳐도 이미 2시간 30분이 넘은 시간. 청중의 입장에선 배도 고프고 피곤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가장 많은 이들이 기다린 이정진의 차례가 끝난 다음에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경규는 노련했다. 그는 자신의 버럭질과 30년 동안 방송을 할 수 있었던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게다가 강연 후반부에 약속대로 눈알굴리기를 하며 청중에게 즐거움을 준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허나 반전은 왕비호에게 있었다. 왕비호는 순서상 맨 마지막이었다. 너무 늦어진 시간탓에 이젠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나둘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윤형빈은 무릎을 꿇고 ‘제발 나가지 말아달라’고 애걸 복걸 했다.

그런 모습과 달리 강연에 들어가선 윤형빈은 뜻밖의 모습을 보여줬다. 2년전 윤형빈은 우리에게 무명의 인물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에거 검색해본 윤형빈은 ‘안웃겨’라는 연관검색어를 알게 되고는, 이를 갈며 자신이 잘하는 것들만을 모아 ‘왕비호’라는 캐릭터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윤형빈은 개그맨으로선 ‘축복’받은 얼굴이 아니다. 박휘순같은 인물은 그냥 얼굴만 디밀고 ‘저 강남사람이에요’라고만 해도 웃긴다. 따라서 그가 박휘순을 따라해선 절대 웃길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몸중 가장 자신있는 허벅지를 내놓기 위해 과감한 핫팬츠 차림을 하고, 독설을 내뿜으며 ‘최고의 개그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남자의 자격>에 들어와 너무나 무서운 선배 이경규에게 직접 다가가, 말도 다정스럽게 건네고 그의 무슨 말만 해도 웃고 즐거운 티를 내며 최선을 다했다. 결국 그 이후 이경규는 마음의 문을 열고 그에게 좋은 충고를 해주게 되었단다.

윤형빈이 해준 이야기가 다른 강연자들과 다른 것은 ‘실천방법’을 가르쳐줬다는 데 있다. 다른 출연자들의 강의도 좋긴 했지만, 간접적이고 인생의 전반적에 관한 이야기라 당장 ‘실천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기엔’ 약했다. 반면 윤형빈의 이야기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론’을 꺼내들었다.

우리 사회는 누군가가 잘되길 그를 칭송하고 그를 따라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그 사람을 따라해서는 이미 늦었다.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조합해서 ‘차별화’를 해낸다는 전략은 지금처럼 ‘자기PR'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21세기에 너무나 맞는 방법론이다.

아울러,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개처럼 상대방에게 다가가 그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최선을 다해 잘해준다면 자신도 뭔가를 얻게 된다는 것은 우리사회처럼 ‘학연과 지연’처럼 연줄로 이어진 사회에선 너무나 확실한 방법론이었다.

윤형빈은 강연을 통해 생존방법에 굶주린 20대에게 더없이 적절하고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본다.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된 방송분이었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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