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배꼽 빠지게 웃은 연극 ‘ 너와 함께라면’

朱雀 2010. 7. 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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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극 <너와 함께라면>을 관람했다. 지난 23일 시작된 연극은 70세 노신사와 29살 처녀의 로맨스를 담고 있는 코미디극이다! 미타니 코우키의 일본 원작을 이해제가 국내 연출해 현재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공연중인 작품은 무려 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놀라운 것은 그 두 시간동안 단 한순간도 지겨울 틈이 없다는 사실이다!

 

<너와 함께라면>은 코이소 가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장녀 아유미에겐 남자친구 ‘케니’가 있는데, 그는 어느날 갑자기 집에 방문한다. 문제는 부모가 알고 있던 청년 사업가는, 사실 사업가는 맞는데 ‘청년’은 아니었다는 사실. 아버지 쿠니타로는 큰 충격을 받지만, 아내 요리에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음 염려해서 두 딸과 더불어 케니의 정체를 숨기는데 일조를 하고 만다.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켄야의 아들 겐야까지 방문하고, 종업원 와다 하지메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점점 꼬이고 뒤죽박죽되고 만다.

 

원작아 미타니 코우키는 일본 최고의 스타작가로 제 4회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숙 작품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휩쓸었으며, 연극-영화-드라마에 걸쳐 각본 및 연출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작가이다.

 

<너와 함께라면>은 관객에게 쉴새없는 웃음을 안겨준다. 70세 노신사가 첫째딸의 남자친구란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원치 않게 두 딸의 동조자가 되어 옆집 아저씨에 게이 행세까지 하게 된다.

 

장녀 아유미는 처음에는 자신밖에 모르는 철부지이지만, 점차 사건을 겪으면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해간다. 처음에는 그저 웃기고 순진해보이고 철없어 보이던 노신사는 마지막에 가면 보낸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보인다.

 

<너와 함께라면>의 캐스팅은 너무나 화려하다! 일단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이세은이다! 우리엔 <야인시대>의 나미꼬이자, <대장금>의 의녀 열이로 기억되는 그녀는 3년만에 공백을 깨고 연극으로 돌아왔다. 이세은은 70세의 노신사를 사랑하고, 부모와 자신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 빙빙 돌려서 말하는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여성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70세 노신사이자 40살이 넘는 나이 차의 여성을 아내로 맞아드리려 하는 켄야역의 송영창은 ‘이이상 좋을 수 없는 캐스팅’이 뭔지 보여준다. 1987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1989년 서울연극제 신인상에 빛나는 그는 자신보다 어린 장인에게 ‘장인어른’이라고 말하고, 여자처럼 뛰어다니고 순박한 미소를 보여주며 극의 가장 큰 활력소이자 중심인물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신데렐라 언니>에서 이미숙의 전 남편으로 등장한 서현철은 사실 연극계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었단다! 서른 살에 배우인생을 시작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엄청난 연기내공의 소유자는, 연극무대로 되돌아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위후보 앞에서 당황해하고, 아내가 충격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소시민 역할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나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수시로 180도로 변모하는 그의 모습은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2009년 떠오른 신성 ‘김유영’은 언니편을 드는 후지미역할을 너무나 뻔뻔할 정도로 소화해냈다. 그녀의 능청스런 연기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주인공 이세은을 너무나 든든히 잘 받쳐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연 내내 그녀의 연기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될성 부른 떡잎’이나 ‘지켜봐야 될 인물’이란 칭호가 전혀 부끄럽지 않은 연기파 배우였다!

 

그 밖에 아버지 켄야의 애인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찾아온 아들 겐야역의 박준서와 어머니 요리에역의 추귀정 역시 그저 ‘멋지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너와 함께라면>는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연극 한편이다. 특히 우울해서 정말 ‘두 시간 내내 웃고 싶다’라는 관객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연극은 두 시간 내내 반전을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묘한 긴장감을 이끌고 간다. 더불어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묻는 연극의 내용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화두다.

 

화려한 캐스팅과 두 시간의 공연 시간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과 웃음과 의미까지 더한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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